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노사가 포괄임금제 합의했어도 실제 다르게 지급했으면 무효"
[노동] "노사가 포괄임금제 합의했어도 실제 다르게 지급했으면 무효"
  • 기사출고 2020.02.28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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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포괄임금제 적용 엄격 해석…"통상임금 기초로 추가 법정수당 지급하라"

노사가 매월 일정액의 수당을 기본임금에 포함해 지급하는 포괄임금제에 합의를 했더라도 실제 업무에서 다르게 지급하고 있다면 포괄임금제가 성립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포괄임금제 적용에 대해 엄격히 해석한 판결이다.

버스회사에 패소 판결

대법원 제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2월 6일 허 모씨 등 인천 연수구에 있는 I버스회사에서 버스 운전기사로 근무하고 있는 8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소송의 상고심(2015다233579)에서 이같이 판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박치현 변호사가 원고들을 대리했다.

허씨 등은 상여금과 근속수당, 성실수당, 휴가비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며 2009년 9월부터 2012년 8월까지 이를 포함한 통상임금을 기초로 재산정한 법정수당액에서 기지급액과의 차액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I사는 "버스 운송사업의 특성상 연장근로, 야간근로, 휴일근로 등 추가근로가 당연히 발생할 수밖에 없어 미리 근로자들과 연장근로, 야간근로, 휴일근로시간을 약정하고 포괄임금제로 임금을 지급해 왔고 이를 단체협약과 임금협정 등에도 명시했다"며 "허씨 등에게 지급한 임금에는 근로기준법 규정에 의한 제수당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추가로 지급할 임금이 없다"고 맞섰다.

I사가 노조와 맺은 입금협정에는 '월 임금은 만근시의 제반 법정수당이 포함된 금액', '포괄임금방식에 의거 1일 19시간을 기준으로 산정하고 임금을 지급', '임금제도는 격일제 운행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수당을 포함한 포괄임금제로 하고, 임금조견표의 임금은 임금 지급의 편의를 위해 임금 항목을 구분한 것일 뿐이라는 점을 상호 인정' 등의 문구가 기재되어 있다.

대법원은 "포괄임금제에 관한 약정이 성립하였는지는 근로시간, 근로형태와 업무의 성질, 임금 산정의 단위,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의 내용, 동종 사업장의 실태 등 여러 사정을 전체적 ·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전제하고, "비록 개별 사안에서 근로형태나 업무의 성격상 연장 · 야간 · 휴일근로가 당연히 예상된다고 하더라도 기본급과는 별도로 연장 · 야간 · 휴일근로수당 등을 세부항목으로 나누어 지급하도록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급여규정 등에 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포괄임금제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단체협약 등에 일정 근로시간을 초과한 연장근로시간에 대한 합의가 있다거나 기본급에 수당을 포함한 금액을 기준으로 임금인상률을 정하였다는 사정 등을 들어 바로 위와 같은 포괄임금제에 관한 합의가 있다고 섣불리 단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원고들이 소속한 노동조합과 피고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체결한 임금협정서에는 기본급과는 별도로 연장근로수당, 야간근로수당 등을 세부항목으로 나누어 지급할 것을 정하고 있고, 각 임금협정서는 임금조견표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임금조견표는 근무일수에 따라 위 세부항목별 임금액과 그 합계를 표시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피고는 원고들에게 매월 급여명세서와 같이 임금을 지급하였는데, 급여명세서에도 세부항목을 구분하여 금액을 표시하고 있고, 급여명세서의 세부항목별 금액은 임금조견표의 세부항목별 임금액과 일치하므로, 피고는 실제로 임금협정서, 임금조견표, 급여명세서에 기재된 세부항목에 따라 원고들에게 임금을 지급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2009년부터 2012년까지의 임금협정에 따르면, 피고 소속 운전자들이 격일제 근무형태 하에서 1일 5회 정해진 노선을 운행함을 전제로 평균적인 1회 운행시간을 고려하여 1일 총 17시간(2009년, 2010년 임금협정) 또는 19시간(2011년, 2012년 임금협정)으로 근로시간을 사전에 정하고, 그중 연장근로시간 수와 야간근로시간 수도 함께 정하였고, 나아가 위 각 임금협정은 기본시급을 별도로 정하고 있으며, 이러한 기본시급을 기준으로 근로기준법상 가산율을 고려하여 위와 같이 정해진 연장근로시간 수와 야간근로시간 수에 따라 근무일수별 연장근로수당 및 야간근로수당을 산정한 다음 이를 월 임금액에 포함시키고 있다"며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임금협정상 임금 체계는 법정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는 약정 근로시간에 대한 사전 합의를 전제로 월별 근무일수에 따른 기본급과 위 약정근로시간 등에 대한 제 수당 금액을 합산하여 월별 보수를 지급하는 형태에 불과할 뿐, 포괄임금제에 관한 합의를 포함하고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따라서 "명시적으로 포괄임금약정이 성립하였다고 판단한 다음 통상임금을 재산정하는 데 따른 추가법정수당의 지급을 구하는 원고들의 청구를 배척한 원심에는 포괄임금약정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피고 회사가 노조와 맺은) 각 임금협정서에 '상기 월 임금에는~만근시의 제반 법정수당이 포함된 금액이며(2009년, 2010년 임금협정서)', '포괄임금방식에 의거 1일 19시간을 기준으로 산정하고 임금을 지급(2011년 임금협정서)', '임금제도는 격일제 운행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수당을 포함한 포괄임금제로 하고, 임금조견표의 임금은 임금 지급의 편의를 위해 임금 항목을 구분한 것일 뿐이라는 점을 상호 인정(2012년 임금협정서)' 등의 문구가 기재되어 있기는 하나, 위와 같은 기재 부분은 피고의 임금 지급 실무와 일치하지 아니한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