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보이스피싱 조직에 계좌 전달 후 피해자 돈 500만원 인출…횡령죄"
[형사] "보이스피싱 조직에 계좌 전달 후 피해자 돈 500만원 인출…횡령죄"
  • 기사출고 2020.01.14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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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법] "사기피해금 보관자 지위에 있어"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은행 계좌와 체크카드를 전달한 사람이 자신의 계좌로 송금된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인출한 경우 보이스피싱 피해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인천지법 형사4부(재판장 양은상 부장판사)는 1월 7일 횡령과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48)씨에 대한 파기환송심(2018노2707)에서 횡령 혐의는 무죄로 보아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횡령 혐의도 유죄를 인정해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2016년 12월 1일경 김포시 북변동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부터 "통장을 대여해주면 1달에 200만원을 준다"는 제안을 받고, 자신 명의 우리은행 예금계좌와 연결된 체크카드를 퀵서비스 기사를 통해 전달한 혐의(전자금융거래법 위반)로 기소됐다. 이후 피해자 B씨가 보이스피싱 범행에 속아 A씨 명의의 우리은행 예금계좌에 송금한 600만원을 보관하던 중 임의로 500만원을 자신 명의 신협 예금계좌로 이체한 후 생활비 등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횡령)로도 기소됐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가 횡령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으나, 대법원이 횡령 혐의도 유죄라는 취지로 파기환송, 파기환송심을 맡은 인천지법 재판부가 1심 판결을 깨고 횡령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2018년 7월 19일 선고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7도17494)을 인용, "계좌명의인이 개설한 예금계좌가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에 이용되어 그 계좌에 피해자가 사기피해금을 송금 · 이체한 경우, 계좌명의인은 피해자와 사이에 아무런 법률관계 없이 송금 · 이체된 사기피해금 상당의 돈을 피해자에게 반환하여야 하므로, 피해자를 위하여 사기피해금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고 보아야 하고, 만약 계좌명의인이 그 돈을 영득할 의사로 인출하면 피해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주류회사 운영과 관련해 체크카드가 필요하니 이를 빌려 주면 임대료를 지급하겠다는 성명불상자의 메시지를 보고, 피고인 명의의 계좌와 연결된 체크카드를 퀵서비스 기사를 통해 양도하였다. 당시 성명불상자가 위 계좌를 보이스피싱 범행에 사용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진술하였고, 피고인이 성명불상자에게 접근매체를 양도할 당시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에 그와 연결된 계좌가 이용되리라는 사정을 알고 있었다거나 성명불상자와 공모 관계에 있었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며, 검사도 피고인을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의 공범으로 기소하지는 않았다"고 지적하고, "피고인은 피해자 B를 위하여 사기피해금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었다고 볼 것이므로, 피고인이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사기피해금 중 500만원을 임의로 이체하여 사용한 것은 피해자에 대한 횡령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계좌명의인이 보이스피싱 범행 즉, 사기의 공범이라면 자신이 가담한 범행의 결과 피해금을 보관하게 된 것일 뿐이어 피해자와 사이에 위탁관계가 없고, 송금 · 이체된 돈을 인출하더라도 이는 자신이 저지른 사기범행의 실행행위에 지나지 아니하여 새로운 법익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사기죄 외에 별도로 횡령죄를 구성하지 않으나, 여기서는 사기의 공범이 아니어 횡령죄가 성립한다는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