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노조 자문변호사가 변호인 선임서 없이 검사실 방문해 '노조원 불구속 선처' 피력…견책 적법
[행정] 노조 자문변호사가 변호인 선임서 없이 검사실 방문해 '노조원 불구속 선처' 피력…견책 적법
  • 기사출고 2020.02.19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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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단순한 사건 문의 넘어 변호 해당"

법률사무소를 운영하며 노동조합에 자문하고 있는 변호사가 변호인 선임서나 위임장 없이 경찰의 수사를 지휘하는 검사를 찾아가 "불구속 선처를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행정법원 제4부(재판장 조미연 부장판사)는 1월 21일 변호사 선임서 미제출 변호를 금지하는 변호사법 29조의2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이 변호사에게 견책의 징계를 내린 적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견책의 징계처분을 받은 A변호사가 "견책 처분을 취소하라"며 법무부 변호사징계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2019구합71776)에서 A변호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변호사법 29조의 2는 "변호사는 법원이나 수사기관에 변호인 선임서나 위임장 등을 제출하지 아니하고는 재판에 계속 중인 사건이나 수사 중인 형사사건(내사 중인 사건을 포함한다)에 대하여 변호하거나 대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원고는 담당 검사가 검사실 방문을 사전에 허락하였다고 주장하나, 원고는 담당 검사와 사전에 약속을 하지도 아니하고 검찰청에 직접 방문하였고, 담당 검사의 허락을 받았는지를 묻는 방호경위에게 용건이 있다고만 답하였을 뿐 구체적인 방문 경위를 밝히지 않았으며, 방문리스트에도 방문 목적이 '변호사 변론'이 아닌 '사건문의'로 기재되어 있었다"고 지적하고, "이러한 상황에서 담당 검사가 원고의 검사실 방문을 허락하였다 하여 변호사 선임서를 제출하지도 않은 원고에게 피의자에 대한 변호의 기회를 부여하였다고 볼 수는 없고, 설령 담당 검사의 사전 허락이 있었다고 하여도 이로써 원고의 변호사 선임서 제출 의무가 면제된다고 볼 수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형사사건에서의 '변호'란 변호사가 형사사건에서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이익을 위하여 하는 일체의 행위를 의미하는데, 원고는 담당 검사실에 방문하여 담당 검사에게 피의자 B씨가 피해자와 합의를 할 예정이라는 점과 불구속의 선처를 바란다는 의사를 피력하였는데, 이러한 원고의 행위는 단순한 사건 문의를 넘어서는 형사변호사의 피의자 변호에 해당함이 명백하므로 , 원고가 위와 같은 행위에 있어 변호사법 29조의2를 위반하려는 고의가 존재하지 아니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며 "원고의 행위는 변호사법 29조의2를 위반한 것으로 변호사법 91조 2항 1호가 정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원고는 노조 지부의 자문변호사이기는 하였으나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위 노조 조합원인 B씨의 형사사건을 위한 변호까지 당연히 수임하였다고 볼 수는 없고, 원고가 담당 검사를 방문할 당시 변호인 선임서를 제출하기 어려운 사정이 존재하였다는 근거로 들고 있는 「희생자 구제기금 운영규정」은 상급 노조의 내부규정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그 내용 또한 조합원이 구속되거나 검사가 조합원을 정식기소한 경우 노동조합이 소속 조합원의 변호사 선임비 등을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에 불과하여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원고가 조합원에 대한 변호인 선임서를 미리 제출하기 어려웠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비록 원고가 피의자가 소속된 노조의 자문변호사였고, 사후에 피의자에 대한 변호인 선임서를 제출하였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원고의 행위는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과 신뢰성을 훼손할 수 있는 비위행위임이 명백하다"며 "원고가 주장하는 여러 사정들을 고려하더라도, 견책 처분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게 부당한 것으로서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재량권을 일탈 · 남용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변호사법 29조의2는 단순히 변호사의 탈세를 방지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사건수임 및 변호사 활동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법조비리를 근절하여 법조 전반의 대한 국민의 신뢰를 도모할 목적으로 제정된 것이다.

한 노동조합의 자문변호사인 A변호사는, 2017년 9월 28일 오후 4시쯤 변호인 선임서나 위임장 없이 이 노조의 지부장 B씨에 대한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담당 검사실을 방문해 자신을 '노조 자문 변호사'라고 소개하고, 이에 검사가 선임을 정식으로 하였는지를 묻자 앞으로 영장 심사가 있으면 정식으로 선임을 할 것이라고 답변하면서 "피의자들이 피해자들과 합의를 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A변호사는 이어 담당 검사실을 나오면서 "경찰서가 구속신청을 하려고 한다고 한다. 불구속의 선처를 바란다"고 말했다. A변호사는 그러나 검사실 방문 전 미리  검사와 시간 약속을 하거나 방문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는 없다.

B씨는 2017년 6월 20일 경산시에서 조합원 약 1000여명과 함께 집회를 했다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재물손괴등 · 공동상해),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서의 조사를 받고 있었고, 이 경찰서는 검찰로부터 수사지휘를 받고 있었다. B씨는 9월 19일경 수사경찰로부터 출석요구를 받고 A변호사와 상담을 하였다.

이에 해당 검찰청 검사장이 A변호사에 대한 징계개시를 신청, 대한변협 변호사징계위가 변호사 선임서 미제출 변호를 금지하는 변호사법 29조의2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과태료 100만원의 징계처분을 내리자, A변호사가 법무부 변호사징계위에 이의신청을 내 견책 처분으로 감경되었으나 이마저도 취소하라며 소송을 냈다. 견책은 '전과에 대하여 훈계하고 회개하게 하는 것'으로서 변호사법 90조가 규정하고 있는 징계의 종류 중 가장 가벼운 징계에 해당한다. A변호사는 2017년 10월 11일 경찰서에 B씨에 대한 변호인 선임서를 제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