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친생자로 출생신고하고 50년 넘게 부자관계로 지냈으면 입양 효력 인정"
[가사] "친생자로 출생신고하고 50년 넘게 부자관계로 지냈으면 입양 효력 인정"
  • 기사출고 2020.02.24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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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가법] 아버지가 낸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訴 각하

자신과 성관계를 맺은 여성의 아이를 친생자로 출생신고하고 50년 넘게 부모 자식 관계로 지내왔다면 입양으로서의 효력이 인정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부산가정법원 가사2부(재판장 이일주 부장판사)는 1월 8일 A씨가 자신의 아들로 출생신고하고 50년 넘게 부모 자식 관계로 지내온 B씨를 상대로 "친생자관계가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하라"며 낸 소송의 항소심(2019르92)에서 이같이 판시하고, 소 각하 판결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젊은 시절 피고의 어머니와 성관계를 가진 적이 있었는데, 뒤늦게 B씨의 어머니가 B씨를 임신한 채로 찾아와 A씨의 자녀라고 하자 A씨는 B씨가 자신의 친생자가 아님을 알면서도 B씨가 태어난지 약 10년이 지난 1969년 B씨에 대한 출생신고를 하고, 족보에 B씨를 자신의 장남으로 올렸다.

A씨는 B씨를 실제로 키우고 있던 자신의 어머니에게 양육비와 교육비를 지급하였고, 1983년경 B와 C(여)씨의 결혼식에도 혼주로 참석했다. B씨는 1999년경 A씨의 부인이 사망하자 A씨의 지시에 따라 상주 역할을 하였고, 약 10년 전부터는 A씨를 대신하여 A씨 부모님의 제사를 모시고 있을 뿐만 아니라 명절 차례도 지내는 등 집안의 대소사를 주관하고 있다. 또 B씨는 A씨를 위해 교통사고 합의금을 대신 지급하거나 차량을 구매해주었고, A씨가 거주하던 국유지에 대한 사용료가 연체되자 10년 동안의 사용료를 대납하였으며, A씨가 뇌경색이나 폐렴으로 입원하였을 때 치료비를 전액 부담하였을 뿐만 아니라 C씨가 A씨를 간호했다. 나아가 A씨의 또 다른 자녀가 결혼할 때 축의금 명목으로 500만원을 지원하였고, 이 자녀의 부탁으로 거액의 돈을 빌려준 뒤 돌려받지 못했으나 변제를 독촉하지는 않았다. A씨는 B씨가 출생한 후부터 이 소송을 제기할 때까지 약 60년간 B씨 본인을 비롯하여 다른 친족들에게 B씨가 자신의 친생자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2018년 유전자 검사 결과 A씨와 B씨 사이에는 친생자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재판부는 먼저 대법원 판결(2009므4099 등)을 인용, "당사자가 양친자관계를 창설할 의사로 친생자 출생신고를 하고 거기에 입양의 실질적 요건이 모두 구비되어 있다면 그 형식에 다소 잘못이 있더라도 입양의 효력이 발생하고, 양친자관계는 파양에 의하여 해소될 수 있는 점을 제외하고는 법률적으로 친생자관계와 똑같은 내용을 갖게 되므로 이 경우의 허위의 친생자 출생신고는 법률상의 친자관계인 양친자관계를 공시하는 입양신고의 기능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지만, 여기서 입양의 실질적 요건이 구비되어 있다고 하기 위하여는 입양의 합의가 있을 것, 15세 미만자는 법정대리인의 대낙이 있을 것, 양자는 양부모의 존속 또는 연장자가 아닐 것 등 민법 883조 각호 소정의 입양의 무효사유가 없어야 함은 물론 감호 · 양육 등 양친자로서의 신분적 생활사실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는 것으로서, 입양의 의사로 친생자 출생신고를 하였다 하더라도 위와 같은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에는 입양신고로서의 효력이 생기지 아니한다"고 밝혔다.

이어 "먼저 (원고의) 친생자출생신고 자체가 입양의 의사를 추단하게 하는 정황이라고 볼 수 있는데, 원고는 피고가 자신의 친생자가 아님을 알면서도 피고가 태어난지 약 10년이 지나 직접 피고에 대한 출생신고를 하였을 뿐만 아니라 피고의 양육비와 교육비를 부담하였고, 피고가 자신의 장남으로서 집안의 대소사를 주관하도록 하였으며, 지금까지 피고로부터 각종 경제적 지원을 받아오는 등 피고와 5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부모와 자식으로서의 관계를 맺어온 바, 원고에게는 피고와 양친자 관계를 맺으려는 입양의 의사가 있었고, 두 사람 사이에는 사회통념상 부자관계로 인정할 만한 양친자로서의 신분적 생활사실도 갖추어졌다"고 지적하고, "나아가 15세 미만자를 입양할 경우 법정대리인의 대낙도 필요한데, 어린 피고를 원고에게 맡긴 피고의 어머니에게도 입양에 대한 승낙의사가 있었다고 판단되며, 설사그렇지 않더라도 피고가 15세가 된 후 이 사건 소가 제기되어 원고와 생물학적인 혈연관계가 없음이 판명되었음에도 여전히 부자 관계를 유지하기를 희망하고 있으므로, 피고는 입양을 추인하였다고 볼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원고와 피고 사이에는 입양의 실질적인 요건이 구비되어 있었으므로, 원고의 피고에 대한 출생신고는 입양신고로서의 효력을 갖고, 원고와 피고 사이에는 유효한 양친자관계가 성립하며, 원고와 피고 사이에 파양에 의하여 양친자관계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유가 없는 이상 원고에게는 친생자관계의 부존재확인을 구할 이익이 없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