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노조비 횡령 유죄' 한전KPS 노조 사무처장 해고 정당
[노동] '노조비 횡령 유죄' 한전KPS 노조 사무처장 해고 정당
  • 기사출고 2020.01.19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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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공기업인 회사 명예 · 신용 손상"

공기업의 노조 사무처장이 노동조합비를 횡령해 법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 유죄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회사가 이 노조 사무처장을 해고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 제3부(재판장 박성규 부장판사)는 12월 20일 전력설비 및 관련 시설물 개보수 공사업 등을 하는 한전KPS가 "노조 사무처장으로 일하면서 노조비를 횡령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A씨에 대한 해고를 부당해고로 판정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을 취소하라"며 중노위원장을 상대로 낸 소송(2019구합54603)에서 "재심판정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법무법인 태평양이 한전KPS를, 피고보조참가한 A씨는 법무법인 중앙법률원이 대리했다.

A씨는 한전KPS 노조 사무처장으로 일하면서 조합비를 횡령한 혐의와 배임수재 혐의로 기소되어 2018년 10월 항소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2019년 5월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횡령 및 배임수재액이 1억원이 넘는다. 한전KPS는 항소심 판결이 나오자 A씨를 해임했고, 이에 반발한 A씨가 부당해고라며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 지방노동위원회가 'A씨의 범행 및 관련 형사사건으로 인해 원고의 체면이 손상되고, 회사 내 규율이 문란하게 된 사실은 인정되나, 징계사유에 비해 징계양정이 과중하여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A씨의 구제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한전KPS가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같은 이유로 기각되자 소송을 냈다. A씨는 한전KPS 노조 사무처장에 이어 노조위원장을 역임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안정적 전력 공급을 위해 전력설비 및 관련 시설물 개보수 공사 등을 수행하는 공기업으로서 원고 소속 근로자에게는 일반 사기업보다 더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책임의식이 요구된다"고 지적하고, "원고 소속 근로자인 A씨의 범행 및 관련 형사사건이 다수의 언론매체를 통해 보도되었고, 특히 노조의 예산을 유흥비 등으로 사용한 사실이 언론 등을 통해 밝혀지면서, 공기업인 원고의 명예와 신용이 상당히 손상되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노동조합의 유지 · 관리 업무는 건전한 노사관계 발전에 있어 필수적인 부분이고, 건전한 노사관계 형성은 사업주인 원고에 있어서도 중요한 사항으로서 노사공동의 이해관계에 속하는 부분이며, 단일노동조합인 원고 노동조합의 간부가 그 업무수행 과정에서 비리행위를 저지른다면, 결국 단일노동조합인 원고 노동조합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건전한 노사관계 발전에도 저해가 되는 결과가 초래되고, 결국 사업주인 원고 역시도 회사 운영에 있어 다소간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따라서 원고가 A씨 범행의 직접적인 피해자는 아니라 할지라도, 이로 인한 원고의 손해가 결코 가볍다고 볼 수만은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씨가 범행으로 인해 직접적으로 취득한 재산상 이익은 없는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A씨가 범행으로 인한 이익을 간접적으로나마 향유하기도 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범행의 기간, 횟수, 합계 1억원을 넘는 횡령액 및 수재액 규모 등까지 고려하면, A씨의 범행으로 인해 원고와 A씨 간의 고용관계는 계속 유지할 수 없을 정도에 일응 이르렀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원고 회사의 취업규칙 44조 1호, 단체협약 44조 1호는 금고 이상의 형의 유죄판결이 확정되었을 때 해당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비록 관련 형사사건의 판결확정일은 징계 결정일 이후이므로 이를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다 하더라도, 위와 같이 금고 이상의 형으로 처벌받는 자에 대하여는 더 이상 근로관계를 유지하지 않겠다는 위 조항들의 취지를 고려하면, 이 사건 징계 당시 사실심의 최종심인 항소심에서 범행 모두가 유죄로 인정되어 A씨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는 점은 A씨를 해고한 이 사건 징계의 주요 양정요소로 삼기에 충분하다"며 "A씨를 해고한 징계는 정당하고, 이와 결론을 달리 한 재심판정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