브렉시트 실행에 따른 대응방안
브렉시트 실행에 따른 대응방안
  • 기사출고 2020.03.09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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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교역, 개인정보, 경쟁법 이슈 등 중요

2020년 1월 29일 EU 의회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본회의를 열고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BREXIT) 조건을 정한 협정안(Withdrawal Agreement)을 가결했다. 협정안에 따르면, 영국은 2020년 1월 31일 EU를 탈퇴하지만 협정의 발효일로부터 2020년 12월 31일까지 전환기간(Transition Period)을 갖고 해당 기간 동안 EU내 단일시장에 남아 EU법을 준수하여야 한다. 또한 전환기간 종료 전까지 EU와 영국은 자유무역 협정(FTA)를 비롯해 안보, 이민, 외교, 교통 등의 관계를 규율하는 협정 체결 및 비준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하며, 만약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에는 2020년 7월 1일 이전에 상호 협의를 통해 전환기간을 한 차례 연장할 수 있다. 다만 영국은 전환기간 연장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으며, 양측의 미래관계 협상은 각국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걸려있어 합의 도출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11개월의 촉박한 일정으로 영국이 아무런 합의없이 EU를 떠나는 No-deal BREXIT도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BREXIT의 향후 경과가 한국 기업들에 미칠 수 있는 영향 중 관세 등 상품교역, 정보보호 및 경쟁법적 규제의 관점을 중심으로 살펴보겠다.

◇왼쪽부터 법무법인 율촌의 김경연, 김선희, 박세훈, 허범 변호사
◇왼쪽부터 법무법인 율촌의 김경연, 김선희, 박세훈, 허범 변호사

1. BREXIT 실행이 관세 등 상품교역에 미치는 영향

우리나라는 BREXIT에 대비하여 2016. 12. 부터 이미 한 · 영 FTA 협정 체결을 위한 논의를 시작하여 2019. 6. 10. 협정을 타결한 뒤 국회 본회의도 통과한 상태이다. 때문에 BREXIT에도 불구하고 그 이행기인 2020. 12. 31.까지는 한 · EU FTA가 계속 적용되며, 2021. 1. 1.부터 한 · 영 FTA가 발효된다. 물론 영국과 EU의 합의에 따라 그 이행기간이 연장되는 경우에는 한 · 영 FTA도 그에 맞추어 발효될 예정이다.

영국산 제품에 대하여는 한 · 영 FTA로 대체되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이 FTA는 원산지와 관련하여 3년간 한시적으로, ①영국이 EU산 재료를 사용해 생산한 제품도 영국의 역내산 제품으로 인정하고, ② 영국산 제품이 EU를 경유하여도 우리나라에 운송되어도 직접운송으로 인정하며, ③반대로 우리나라 제품이 EU를 경유하여 영국에 수출되는 경우에도 직접운송을 인정하는 특칙을 마련해 두고 있다. 그리고 운영 과정에서 종래의 한 · EU FTA에 비해 미비한 점이 있을 경우 협정의 내용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근거조항도 마련해 둔 점이 특징이다.

공산품의 경우 BREXIT의 이행기와 한 · 영 FTA의 순차적 발효를 통하여 BREXIT로 인한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한편 영국과는 농산물긴급수입제한조치의 발동 기준을 종래의 EU기준보다 낮은 수준으로 합의하였으며, 국내 수요에 비하여 생산이 부족한 맥아, 맥주맥, 보조사료의 경우 저율의 관세할당을 제공하기로 합의한 점은 특기할만 하다.

한편 기존 EU 체제 하에서 인정되던 상품의 지리적 표시는 그대로 변화없이 수용될 예정인바, 스카치 위스키, 아이리시 위스키 등의 표시도 여전히 유효하다.

2. BREXIT 실행이 개인정보에 미치는 영향

Transition period(2020년 말까지) 동안에는 EU 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GDPR")이 계속 적용되므로 당분간은 관련 법령에 변동이 없을 예정이다. Transition period 이후에는 영국의 개인정보에 있어서 GDPR이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영국 정부는 GDPR 규정을 영국의 개인정보보호법(Data Protection Act 2018)에 반영할 계획이므로, 개인정보 보호 원칙, 정보주체의 권리 의무 등 기본적인 내용이 대부분 현재 GDPR과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세부적인 부분에 있어서 달라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영국의 ICO가 개인정보 감독기관으로 유지될 예정이다.

영국-EU간의 개인정보 이전은 Transition period 동안 합의되는 FTA 내용에 따라 결정될 예정이다. 영국에서 EEA로의 개인정보 이전은 추가적인 보호조치 없이도 가능할 것이라는 것이 UK 정부의 현재 입장이다. 다만, EEA에서 영국으로의 개인정보 이전은 EU GDPR에 따라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할 수도 있다.

현재 GDPR에 의하면 EU 정보주체의 개인정보를 역외로 이전할 경우 EU의 승인된 표준개인정보보호조항(Standard Contractual Clauses)이 포함된 국외이전계약서 체결 등 추가적인 안전조치가 필요하다. 다만, 영국이 EU의 적정성 결정(Adequacy Decision)을 받을 경우 제한 없이 영국으로 개인정보 이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경우에도 최근 한국의 데이터 3법 개정으로 EU 적정성 결정(Adequacy Decision)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는데, Adequacy Decision을 받은 후부터는 EU에서 한국으로의 개인정보 이전이 추가적인 안전조치 없이도 가능하다. Transition period 이후에 기존 EU 적정성 결정을 받은 국가들을 영국이 그대로 인정을 할 것인지는 향후 지켜보아야 하겠다.

3. BREXIT 실행이 경쟁법적 규제에 미치는 영향

경쟁법 집행과 관련하여 당장 2020년말까지는 현재의 체제를 유지하게 될 것이나, 결국 영국은 EU의 경쟁법과는 독립된 자국의 경쟁법 집행체제로 넘어가게 될 것이라는 점은 기정사실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번에 확정된 BREXIT 상황을 바탕으로 기업결합신고와 기타 경쟁법위반행위의 조사 및 집행의 관점에서 간략히 다시 살펴본다.

기업결합 신고 및 심사

2020년말까지는 아주 제한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EUMR thresholds를 충족시키는 기업결합에 대해서는 종전과 마찬가지로 EU가 배타적인 관할권을 가지지만, 2021. 1. 1. 이후 신고되는 기업결합에 대해서는 EU 집행위원회와 영국의 경쟁당국인 CMA가 듀얼트랙(dual-track)으로 심사하게 된다. 문제는 2020년과 2021년에 걸쳐서 진행되는 기업결합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라고 하겠는데, 이는 결국 해당 당사자들이 충분한 기한을 두고 EU의 사전심사신청을 하여 2020년 연말 전에 EU에 정식신고를 할 수 있게 하거나 아무래도 기한을 맞추기 어려울 경우 아예 영국 CMA와의 사전협의에도 들어가는 방법 등을 통해서 해결하는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복잡한 절차적 변수를 사전에 거래계약서에도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영국 CMA가 기업결합의 반경쟁성 심사를 매우 적극적으로 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는 점 등을 참고로, 미리 CMA의 경쟁법 집행의 특성을 파악하여 접근,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타 경쟁법 위반행위의 조사

EU 집행위원회와 영국 CMA의 관여 가능성에 대한 시점적 기준은 앞서 살펴본 기업결합 신고의 경우와 대체적으로 동일하다. EU 집행위원회가 2020년말까지 정식 조사를 개시하지 않는 건에 대해서는 2021년부터 영국 CMA의 조사도 병행하여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으며, 경쟁당국별로 주된 관심분야와 주안점이 다를 수 있으므로, 그러한 병행 조사가 반드시 같은 내용과 방향으로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 역시 염두에 두어야 한다.

경쟁법 위반행위에 대한 소송

EU 집행위원회의 결정이 경쟁법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소송에 대해서 당연한 구속력을 가지지는 못하겠지만, 탈퇴결정과 transition period 사이에 이루어진 결정에 바탕한 소는 일정한 기간 내에 영국법원에 제기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EU 집행위원회의 결정에 개별 소송에 있어서 어느 정도의 강력한 증거적 가치 내지는 판단의 근거로서의 능력을 인정할 수 있을지, EU 집행위원회의 결정이 아니라 영국 CMA의 결정 등을 바탕으로 얼마나 다양한 소가 제기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금년 내로 이와 관련된 guidance가 EU 집행위원회와 영국 CMA로부터 발표될 것이 예상된다.

4. 맺음말

BREXIT 협정안에 따라 영국의 EU 탈퇴는 전환기간을 거쳐 질서 있게 이루어질 것이므로 한국 기업들도 이에 발 맞추어 단계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다만 EU 27개 회원국의 승인이 필요하며, 합의안에 대한 영국 의회의 비준이 이루어지지 않아 No-deal BREXIT 상황이 도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므로, 한국 기업들로서는 contingency plan을 가지고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대응 방안의 마련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법무법인 율촌은 유수의 글로벌 로펌들과 긴밀하게 협력하여 BREXIT의 실행과 영향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의견 교환, 내용 검토 및 분석을 하면서 BREXIT T/F를 운영하고 있다. 이번 글의 작성엔 김경연, 김선희, 박세훈, 허범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경연 · 김선희 · 박세훈 · 허범 변호사(akykim@yulch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