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서지현 검사에 인사 보복' 안태근 전 검사장 직권남용 무죄
[형사] '서지현 검사에 인사 보복' 안태근 전 검사장 직권남용 무죄
  • 기사출고 2020.01.12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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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검사 전보인사에 광범위한 재량 인정돼"

상가에서 옆자리에 앉은 서지현 검사를 성추행하고 이러한 사실이 검찰 내부에서 확산되자 서 검사의 사직을 유도하기 위해 육아와 업무를 병행하기 어려운 근무지로 인사조치했다는 혐의로 기소되어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안태근 전 검사장이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받았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직권남용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법원 제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1월 9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안 전 검사장에 대한 상고심(2019도11698)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안 전 검사장에게 직권으로 보석을 결정, 이날 석방했다.

안 전 검사장은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재직하던 2015년 8월 20일 '2015년 하반기 검사인사'에서 검찰국 검찰과 검사인사담당 검사로 하여금 부치지청인 수원지검 여주지청에 근무하고 있던 서 검사를 다시 부치지청인 창원지검 통영지청으로 전보시키는 인사안을 작성하게 하여, 검사인사담당 검사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인사 희망 우선 고려 등 부치지청에서 근무한 경력검사에 대하여 다음 인사에서 우대한다는 취지의 '경력검사 부치지청 배치제도'에 위배해 인사안을 작성하게 했다는 것으로,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서 검사에 대한 인사안이 검사인사의 원칙과 기준의 하나에 해당하는 경력검사 부치지청 배치제도를 실질적으로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해당 인사에서 어린 아들의 육아를 위하여 여주지청 유임을 희망했던 서 검사는 인사 직후 여주지청장에게 사직서를 제출하였다가 여주지청장 등 주변의 만류로 이를 철회하고 육아휴직을 하였다. 부치지청은 지방검찰청 소속 지청으로, 부장검사가 배치되어 있는 지청을 말한다.

대법원은 먼저 "공무원이 자신의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실무 담당자로 하여금 그 직무집행을 보조하는 사실행위를 하도록 하더라도 이는 공무원 자신의 직무집행으로 귀결될 뿐이므로 원칙적으로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으나, 직무집행의 기준과 절차가 법령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고 실무 담당자에게도 직무집행의 기준을 적용하고 절차에 관여할 고유한 권한과 역할이 부여되어 있다면 실무 담당자로 하여금 그러한 기준과 절차를 위반하여 직무집행을 보조하게 한 경우에는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전제하고, "공무원의 직무집행을 보조하는 실무 담당자에게 직무집행의 기준을 적용하고 절차에 관여할 고유한 권한과 역할이 부여되어 있는지 여부 및 공무원의 직권남용행위로 인하여 실무 담당자가 한 일이 그러한 기준이나 절차를 위반하여 한 것으로서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인지 여부는 관련 법령 등의 내용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검사에 대한 전보인사는 검찰청법 등 관련 법령에 근거한 것으로서 법령에서 정한 원칙과 기준에 따라야 하나, 한편으로 전보인사는 인사권자의 권한에 속하고, 검사는 고도의 전문지식과 직무능력, 인격을 갖출 것이 요구되므로 인사권자는 법령의 제한을 벗어나지 않는 한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전보인사의 내용을 결정할 필요가 있고 이를 결정함에 있어 상당한 재량을 가진다"고 전제하고, "인사권자의 지시 또는 위임에 따라 검사인사에 관한 직무집행을 보조 내지 보좌하는 실무 담당자도 그 범위에서 일정한 권한과 역할이 부여되어 재량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경력검사 부치지청 배치제도는 부치지청에 경력검사를 배치하고 경력검사가 부치지청에서 근무하는 동안 상대적으로 높은 강도로 근무한 것을 고려하여 차기 전보인사에서 해당 경력검사의 인사희망을 배려한다는 취지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그런데 인사안 작성 당시 경력검사 부치지청 배치제도가 인사기준 내지 고려사항의 하나로 유지되고 있었다 하더라도, 이는 부치지청에서 근무한 경력검사를 차기 전보인사에서 배려한다는 내용에 불과하고, 관련 법령 등의 내용에 비추어 볼 때, 경력검사 부치지청 배치제도는 관련 법령이나 검찰인사위원회의 심의 · 의결사항 등을 전제로 한 여러 인사기준 또는 다양한 고려사항들 중 하나로서, 검사인사담당 검사가 검사의 전보인사안을 작성함에 있어 지켜야 할 일의적 · 절대적 기준이라고 볼 수 없고, 다른 인사기준 내지 다양한 고려사항들보다 일방적으로 우위에 있는 것으로 볼 만한 근거도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경력검사 부치지청 배치제도는 '부치지청 경력검사 인사 희망 우선 배려, 부치지청 경력검사는 교체가 원칙이되 인사 희망이나 향후 인사운영구도 등에 따라 일부 유임도 고려, 전입검사는 차기 인사시 희망지를 우선 배려할 수 있도록 근무성적이나 자질이 탁월한 검사를 엄선하여 배치'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대법원은 "이와 같이 검사의 전보인사에 광범위한 재량이 인정되고, 인사기준 역시 다양한 기준과 고려사항들을 종합적으로 참작할 것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검사의 전보인사는 다수 인사대상자들의 보직과 근무지를 일괄적으로 정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상호 연쇄적인 영향을 미치는 등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인사권자의 지시나 위임에 따라 인사안을 작성하는 실무 담당자는 인사대상자 전원에 대하여 위와 같은 여러 기준 또는 고려사항을 종합하여 인사안을 작성할 재량이 있고, 그 과정에 각 기준 또는 고려사항을 모두 충족할 수 없는 경우에는 재량의 범위 내에서 우열을 판단하여 적용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며 "따라서 인사안이 부치지청인 여주지청에 근무하고 있던 경력검사인 서지현을 부치지청인 통영지청으로 다시 전보시키는 내용이라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경력검사 부치지청 배치제도의 본질에 반한다거나 검사인사의 원칙과 기준에 반하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인사대상자가 곧바로 사직서를 제출한 사실이 있다는 것만으로 인사안이 검사인사의 원칙과 기준에 반한다고 인정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결국 피고인이 검사인사담당 검사로 하여금 (서 검사를 부치지청인 창원지검 통영지청으로 전보시키는) 인사안을 작성하게 한 것을 두고 법령에서 정한 검사 전보인사의 원칙과 기준을 위반하여 직권남용죄에서 말하는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