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미납 관리비 독촉하다가 현관 안쪽 한 두 걸음 들어갔어도 주거침입 무죄"
[형사] "미납 관리비 독촉하다가 현관 안쪽 한 두 걸음 들어갔어도 주거침입 무죄"
  • 기사출고 2020.02.06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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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법]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상당성 있는 행위"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대표가 아파트 주민과 관리비 납부 문제로 논쟁을 벌이다가 열린 현관문 안쪽으로 한 두 걸음 정도 들어갔다. 주거침입에 해당할까.

울산지법 송명철 판사는 1월 7일 관리비를 미납한 집의 현관문 안쪽으로 한 두 걸음 정도 들어갔다가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경북 양산시에 있는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 대표 A(68)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2019고정562).

경북 양산시에 있는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 대표인 A씨는 2019년 3월 7일 회의를 마친 후인 오후 3시 15분쯤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 중 일부와 함께 관리비 지급과 폐기물 처리를 독촉하기 위해 B씨의 집을 찾아갔다. B씨의 집은 아파트 복도와 연결되는 현관문 안쪽으로 신발을 벗는 공간이 있고, 거실로 출입하는 중문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A씨가 방문할 당시 현관문은 열린 상태였다.

A씨는 열린 현관문 밖 아파트 복도에서 "계십니까"라고 여러 차례 물어보며 안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였고, 한참 후에 B씨가 중문 쪽으로 나왔다. 이에 A씨가 미납 관리비를 낼 것인지를 확인하고, 폐기물을 처리해 줄 것을 독촉했으나, B씨가 입주자대표회의의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고 하자 A씨가 재차 관리비 납부와 폐기물 처리를 요구하였고, 그 과정에서 현관문 안쪽 신발을 벗는 공간까지 들어갔다가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됐다.

사건 당시 B씨가 사는 세대의 관리비 연체금은 220만원이 넘을 정도로 금액이 크고, 계속해서 미납 금액이 누적되는 상황이었으며, 폐기물 적재 문제도 발생하여 입주자대표회의와 B씨 사이의 갈등이 법적 분쟁으로까지 치닫게 되는 상황이었다

송 판사는 "피고인이 현관문 안쪽 신발을 벗는 공간까지 들어가게 된 것은 B가 별다른 근거 없이 막연히 관리비를 납부하거나 폐기물을 처리하지 않겠다고 말할 뿐 대화를 기피하며 문제를 해결할 뜻을 전혀 비치지 않았기에 B의 태도를 지적하고 항의하는 차원에서 한 행동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이 위와 같이 B의 집 현관문 안 공간까지 들어간 것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상당성이 있는 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송 판사는 "피고인은 열린 현관문 안쪽으로 불과 몇 십cm 정도 들어갔을 뿐이고, 그 밖에 중문을 넘어 거실 안까지 들어가려는 시도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주거의 평온을 침해할 만한 특별한 행동을 한 바 없다"며 "특히 당시 피고인 외에도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들 여럿이 현관문 주위에 머물면서 동영상 촬영까지 하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기에 피고인이 무리하게 집 안까지 억지로 침입하며 분란을 일으킬 이유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송 판사는 "B 역시 피고인이 현관문 안쪽으로 들어오는 것을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제지하지는 않았고, 피고인과 고성이 오가며 감정이 격화되자 비로소 피고인을 밀치며 밖으로 내쫓은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동은 아파트의 원활한 관리를 위해 입주자대표회의 대표로서 행한 조치로서 그 수단과 방법에 있어서 상당성이 결여되었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나아가 피고인이 단지 현관문 안쪽으로 한 두 걸음 정도 들어간 행동으로 인하여 B의 주거의 평온이 심각하게 침해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