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중국고섬 분식회계' 못 막은 한화증권에 과징금 부과 적법
[증권] '중국고섬 분식회계' 못 막은 한화증권에 과징금 부과 적법
  • 기사출고 2020.02.29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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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공동주관사도 부실 실사 책임 져야"

투자자들에게 약 2100억원의 손실을 입힌 2011년 '중국고섬사태'와 관련해 중국고섬 상장의 공동주관사인 한화증권에 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적법하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상장 주관사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증권신고서 등의 중요사항에 관한 거짓 기재 등을 방지하지 못한 때에는 과징금 부과대상이 된다고 판단한 첫 판결이다.

대법원 제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2월 27일 한화투자증권이 "과징금 20억원의 부과처분을 취소하라"며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6두30750)에서 이같이 판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법무법인 광장이 한화증권을, 금융위원회는 법무법인 양헌이 항소심부터 대리했다.

중국고섬공고유한공사(중국고섬)는 2009년 9월 싱가포르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상장 주식을 원주로 하는 증권예탁증권이 2011년 1월 한국거래소에 상장됐으나 분식회계 사실이 발각되어 2개월 만에 거래가 정지됐고, 2013년 10월 감사인의 의견거절을 이유로 상장폐지됐다. 이로 인해 국내 투자자들이 입은 손실액은 약 2100억원. 조사 결과 중국고섬은 국내 주식시장 상장을 위해 2010년 12월 15일 금융위에 증권신고서를, 2011년 1월 11일까지 3차례에 걸쳐 정정신고서를 제출했으나, 현금 및 현금성자산 약 1016억원을 거짓으로 기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금융위가 대표주관사인 미래에셋대우(옛 대우증권)과 공동주관사인 한화투자증권에 '부실 실사'에 대한 책임을 물어 각각 과징금 20억원을 부과하자 한화투자증권이 소송을 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중국고섬 증권의 상장을 위한 증권의 평가, 인수조건의 결정 등은 대표주관회사인 대우증권이 수행하였고 원고는 계약서에 기재된 내용과 달리 실제로는 이러한 업무에 참여하지 않았으며, 대표주관회사인 대우증권으로부터 증권을 배정받은 인수인에 불과하므로 자본시장법에 규정된 과징금 부과대상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20억원의 과징금 부과를 취소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이러한 경우에도 발행시장의 문지기인 상장 주관사의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발행시장은 최초로 시장에 증권이 등장하는 공모발행이라는 점에서 그 증권의 가치평가가 어렵고, 투자판단에 필요한 정보가 부족한 경우가 많으며, 그 결과 투자자들이 증권시장에 대한 신뢰와 투자에 대한 확신을 가지기 어려운 특징이 있다"고 지적하고, "이 때문에 증권의 모집 · 매출은 발행회사가 직접 공모하기보다는 인수인을 통하여 간접공모를 하는 것이 통상인데, 그 이유는 발행회사로서는 인수인이 가지는 공신력에 의하여 공모가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공모 차질로 인한 위험을 부담하게 되는 보험자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고, 투자자들은 시장의 '문지기(Gatekeeper)' 기능을 하는 인수인의 평판을 신뢰하여 그로부터 투자판단에 필요한 정보의 취득 · 확인 · 인증 등을 용이하게 제공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이유로 자본시장법은 인수인이 증권신고서 등의 직접적인 작성주체는 아니지만 증권신고서나 투자설명서 중 중요사항에 관하여 거짓 기재 또는 기재누락을 방지하는데 필요한 적절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의무를 부과하고(자본시장법 71조 7호, 자본시장법 시행령 68조 5항 4호), 거짓 기재 또는 기재 누락으로 증권의 취득자가 손해를 입은 때에는 그 손해배상책임을 지우는 한편(자본시장법 125조 1항 5호), 그 위반행위에 대하여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는 때에는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자본시장법 429조 1항 1호, 430조 1항)"며 "자본시장법 시행령 135조 2항에 정한 '증권의 발행인으로부터 직접 증권의 인수를 의뢰받아 인수조건 등을 결정하는 인수인'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말미암아 발행인이 작성 제출한 증권신고서나 투자설명서 중 중요사항에 관하여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를 하거나 중요사항을 기재 또는 표시하지 아니한 행위를 방지하지 못한 때에는 과징금 부과대상이 된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자본시장법령의 규제 내용에 상관없이 원고가 실제로 주관회사로서의 업무를 수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과징금 부과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원심판단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판결은 인수인의 기능과 의무를 구체적으로 설시하고, 인수인이 발행시장의 문지기로서 부담하는 투자자 보호의무 및 그에 따른 책임에 관한 법리를 제시한 판결"이라며 "증권신고서의 거짓 기재 등에 관하여 주관회사에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최초의 판시"라고 판결의 의의를 설명했다.

대표주관사인 미래에셋대우에 대한 과징금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도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미래에셋대우의 손을 들어주었으나, 금융위가 상고해 현재 대법원에서 상고심이 진행되고 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