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 "수입 각초 과세가격 재조사 후 관세 추가 부과 위법"
[조세] "수입 각초 과세가격 재조사 후 관세 추가 부과 위법"
  • 기사출고 2020.03.10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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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1 · 2차 조사대상 겹쳐"…한국필립모리스 승소

부산세관이 2009년 8월부터 조사를 벌여 2011년 11월까지 한국필립모리스에 부과한 수입 각초에 대한 관세와 부가가치세 처분에 대해 대법원이 관세법이 금지하고 있는 재조사에 해당,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제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2월 13일 한국필립모리스가 "58억 9900여만원의 관세와 20억 6000여만원의 부가가치세 부과처분을 취소하라"며 부산세관장을 상대로 낸 소송(2015두745)에서 이같이 판시, 한국필립모리스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법무법인 태평양이 항소심부터 한국필립모리스를 대리했다. 부산세관은 법무법인 대륙아주가 대리했다.

부산세관은 2007년경 한국필립모리스가 2003년 1월 1일부터 2007년 12월 31일까지 필립모리스의 계열사 중 하나인 스위스법인 Philip Morris Products S.A.(PMPSA) 등으로부터 수입한 각초(刻草, 잘게 자른 잎담배)의 과세가격 적정 여부를 조사(1차 조사)한 뒤 2008년 3월 그 결과를 기업심사결과통지서에 기재하여 한국필립모리스에 통지하고 같은 해 4월 과세처분했다. 그런데 1차 조사 후 약 1년 4개월이 지난 2009년 8월 부산세관은 한국필립모리스에 "수출입통관 적정성 여부에 대해 기획심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한국필립모리스가 PMPSA에 지급하는 로열티 계산내역 등 자료제출을 다시 요구했고, 한국필립모리스는 2009년 8월과 9월 자료를 제출했다. 이후 부산세관이 한국필립모리스의 사업장과 공장을 방문하는 등 2011년 3월까지 추가 조사를 실시한 후, 한국필립모리스가 2006년 4월 6일부터 2007년 12월 28일까지 PMPSA 등으로부터 수입한 각초의 거래가격에 한국필립모리스가 PMPSA에 지급한 권리사용료 중 일부를 가산하여 2011년 3월부터 11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58억 9900여만원의 관세와 20억 6000여만원의 부가가치세를 추가로 부과하자 한국필립모리스가 관세법상의 중복조사금지의 원칙에 반한다며 소송을 냈다. 관세법 111조에 의하면, 세관공무원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해당 사안에 대하여 이미 조사를 받은 자에 대하여 재조사를 할 수 없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가 재조사로 볼 수 없다며 한국필립모리스의 청구를 기각하자 한국필립모리스가 상고했다.

대법원은 "피고는 2007년경 1차 조사를 하고 2008년 3월경 그 결과를 통지하였을 뿐 아니라, 원고는 그 결과에 따라 누락되었다는 각초의 가산금액에 관하여 수정신고까지 하였는데, 피고는 위 조사결과 통지가 이루어진 때로부터 약 1년 4개월 이상이 지난 2009년 8월경 다시 자료제출요청을 시작한 이래, 2011년 3월경까지 1년 6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수차례 자료제출을 요청하면서 각초의 과세가격과 관련한 여러 사항들에 대해 질문하고 답변을 요구하였고, 피고는 각초의 과세가격과 관련한 여러 사항에 대해 구체적 · 개별적으로 질문하면서 그에 관한 상세한 자료를 제출하도록 요구하였는데, 그러한 질문에 대한 답변과 피고가 요구한 자료에는 원고나 원고의 모회사 등 관계회사들의 영업비밀과 밀접하게 관련된 것들이 포함되어 있었으며, 원고가 답변하고 자료를 준비하여 제출하는 과정에 상당한 노력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이고, 피고는 원고의 답변을 종전의 답변과 대조하면서 그 답변이 상반된다고 지적하고 그 이유를 추궁하기도 하였고, 기한을 정하여 자료제출을 요구하면서 정해진 기한까지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조사자료로 사용되지 않을 수 있다고 독촉하기도 하였다"고 지적하고, "피고가 2009년 8월경부터 2011년 3월경까지 한 일련의 조사행위는 관세법 111조가 적용되는 '조사'(2차 조사)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가 2007년경 실시한 제1차 조사의 대상은 2003. 1. 1.부터 2007. 12. 31.까지 수입된 각초의 과세가격이었고, 피고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실시한 제2차 조사의 대상은 2006. 1. 1.부터 2007. 12. 31.까지 수입된 각초의 과세가격이었는데, 이처럼 제2차 조사의 대상은 제1차 조사에서 이미 조사의 대상으로 삼았던 것이었고, 2006. 4. 6.부터 2007. 12. 28.까지 수입된 각초에 대하여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이러한 제2차 조사에 기하여 이루어졌다"며 "결국 피고 소속 세관공무원의 2차 조사는 관세법 111조에 의하여 금지되는 재조사에 해당하고, 이러한 2차 조사에 기하여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자체로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이와 관련, "관세법 111조에 의하면, 세관공무원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해당 사안에 대하여 이미 조사를 받은 자에 대하여 재조사를 할 수 없고, 나아가 금지되는 재조사에 기하여 과세처분을 하는 것은 단순히 당초 과세처분의 오류를 경정하는 경우에 불과하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자체로 위법하고, 이는 과세관청이 그러한 재조사로 얻은 과세자료를 과세처분의 근거로 삼지 않았다거나 이를 배제하고서도 동일한 과세처분이 가능한 경우라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고 전제하고, "이때 세관공무원의 조사행위가 관세법 111조가 적용되는 '조사'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조사의 목적과 실시경위, 질문조사의 대상과 방법 및 내용, 조사를 통하여 획득한 자료, 조사행위의 규모와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 사안에서 개별적으로 판단하며, 납세자 등을 접촉하여 상당한 시일에 걸쳐 질문검사권을 행사하여 과세요건사실을 조사 · 확인하고 일정한 기간 과세에 필요한 직접 · 간접의 자료를 검사 · 조사하고 수집하는 일련의 행위를 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조사가 금지되는 '조사'로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또 "세관공무원이 어느 수입물품의 과세가격에 대하여 조사한 경우에 다시 동일한 수입물품의 과세가격에 대하여 조사를 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관세법 111조에서 금지하는 재조사에 해당하고, 세관공무원이 동일한 사안에 대하여 당초 조사한 과세가격 결정방법이 아닌 다른 과세가격 결정방법을 조사하였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