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급여 하향조정 거부하자 '그러면 경영상 이유로 정리할 수 밖에 없다'고 했어도 해고로 볼 수 없어"
[노동] "급여 하향조정 거부하자 '그러면 경영상 이유로 정리할 수 밖에 없다'고 했어도 해고로 볼 수 없어"
  • 기사출고 2020.01.22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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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해고 가능성 나타낸 데 불과"

급여 하향조정 요청을 거부한 근로자에게 회사 측이 "그러면 경영상의 이유로 정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더라도 해고의 확정적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14부(재판장 김정중 부장판사)는 12월 19일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한 미디어회사인 M사가 "편집국장으로 근무했던 A씨를 부당해고했다고 판정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을 취소하라"며 중노위원장을 상대로 낸 소송(2019구합3810)에서 이같이 판시, "재심판정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2018년 1월 3일 계약 기간을 2019년 1월 2일까지 1년으로 정해 입사해 편집국장으로 근무해 왔으나, 2018년 8월경 M사가 경영상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근로계약에 따른 급여 등 근로조건의 조정을 요구하자, A씨는 '고민해보겠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이후 A씨와 회사 사이에 근로계약의 변경과 관련한 별다른 협의가 진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M사가 2018년 10월 5일 A씨에게 근로계약에 따른 급여를 하향 조정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새로운 근로계약서를 제시했으나, A씨는 사흘 후 "회사가 제시한 근로계약서대로 근로계약의 내용을 변경할 수 없다"고 반대, M사는 A씨에게 "그러면 경영상의 이유로 정리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에 A씨가 "그럼 어떻게 할까요? 언제까지 정리할까요?"라고 말하자, M사는 "빠를수록 좋지 않겠어요"라고 하였고, A씨는 "그러면 제가 어쩔 수 없지만 (10월) 10일 날까지 정리를 해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M사는 10월 10일 A씨에게 수차례 확정적으로 기존의 근로계약에 따라 계속 근무하라고 말했으나, A씨는 '신뢰가 깨졌다'며 다음날인 11일부터 출근하지 않고, 10월 15일부터 19일까지 M사 대표에게 '나는 지난 10월 10일 M사로부터 정리해고되었다. 9월분 임금과 정리해고에 따른 해고예고수당을 지급하여 달라'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수차례 발송했다. 이후 M사가 A씨에게 '무단결근으로 인하여 근무 의사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여 직권면직하였다'고 통보하자, A씨가 M사에 재차 근로계약이 종료되었음을 전제로 임금 및 수당을 청구한 뒤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회사가 2018년 10월 10일 부당하게 해고했다'고 주장하며 구제를 신청, 서울지노위가 'M사가 2018년 10월 10일 A씨를 해고하였고, 그 과정에서 근로기준법 27조에 따른 절차를 준수하지 않아 위법하다'는 이유로 구제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M사가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같은 이유로 기각되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원고가 2018. 10. 8. A씨와 근로계약의 변경에 관하여 논의하는 과정에서 A씨에게 '경영상의 이유로 정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였는데, A씨로서는 그 발언이 자신에 대한 '경영상 이유의 해고 통보’라고 받아들일 수 있으나, 그 발언의 계기 및 전후의 경과 등에 관한 사정에 비추어, 그 발언은 원고가 A씨에 대해 '경영상 이유로 해고한다'는 확정적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없고, 단지 A씨가 근로계약의 변경에 부동의할 경우 향후 '경영상 이유로 해고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나타낸 것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어 비록 원고가 2018. 10. 10. 16:00경 A씨에게 사직서 작성을 요구하기는 하였으나, ①위 사직서 작성 요구는 A씨가 원고의 직원에게 자신의 짐을 택배로 발송해 달라고 요구하는 등 퇴사를 준비 중일 때 이루어진 점, ②A씨가 사직서의 작성을 거부하면서 근로계약의 종료가 해고라고 주장하자 원고가 A씨에게 '기존에 작성한 근로계약서상의 근로조건에 따라 계속 근무하라'고 말한 점, ③A씨는 원고의 위 말이 진의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나, 원고가 2018. 10. 10. 수차례 확정적으로 '이 사건 근로계약에 따라 계속 근무하라'고 말하였음에도, 오히려 A씨가 '원고와의 신뢰가 깨졌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이를 거부한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는 2018. 10. 8. A씨와 근로계약의 종료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잘못 이해한 상태에서 근로계약의 종료를 권고사직의 형태로 처리를 하기 위해 이를 요구한 것으로 보일 뿐, 원고가 2018. 10. 10. A씨를 해고하려는 의사로 사직서 제출을 요구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2018. 10. 10. A씨에게 수차례 확정적으로 근로계약에 따라 계속 근무하라고 말하였음에도, 이에 응하지 않고 근로 제공을 하지 않은 채 위와 같이 결근이 계속됨으로써 그 무렵 근로계약은 사실상 종료되었다"며 "설령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근로계약이 종료되었다고 볼 수 없더라도, 근로계약은 A씨가 근로 제공을 거부한 채로 유지되다가 2019. 1. 2. 기간만료로 종료되었다"고 판시했다.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재심판정은 위법하다는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