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다른 사람 험담했어도 전파가능성 없으면 명예훼손 무죄"
[형사] "다른 사람 험담했어도 전파가능성 없으면 명예훼손 무죄"
  • 기사출고 2020.02.17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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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전파가능성 용인하는 의사도 있어야"

대법원 제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1월 30일 처남의 부인과 아들에 대해 험담을 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2016도21547)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춘천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전파가능성이 없어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인 공연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새빌이 A씨를 변호했다.

A씨는 처남이 사망한 후 처남이 관리해주던 처남의 지인 B(여)씨가 가지고 있던 대여금채권의 채무자 2명에게, "처남이 병실에 누워있는 자리에서 부인과 아들이 재산문제로 크게 다투었다", "부인이 처남을 간호하지도 않고 치료받지도 못하게 하였으며 병원비도 내지 않았다. 부인과 아들이 함께 처남의 재산을 모두 가로챘다"고 험담한 혐의로 기소되어 1, 2심에서 벌금 500만원이 선고되자 상고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처남이 사망한 후 처남이 관리하던 5억원 가량의 대여금채권의 정당한 권리자가 B씨인지 아니면 처남의 상속인인 부인과 아들인지 다툼이 발생했다.

대법원은 먼저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인 공연성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하는데, 반드시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동시에 인식할 수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므로 비록 개별적으로 한 사람에 대하여 사실을 유포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로부터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의 요건을 충족한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이와 달리 전파될 가능성이 없다면 특정한 한 사람에 대한 사실의 유포는 공연성이 없다"고 밝혔다. 또 "전파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는 발언을 하게 된 경위와 발언 당시의 상황, 행위자의 의도와 발언 당시의 태도, 발언을 들은 상대방의 태도, 행위자 · 피해자 · 상대방 상호간의 관계, 발언의 내용, 상대방의 평소 성향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하여 구체적인 사안에서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지적하고, "전파가능성을 이유로 명예훼손죄의 공연성을 인정하는 경우에도 범죄구성요건의 주관적 요소로서 공연성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필요하므로 전파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음은 물론 나아가 그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말을 들은) 채무자 2명은 피고인이나 피해자들과 알지 못하던 사이였고, 다만 피고인의 처남이 사망하자 처남이 관리하던 두 사람에 대한 채권의 채권자가 B씨인지 아니면 처남을 상속한 피해자들인지에 관한 분쟁이 발생하여 그 과정에서 서로를 알게 되었을 뿐"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두 사람이 위와 같이 알게 된 피고인의 발언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알릴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발언한 경위와 내용, 발언 당시의 상황, 피고인과 두 채무자 또는 피해자와 두 채무자와의 관계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발언이 전파가능성이 있었다거나 피고인에게 전파가능성에 대한 인식과 그 위험을 용인하는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A씨는 무죄라는 것이다.

대법원에 따르면, 피고인의 말을 들은 두 사람은 피해자들 이외에는 피고인의 발언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한 바가 없고, 피해자들은 이 두 사람과 통화하면서 피고인이 위와 같이 발언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