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Law Talk] 삼성 준법감시위에 대한 기대와 우려
[리걸타임즈 Law Talk] 삼성 준법감시위에 대한 기대와 우려
  • 기사출고 2020.01.31 07:3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준법감시위 양형조건 참작에 신중한 논의 필요"

2월중 본격 출범할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에 대해 여러 논란이 일고 있다. 준법감시제도가 실효적으로 운영되면 기업집단의 지배주주, 즉 재벌총수의 위법행위에 관한 양형조건으로 참작될 수 있는가? 서울고법 형사1부는 최근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의 횡령과 배임 등 사건의 항소심 재판에서 "최대주주나 최고경영진이 회사를 상대로 범행을 저지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준법감시실을 신설"한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한 바 있다.

미연방 양형기준은 법인 대상

이에 대한 근거로 거론되는 미국 연방 양형기준 제8장은 그 제목이 "SENTENCING OF ORGANIZATION"으로 개인이 아닌 조직(법인)을 대상으로 한다. 그 내용을 보면 기소된 법인이 범죄행위가 있었던 시점에 실효적으로 작동하는 준법감시 · 윤리 프로그램이 있었다면 벌금 수위를 정하는 과실점수를 깎아준다고 규정하고 있다.

◇선재성 변호사
◇선재성 변호사

그런데 위 조항의 뒷부분에는 "조직의 고위 임원이 범죄에 가담하거나 범죄행위를 묵인한 경우 앞의 감경사유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을 뿐 아니라, "종업원이 5000명 이상인 조직에서 고위 임원이 범죄에 가담하거나 범죄를 용인한 경우는 과실점수를 가중한다"고 하고 있다.

법인에 대한 이러한 양형조건 참작은 우리나라 법률체계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 현행 양벌규정 조항은 법인의 준법감시조직이 제대로 작용하고 있었는지 여부를 처벌조건으로 삼고 있으므로, 당연히 준법감시조직 운영의 실효성이 법인에 대하여 병과되는 벌금액의 선고에는 양형조건이 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이러한 준법감시조직의 운영이 최대주주나 최고경영진이 회사에 피해를 끼친 배임, 횡령죄나 공공부패인 뇌물공여죄의 양형에 유리하게 적용될 조건에 해당한다는 점에 대하여는 아무런 이론적 근거가 없다. 오히려 준법감시조직이 있었을 경우 그 조직이 형식적으로 운영되었거나 준법감시조직의 제지를 무시하고 위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증거가 될 뿐이고, 범죄 이후에 준법감시조직을 설치한 사실 자체가 감형요소로 작용할 수 없음은 당연하다.

'범행 후의 정황'으로 참작 가능

다만 회사집단이 지배주주의 소유가 아니라 주주일반, 근로자, 정부, 소비자 등 이해관계인의 이익을 위한 집단임을 전제로 준법감시조직이 지배주주나 최고경영진의 위법 · 부당행위를 감시하고 이를 앞서 본 이해관계인에게 알려 시정을 요구하고 고발하는 권한을 실질적으로 행사하도록 설계되고 효율적으로 운영된다면 형법 제51조 4호가 정한 양형의 조건인 '범행 후의 정황'으로 참작될 수는 있을 것이다.

향후 준법감시위가 지배주주나 최고경영진으로부터 기업 및 다수의 이해관계인을 보호하는 조직으로 실효성 있게 운영되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준법감시위의 운영을 기업집단의 지배주주의 회사의 재산 및 부패범죄에 대한 양형조건으로 참작하는 데 신중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선재성 변호사(호반건설 법무실장, sunjas@ihob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