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칼럼] 2020년 공정거래정책의 전망과 시사점
[리걸타임즈 칼럼] 2020년 공정거래정책의 전망과 시사점
  • 기사출고 2020.03.05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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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내부거래 · 갑을관계 등 포렌식 조사 집중
분쟁조정, 동의의결 제도 활용 등 모색 필요

2020년 경자년 새해가 밝았고 새로운 정권이 출범한지 3년,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한지도 6개월이 경과되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갑을관계 개선, 경제력 집중 해소 등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집행의 가시적인 성과를 이어가면서도 최근 코로나19 상황으로 침체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과제도 안게 되었다.

'혁신 동력 강화에 중점' 강조

공정위도 이러한 기조 하에 2020년에도 더욱 적극적이고 활발한 법 집행을 할 것으로 기대되며, 조성욱 위원장 또한 신년사를 통해 "포용기반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기조 하에서 경쟁촉진과 규제 개선을 통해 혁신 동력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정영진(좌), 강동근 변호사
◇정영진(좌), 강동근 변호사

기업들로서는 공정위가 올해 집중할 정책과제 및 규제 방향을 예상하고 이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현 시장의 상황, 정부의 규제 의지, 언론 · 여론의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기업의 법규 준수 여부, 실무 관행의 점검, 내부 프로세스 개선 및 기준 정립 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때로 보인다. 최근 경제상황 및 공정위 보도자료, 업무 보고자료, 공정거래위원장의 간담회 발언 등을 통해확인되는 2020년도 공정거래정책에 대한 전망과 시사점을 정리해보았다.

1. 경제당국의 경제정책 방향

관계부처가 2019년 12월 합동으로 발표한 "2020년 경제정책방향"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공정, 상생, 포용의 3대 가치 확산을 목표로 하며 특히 포용기반 확충을 위한 정책과제로 "공정경제 확산 및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선정하였다. 구체적으로 i)포용적 갑을관계 구축 등을 위한 공정문화 확산, ii)상생 협력기반 강화 및 상생 협력사례 창출, 확산을 제시하였으며, 혁신동력 강화, 경제체질 개선 등을 제시하고 있다. 조성욱 위원장 또한 취임 100일 기자단 간담회 및 2020년 시무식 신년사를 통하여, '갑을문제', '재벌개혁', '혁신성장' 등을 강조하며, 그동안 공정위가 공정경제 추진에 역량이 집중되어 시장경쟁 촉진 및 혁신성장을 뒷받침하는 역할이 미흡하였다는 평가도 하였다.

이러한 점들을 보았을 때, 앞으로 공정위는 일감 몰아주기, 갑을문제 등 공정경제 정책을 지속 추진하면서도, 글로벌 경쟁법 집행의 흐름에 맞추어 플랫폼 경제의 공정경쟁 환경 조성, 불공정관행 근절을 통한 혁신성장기반 마련을 역점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2. 일감몰아주기 등 부당내부거래에 대한 규제

공정위는 2019년에 대기업의 호텔브랜드 상표권 제공, 총수일가 소유회사의 제품을 계열사에 판매하는 방식의 사익편취 행위 등에 대한 과징금 부과처분, 고발조치를 하였으며, 그 외 6개 기업집단의 부당내부거래 행위에 대한 조사를 완료하였다. 그 외에도 대기업 집단에 해당하지 않아 사익편취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중견규모 기업집단의 부당내부거래에 대한 조사 의지를 여러 차례 천명하였고, 실제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공정위의 일감몰아주기 관련 처분의 적법성을 확인하는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이 잇따라 선고되면서 공정위의 이러한 법집행 및 규제는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는 2020년 업무보고를 통해 편법적인 경영권 승계에 이용되고 독립 중소기업의 공정한 경쟁기회를 잠식하는 일감몰아주기 행위를 엄정 제재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으며, 특히 식료품, 급식 등 국민이 바로 체감할 수 있는 분야에서의 부당내부거래를 집중적으로 감시할 것이라는 계획도 세웠다. 또한 이미 제정안이 마련되어 의견청취 절차를 진행 중인 "사익편취 행위 심사지침"을 발표하여, 위법성 판단 기준의 예측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한 계기가 마련되었다.

국세청 과세정보 활용 가능

아울러 2019년 12월 국세기본법이 개정되어 국세청으로부터 과세정보를 제공받게 됨에 따라 대 · 중견 기업집단의 불법행위에 대한 감시역량이 제고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부당내부거래는 대기업, 중견기업을 불문하고 기업집단을 이루고 있는 기업들로서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관심을 둘 수밖에 없는 이슈이다. 이러한 환경 하에서 최대한 신속히 과거 거래관계에 대한 검토, 업무관행 개선, 내부 가이드라인 마련, 결재 및 승인라인 점검 등을 통해 잠재되어 있는 리스크를 분석하고, 지배구조 개선을 포함하여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즉시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공정위는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제재에 더하여 대기업 스스로 일감을 개방하도록 하는 유인체계를 마련하여 '일감나누기 문화'의 확산을 유도하려는 정책 집행도 계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있다. 공정위의 부당내부거래 관련 조사의 강도와 범위가 점점 광범위해 질 것으로 예상되어 기업집단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형사집행으로 이루어질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비와 개선도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3. 갑을관계 이슈

대 · 중소기업간 거래의 공정화 이슈는 현 정부 출범 및 전임 위원장 때부터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주제이다. 정부는 이것을 거래상 지위가 낮은 중소업체의 피해구제 문제에 더하여 시장경쟁의 왜곡을 가져오고 혁신성장을 막을 수 있는 구조적인 문제로 보면서 단순히 소위 '을'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뿐 아니라 침체된 경제를 살릴 수 있는 핵심적인 키로 판단하고 있다. 공정위는 특히 3년에 걸쳐 불공정 하도급거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2017년 9월 기술유용 근절대책 발표, 2017년 12월 하도급거래 공정화 종합대책 등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공정위의 정책기조는 2020년에도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대 · 중소기업간 거래질서가 상당히 개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중소기업의 정책 체감도는 높지 않다는 평가 속에서 대 · 중소기업이 동등하게 협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우수 기업에 대한 유인 제공을 통해 자율적 상생협력 문화를 확산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구체적으로 하도급법 개정을 통하여 하도급대금 조정신청권을 확대하고, 소상공인의 교섭력 강화를 위하여 거래조건 개선을 위한 공동행위가 허용될 수 있도록 예규를 제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즉 소상공인들이 공동으로 또는 조합을 통해 거래상 우월적 지위에 있는 거래 상대방과 거래조건 개선을 위한 사항을 협의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담합규정 적용을 배제하겠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공공기관 발주 정보화사업 수주 SW사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금형 관련 모범거래 관행을 보급하겠다는 계획도 천명하였다.

이러한 하도급거래뿐 아니라 가맹사업, 대규모유통업, 대리점 등 대표적인 갑을관계 규제 영역에서도 적극적인 법집행이 예상된다. 공정위가 최근 발표하고 있는 각 영역의 표준계약서를 살펴보면 공정위의 거래를 바라보는 시선을 파악할 수 있으며, 그에 맞추어 기업의 계약서, 거래관행, 거래상대방과의 관계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겠다. 특히 가맹사업에서의 불합리한 계약갱신 거절, 유통업에서의 판매촉진비용 전가, 대리점 거래에서의 밀어내기, 판매목표 강제, 계약해지 등은 공정위가 2020년에도 규제의지를 보이고 있으므로, 이에 대해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4. ICT 분야 독과점 규제 등 혁신성장 기반 마련

공정위 정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보다 공정한 시장 조성 및 경쟁을 통한 경제성장이다. 조성욱 위원장은 그동안 미흡했다고 평가 받은 ICT 분야 등의 혁신성장 기반 마련을 위하여, 경쟁보호라는 공정위의 본질적 역할 및 과도한 규제로 인한 성장 저해 문제, 시장의 기능 회복 필요성 등에 대해 여러 차례 강조하였다. 최근 신년사에서는 "혁신적 경제활동을 저해하는 반칙행위에 대한 제재와 함께 경쟁제한적 규제개선 등 구조적 접근을 통해 혁신이 이루어지는 시장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ICT 전담팀 발족

특히 공정위는 최근 디지털 경제, 플랫폼 경제 등 글로벌 경쟁법, 경쟁정책의 높은 관심에 맞추어 2019년 말에 ICT 전담팀을 발족, 가동했다. 또 플랫폼, 모바일, IP, 반도체 등 분야별 분과를 신설하여 각 업계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ICT 분야 독과점 남용행위를 시정하고, 특허권을 이용한 불공정 행위, 반도체 제조사의 경쟁사업자 배제행위 등 혁신을 저해하는 반경쟁적 행위를 집중 감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나아가 향후 '플랫폼 분야 단독행위 심사지침' 등 법집행 기준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혁신을 저해할 수 있는 대기업의 기술 탈취, 유용 행위에 대한 감시, 제재를 강화할 것이며, 이미 자동차, 화학, 소프트웨어 분야 등의 기술탈취 관련 행위에 대한 집중 점검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논의가 계속되고 있어 기술탈취 행위 등의 형사처벌 가능성이 커질 수 있으며, 최근 중소벤처기업부의 적극적인 의무고발요청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5. 검찰의 공정거래분야 형사법 집행 강화

이미 공정위의 경성담합에 대한 전속고발권 폐지를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안 제출, 중소벤처기업부와 조달청의 의무고발요청권 등으로 인해 검찰이 공정거래분야에 직접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진 것은 사실이다. 특히 윤석열 검찰총장은 취임 이후 앞으로 공정거래법 위반사범을 '공정'에 대한 우리 사회의 근본적 신뢰를 해하는 중대 범죄로 간주하여 적극적으로 수사하겠다고 천명하였다. 예전과 같이 공정위의 조사와 고발이 없더라도 사안의 중대성에 따라서는 검찰이 선제적으로 수사에 나서는 상황도 예상된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기업 담합사건에 대한 원활한 형사 집행을 위한 수사준칙을 제정하여 시행할 예정인데 형사 자진신고자에 대한 형사처벌 면책 기준과 수사 지휘감독 구조, 별건수사 제한 원칙 등이 포함되어 있다고 알려졌다. 아직 수사준칙의 확정여부 및 구체적인 내용이 공식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공정위의 자진신고자에 대한 감면제도 운영고시와 유사하면서도, 검찰 수사준칙에는 법인이 아닌 개인 신고자에 대한 수사절차도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위 보도에 따르면, 신고인이 형법상 자수자 조항이나 공익신고자보호법에 따라 검찰에 담합 관련 자수를 할 경우 검찰이 수사를 하여 공정위에 고발할 것을 요청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형사처벌 리스크 대응 중요

기업 입장에서는 담합으로 인한 공정위의 시정조치 및 과징금 처분도 중요하지만, 검찰의 수사 및 형사처벌 리스크에 대한 대응도 상당한 중요한 이슈이므로 위와 같은 수사준칙이 현실에 실제 적용된다면 그동안 공정위에 대한 자진신고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관행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검찰이 공정위의 고발 또는 정보 없이 바로 담합에 대한 조사를 개시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지므로 공정거래 분야에서의 검찰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제 기업들로서는 공정위 이외에 검찰의 직접 수사, 중소벤처기업부와 조달청의 고발요청 등에 대한 관심도 가져야 할 것이다. 최근 조달청으로부터 제공받은 정부 조달 백신입찰 관련 자료를 근거로 검찰이 시작한 담합사건에 대한 압수수색을 포함한 대규모 조사경과를 보더라도, 이제는 공정거래 분야의 규제는 공정위가 한다는 고정관념은 버리고 검찰이 집행하는 형사절차가 바로 시작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대비해야 할 것이다.

2020년에도 공정위는 과거와 같이 적극적이고 활발한 법집행, 기업에 대한 조사 및 처분, 제도개선 등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부당내부거래, 갑을관계, ICT 분야 등에서의 기업에 대한 많은 조사가 진행될 것이며, 최근 경향에 비추어 최첨단 디지털 포렌식(forensic) 장비 및 전문인력을 통한 광범위하고 강도 높은 조사가 이루어질 것이다. 공정위가 2017년 대규모 인력 충원을 통해 포렌식 전담팀을 확대하였고, 검찰, 경찰, 국세청 등 다른 규제기관과 발을 맞추어 PC, 핸드폰 등에 대한 포렌식 조사에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을 고려하여 기업 역시 포렌식 조사시 유의점, 대응방법 등을 숙지하고 합리적인 범위, 방식으로 조사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 외에도 기존 방식의 시정조치, 과징금 부과 외에 분쟁조정을 통한 해결을 활성화하고 동의의결 제도를 적극활용하는 등 공정거래 문화 확산을 유도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사건이 발생하였을 때 다양한 관점에서의 해결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공정위는 그동안 국민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이슈에 대하여 선제적인 법집행을 하고 있으며, 시장상황 및 환경의 변화에 맞춘 다양한 규제를 하고 있다. 기업의 담당자 및 공정거래법 수범자들 또한 공정위의 2020년 정책 방향 및 변화하는 환경에 대하여 늘 관심을 가지고, 공정위가 언제 어떠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고 미리 대응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정영진 · 강동근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 youngjin.jung@kimch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