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부당해고 소송 중 정년 넘겼어도 부당해고 여부 판단해야"
[노동] "부당해고 소송 중 정년 넘겼어도 부당해고 여부 판단해야"
  • 기사출고 2020.02.21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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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전합] "미지급 임금 받을 이익 있어"…종전 판례 변경

근로자가 부당해고 여부를 놓고 회사와 소송을 벌이던 도중 정년에 이르거나 근로계약기간이 만료하는 등의 사유로 원직에 복직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된 경우에도, 법원이 소송을 각하하지 말고 부당해고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복직은 안 되더라도 해고기간 중 미지급 임금은 받을 수 있는 만큼 법원이 판단해줘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조희대)은 2월 20일 상시 7명의 근로자를 고용하여 잡지 발간 및 공무원 교육사업 등을 하는 업체에서 근무하다가 해고된 조 모씨가 "부당해고를 인정하지 않은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의 상고심(2019두52386)에서 이같이 판시, 조씨가 정년이 도래해 정년퇴직되었다는 이유로 소 각하 판결한 원심을 깨고, 1심 판결을 취소한 후, 사건을 서울행정법원으로 되돌려보냈다.

회사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부소장으로 근무하다가 2016년 12월 해고된 조씨는 부당해고라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하고, '원직복직' 대신 해고기간 중의 임금 상당액의 금품지급명령을 요구했다. 그러나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해고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 구제신청을 기각하고, 중노위도 같은 이유로 조씨의 재심신청을 기각하자 조씨가 소송을 냈다.

문제는 조씨가 회사와의 소송 도중 정년에 도달했다는 점이었다. 취업규칙에 정년 규정이 없던 회사는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던 2017년 9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취업규칙을 개정하면서 만 60세에 도달하는 날을 정년으로 하는 규정을 신설하고, 개정 규칙 시행일인 2017년 10월 1일 이전에 입사한 직원에게도 적용하기로 했는데, 조씨는 시행일 당시 이미 60세를 넘긴 상태였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조씨는 정년의 도래로 당연퇴직함에 따라 종전 근로자 지위를 회복하거나 이를 대신하는 금전보상 명령이 불가능하게 되었다"며 소 각하 판결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부당해고 구제명령제도에 관한 근로기준법의 규정 내용과 목적 및 취지, 임금 상당액 구제명령의 의의 및 그 법적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근로자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여 해고의 효력을 다투던 중 정년에 이르거나 근로계약기간이 만료하는 등의 사유로 원직에 복직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된 경우에도 해고기간 중의 임금 상당액을 지급받을 필요가 있다면 임금 상당액 지급의 구제명령을 받을 이익이 유지되므로 구제신청을 기각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을 다툴 소의 이익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부당해고 구제명령제도는 부당한 해고를 당한 근로자에 대한 원상회복, 즉 근로자가 부당해고를 당하지 않았다면 향유할 법적 지위와 이익의 회복을 위해 도입된 제도로서, 근로자 지위의 회복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며 "해고를 당한 근로자가 원직에 복직하는 것이 불가능하더라도, 부당한 해고라는 사실을 확인하여 해고기간 중의 임금 상당액을 지급받도록 하는 것도 부당해고 구제명령제도의 목적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또 "노동위원회는 부당해고가 성립한다고 인정되면 부당해고임을 확인하고 근로자를 원직에 복직시키고, 해고기간 동안 정상적으로 근로하였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구제명령을 하고 있는데, 부당한 해고를 당한 근로자를 원직에 복직하도록 하는 것과, 해고기간 중의 임금 상당액을 지급받도록 하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우월한 구제방법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근로자를 원직에 복직하도록 하는 것은 장래의 근로관계에 대한 조치이고, 해고기간 중의 임금 상당액을 지급받도록 하는 것은 근로자가 부당한 해고의 효력을 다투고 있던 기간 중의 근로관계의 불확실성에 따른 법률관계를 정리하기 위한 것으로 서로 목적과 효과가 다르기 때문에 원직복직이 가능한 근로자에 한정하여 임금 상당액을 지급받도록 할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위와 같은 법리는 근로자가 근로기준법 30조 3항에 따라 금품지급명령을 신청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와 달리 근로자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기각한 중노위의 재심판정에 대해 소를 제기하여 해고의 효력을 다투던 중 다른 사유로 근로관계가 종료한 경우 소의 이익이 소멸된다는 취지로 판단한 종전 판결을 비롯하여 같은 취지의 판결은 이 판결과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이를 변경하기로 했다.

대법원은 "원고가 당연퇴직하였으므로 종전 근로자 지위를 회복하거나 이를 대신하는 금품지급명령이 불가능하다는 등의 이유로 원고에게 소의 이익이 없다고 보아 소를 각하한 1심 판결을 정당하다고 판단한 원심에는 잘못이 있다"고 판시하고, "원심판결을 파기하기로 하되, 이 사건은 대법원이 직접 재판하기에 충분하므로 자판하기로 한다"며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사건을 1심 법원으로 되돌려보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