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칼럼] 통신시장에서의 독행기업 논의
[리걸타임즈 칼럼] 통신시장에서의 독행기업 논의
  • 기사출고 2020.02.03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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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verick 사라지면 손해…기업결합 심사기준 등 반영 기대"

2020년 가장 기대되는 영화 중 하나는 30여년만에 나오는 탑건의 속편 "탑건 매버릭"이다. 탐 크루즈가 연기하는 매버릭 대령의 캐릭터는 영어 명사인 maverick의 사전적인 의미인 "A person who thinks and acts in an independent way, often behaving differently from expected or usual way"와도 잘 어울려 훌륭한 조종 실력과 공적에도 장군에 진급하지 못한 그가 영화 속에서 또 어떤 예상치 못한 행동으로 스토리를 이끌어 갈지 궁금증을 갖게 한다.

미 기업결합 가이드라인에 규정

사실 Maverick이란 용어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 분야에서도 종종 등장하는 단어다. 미국 법무부의 수평적 기업결합 가이드라인에서는 경쟁제한성을 판단함에 있어 Maverick firm을 제거하여 경쟁을 감소시키는지를 검토한다고 규정하면서 Maverick firm을 "a firm that plays a disruptive role in the market to the benefit of customers"이라고 예시하고 있다. 실제 미국 및 EU의 다수의 기업결합 심사에서는 기업결합의 대상 기업이 Maverick인지를 검토하는 부분이 종종 등장하는데, 우리나라의 방송통신 기업간의 M&A에서도 Maverick에 대한 논의가 뜨거웠다. 이하에서는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검토되었던 "독행기업" 논의와 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 그리고 방송통신 M&A에서의 독행기업 논의를 정리해 보고자 한다.

◇이현규 변호사
◇이현규 변호사

우리나라 통신시장에서 독행기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 진 것은 2016년 SKT가 CJ헬로비전을 인수하여 SKB와 합병하는 기업결합 심사과정에서다. CJ헬로비전은 케이블TV가 주력 사업 분야였지만, 이와 함께 MVNO사업을 수행하고 있었다. MVNO는 가상이동 통신망사업자를 의미하는데, SKT, KT, LGU+와 같은 MNO(Mobile Network Operator)와 달리 실제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MNO의 네트워크를 이용하여 이동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를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알뜰폰"으로 잘 알려져 있고, 이동통신사의 서비스를 재판매하는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CJ헬로비전을 독행기업으로 판단

공정거래위원회 의결서에 따르면, 당시 MNO 3사의 시장점유율은 89.8%이고, MVNO의 시장점유율은 10.2%로, MVNO에서 1위 사업자였던 CJ헬로비전은 이동통신시장(공정거래위원회는 MNO와 MVNO의 소매시장을 동일한 이동통신 소매시장으로 획정하였다) 전체에서는 큰 점유율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CJ헬로비전이 MVNO 중 가장 많은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사업자로서 이동통신 소매시장에서 독행기업(Maverick)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와같은 기업이 제거되는 것은 경쟁제한 우려가 크다고 판단하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동 의결서에서 "독행기업(Maverick)이란 시장점유율은 작지만 수요자의 이익을 위해 가격 인하, 혁신 등을 주도하며 시장의 경쟁을 활성화하는 사업자로서, 결합 상대회사가 독행기업인 경우에는 결합으로 인하여 경쟁이 실질적으로 제한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CJ헬로비전을 독행기업으로 판단한 근거는 MNO 3사와 경쟁할 수 있는 LTE 요금제를 MVNO 최초로 출시한 점, 아이폰5 같은 최신기기 도입, 유일한 대기업 계열 MVNO로 제휴를 통해 방송콘텐츠 융합상품 출시한 점 등을 들었다. 따라서 "이 사건 기업결합으로 증가되는 시장점유율이 알뜰폰시장의 1위 사업자로서 이동통신 소매시장에서 독행기업으로 역할한 CJ헬로비전의 점유율임을 고려할 때, 단독의 경쟁제한 우려가 크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독행기업으로서 MNO 3사를 견제할 수 있는 유력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이 MNO의 계열사가 됨에 따라, MNO 3사가 알뜰폰시장의 현상유지 내지 축소 방향으로 협조하여 공동행위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판단하여, 시장의 집중상황, 독행기업 인수에 따른 단독의 경쟁제한행위 가능성, 경쟁사업자간 공동행위 가능성 등 측면에서 이동통신 소매시장에서의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였다. 결국 2016. 7. 18. 공정거래위원회는 방송시장 등 다른 시장에서도 경쟁제한성 우려가 있다고 판단 SKT, SKB와 CJ헬로비전의 기업결합을 금지하였다.

비비티 테크놀로지도 독행기업 해당

공정거래위원회가 독행기업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선례는 그 이전에도 있었다. 2012. 2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웨스턴 디지털 코포레이션과 비비티 테크놀로지 엘티디간 기업결합 심사과정에서, "결합 상대회사가 결합 이전에 상당한 초과생산능력을 가지고 경쟁사업자들의 공동행위를 억제하는 등의 경쟁적 행태를 보여 온 사업자, 소위 독행기업(Maverick)인 경우에는 그 결합으로 인하여 경쟁이 실질적으로 제한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즉, 독행기업은 다른 경쟁사업자들과 달리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하여 가격인하 등 적극적인 경쟁 행태를 취하기 때문에 공동행위에 참여하기 어렵고, 독행기업의 존재로 인하여 다른 사업자들이 쉽게 공동행위를 하지 못하는 효과도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하며, 비비티 테크놀로지 엘티디가 독행기업에 해당한다는 점을 해당 시장에서 공동행위 가능성이 증가한다고 판단한 근거 중 하나로 제시하였다.

이보다도 전인 2006.11월에도 공정거래위원회는 주식회사 신세계와 월마트코리아 주식회사의 기업결합 건에서, 지리적 시장 획정 결과 인천, 부천 지역의 경우 "결합 전 월마트는 이 지역 내에 3개의 지점을 골고루 분포시킴으로써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시장점유율(8.0%)을 갖고 있었다. 따라서 상위 4사가 당해 지역에서 가격경쟁을 자제하기로 합의하더라도 월마트가 유력한 대체적 경쟁사업자로서 존재하므로, 이 시도는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았다. 이 사건 결합은 이 지역에서 이처럼 잠재적 '독행기업'(Maverick firm)을 사라지게 함으로써 경쟁사업자간 협조 효과의 가능성을 높이게 되어 경쟁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해당 지역의 점포를 제3자에 매각하도록 명령하였다. 동 의결서에서는 "독행기업"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없었지만, 결국 사업자간 협조행위를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 사업자를 독행기업으로 보았는데, 동 시정명령은 취소소송으로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되었다.

법원, 공정위 매각명령 취소

서울고등법원은 주식회사 신세계와 월마트코리아 주식회사의 기업결합에 대한 시정명령 취소소송에서 공동행위 가능성에 대한 공정위 판단에 대하여, 월마트의 경우 "2003년부터 2005년까지 매출액 증가율은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고, 영업이익률도 대부분 적자를 내고 있어 장래에 잠재적 독행기업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대형할인점 업계는 상위 5개사가 계속 변경되어 왔고, 그 간 부당한 공동행위로 제재 받은 적이 없는 점 등을 근거로 경쟁제한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공정거래위원회의 매각명령을 취소하였다.

다시 통신시장으로 돌아와서 2019년에는 2016년도에 공정거래위원회가 독행기업으로 판단하였던 CJ헬로에 대한 M&A가 LGU+에 의해 진행되었다. 자연스럽게 다시 "독행기업" 논의가 이루어졌고 독행기업인 CJ헬로를 상위 사업자인 MNO가 인수하는 것은 경쟁을 제한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사건 기업결합으로 증가되는 시장 점유율은 1.2%p에 불과하므로 경쟁제한 우려는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최근 CJ헬로의 가입자수 및 점유율 감소 추세, 매출액 증가율 감소 추세 및 영업이익 적자, MVNO 시장 자체의 경쟁력 약화 추세 등을 고려할 때 현 시점에서 CJ헬로의 독행기업성이 크게 약화되었다. 설령 CJ헬로의 독행기업성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법상 경쟁제한성 추정요건에 해당하지 않고 안전지대에 해당하는 점, LG유플러스의 시장에서의 지위와 1위 및 2위 사업자와의 격차 등을 고려할 때 경쟁제한 우려는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였다. LGU+가 3위 사업자로 1위 사업자였던 2016년도와 달리 경쟁제한성이 추정되지 않았다는 점이 주요 판단 요소일 수도 있으나, CJ헬로의 독행기업 여부에 대한 판단에서 매출액 증가율 감소 추세 및 영업이익 적자 등을 고려하여 독행기업성을 판단한 점은 법원이 이러한 지표를 통해 향후 독행기업으로의 역할 가능성을 고려했던 부분과 일치한다.

협조효과 가능성 검토하는 한 요소

그 간의 공정거래위원회 심결과 법원 판결 등으로 독행기업에 대한 개념이 우리나라의 기업결합 심사에서도 어느 정도 정립이 된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시장점유율은 작지만 수요자의 이익을 위해 가격 인하, 혁신 등을 주도하며 시장의 경쟁을 활성화하는 사업자, (2)상당한 초과생산능력을 가지고 경쟁사업자들의 공동행위를 억제하는 등의 경쟁적 행태를 보여 온 사업자, (3)사업자간 협조행위를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 사업자 등을 독행기업으로 설명하고 있다. 법원은 이에 더해 독행기업의 매출액 증가율, 영업이익률 등을 고려하여 향후 시장에서 성장세를 갖추어 독행기업으로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고 있다. 이와 같은 개념을 종합하면, 경쟁제한성을 판단함에 있어 시장집중도, 단독효과, 협조효과의 검토요소 중에 독행기업은 주로 협조효과 가능성을 검토하는 한 요소라고 이해할 수 있다. 다만, 공정거래위원회는 이와 같은 판단기준을 기업결합 심사기준 등에 제시하지 않고 케이스마다 의결서를 통해 개념 설명을 하며 독행기업 제거로 경쟁제한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고 있다.

톰크루즈와 같은 멋진 Maverick이 시장에서 사라지는 것은 소비자에게는 손해일 것이고, 경쟁제한성을 판단하는 근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기준이 사전에 명확히 제시되지 않고 각 사건마다 새로이 정의되며 제시되는 것은 규제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린다. 그 간의 독행기업에 관한 논의가 기업결합 심사기준 등에 반영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이현규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 hyunkyu.lee1@kimch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