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소 인쇄된 자필 유언장도 유효할까
주소 인쇄된 자필 유언장도 유효할까
  • 기사출고 2020.01.17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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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변호사, "상속법 판례연구" 출간

주소가 인쇄되어 있는 자필 유언장도 효력이 있을까. A씨는 2001년 11월 6일 자필로 유언장을 작성하여 서명날인한 후 11월 25일 사망했다. 유언장의 주요 내용은 대치동의 토지와 지상 건물에 대한 차임채권을 부인 B씨에게 유증한다는 내용. 서울가정법원에서 이 유언장에 대한 검인절차가 마쳐졌으나, 유언장 용지에 '서울 서초구 방배동 (이하 주소 생략) ○○빌딩'이라고 영문주소를 부동문자로 인쇄한 내용이 문제였다.

◇상속법 판례연구
◇상속법 판례연구

A씨의 유언장에도 불구하고 A씨의 아들이, 아들이 사망한 후엔 아들의 부인인 며느리가 대치동 토지와 건물의 임차인들로부터 직접 차임을 지급받고 B씨에게 주지 않자 B씨가 며느리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내 1심과 항소심에선 유언의 효력이 인정되어 원고 승소 판결이 내려지자 며느리가 상고했다.

대법원은 2014년 10월 6일 선고된 판결에서, "민법 1065조 내지 1070조가 유언의 방식을 엄격하게 규정한 것은 유언자의 진의를 명확히 하고 그로 인한 법적 분쟁과 혼란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므로, 법정된 요건과 방식에 어긋난 유언은 그것이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에 합치하더라도 무효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하고, "따라서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은 민법 1066조 1항의 규정에 따라 유언자가 그 전문과 연월일, 주소, 성명을 모두 자서하고 날인하여야만 효력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유언자가 주소를 날인하지 않았다면 이는 법정된 요건과 방식에 어긋난 유언으로서 그 효력을 부정하지 않을 수 없고, 유언자의 특정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하여 달리 볼 것도 아니다"며 A씨의 유언은 무효라고 판결했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 (이하 주소 생략) ○○빌딩'이라는 영문주소가 부동문자로 기재되어 있으나 이는 A씨의 자필이 아니고, A씨가 자서한 유언장에 여러 지번이 기재되어 있으나 각 지번이 기재된 위치, 내용으로 보아 이는 유언의 대상이 되는 부동산의 지번을 기재한 것일 뿐 A씨가 자신의 주소를 자서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김상훈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가 2009년부터 2018년까지 대법원이 선고한 상속 관련 주요 판례 40여개에 대한 평석과 해설을 담은 《상속법 판례연구》를 출간했다.

▲상속인 ▲상속의 효과 ▲상속의 승인과 포기 ▲유언 ▲유류분 총 5개 챕터로 나눠 판례의 사실관계를 한 눈에 파악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사건 개요도를 그려 넣은 점이 특징이다. 책의 부록에는 상속과 신탁에 대한 저자의 논문을 수록, 새로운 재산승계수단으로서 유언대용신탁의 효용가치와 기존 상속제도와 관련해 어떤 특징이 있는지를 서술했다.

김 변호사는 "상속 시장 규모가 2017년 기준 35조 7000억원에 육박하고, 상속 관련 갈등의 양상도 복잡다단해지고 있다"며 "상속 이슈가 부유층이나 가업승계자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점차 대중화되고 있지만 법리가 매우 까다롭고 관련 연구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이 책은 '쉬우면서도 읽을 만한 내용이 있는 상속판례해석서'를 지향점으로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제43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김상훈 변호사는 가사 · 상속 · 신탁 분야에서 10년 이상 활동해온 전문가로, 2018년 로펌 평가기관인 챔버스앤파트너스(Chambers and Partners)에서 가사 · 상속 분야의 '톱 티어(top-tier)' 변호사로 선정된 바 있다. 법무부 상속법과 가사소송법 개정위원회 위원, 대한변호사협회 성년후견연구위원회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고려대와 서울대 로스쿨에서 가족법 등을 강의하고 있다. 2012년  《미국상속법》, 2018년에  《가족법강의 제3판》을 출간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