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칼럼] Into the Unknown-2020년 자본시장 전망
[리걸타임즈 칼럼] Into the Unknown-2020년 자본시장 전망
  • 기사출고 2020.01.06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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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 속 SK바이오팜 등 대어급 IPO 대기

"Into the Unknown".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주인공 엘사가 자신의 귓가를 맴도는 의문의 소리를 따라나서면서 부르는 겨울왕국2의 주제가이다. 불안감과 불확실, 두려움을 안고 엘사는 자신을 부르는 그 미지의소리가 전하고자 하는 진실을 향해 용감하게 떠난다.

2020년 자본시장. 필자가 경제나 경영을 전공하진 않았지만, 내년의 세계 경제와 국내 경제를 예측하는 여러 전문가들의 견해 중에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것이 '불확실성'이다.

◇이행규 변호사
◇이행규 변호사

수년 째 10년 주기설에 따른 금융위기가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던 전문가들이 다소 머쓱할 정도로 급격한 경기 위축이나 금융위기는 도래하지 않았다. 하지만 2020년이 그 어느 해보다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한해가 될 것이라는 점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어 보인다.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요인들

미중 무역전쟁(본질적으로는 글로벌 패권전쟁)을 임시로 봉합하는 1단계 합의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미중 갈등이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 진행은 미국 내 정치 지형상 이러한 불확실성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희망고문에 가까울 정도로 냉온탕을 오고 갔던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정착은 시계제로인 상황이다. 남북경협과 북방경제를 통해 한국 경제의 저성장 흐름을 돌파해보려고 했던 전략은 단기적으로 수정이 불가피하고, 열강 틈에서 간신히 국권을 보존해 왔던 지난 수천 년의 우리 역사를 다시금 되돌아보게 한다.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로 드러난 국내의 소재 · 부품 · 장비산업의 부실한 기초체력은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에서 우리 경제가 가지는 한계를 분명히 보여주었다.

일본과의 화해는 진정한 사과를 전제로 하지 않을 경우 미봉책에 불과한데,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 설정을 위해서는 실용적인 접근의 필요성도 큰 상황이다.

이런 대내외적인 정치, 외교, 안보 및 경제 환경이 내년의 국내 자본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는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기는 기회이고, 무엇보다도 자본시장에서 활약하는 사람들은 소위 '야성'을 무기로 삼기에, 이러한 불확실성은 오히려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도전을 자극하게 될 것이다.

이는 비단 투자은행가(Investment Banker)에만 해당한다기보다 자본시장을 다루는 법률가들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내년 IPO 시장의 주축은 제약, 바이오

내년 IPO 시장은 올해와 마찬가지로 제약, 바이오 산업을 주축으로 한 다양한 기술특례, 성장성특례 상장이 한 축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SK바이오팜을 필두로 CJ헬스케어 등 대어급 제약회사들의 IPO가 대기하고 있고, 미국과 싱가포르 등지의 기술력 있는 해외 바이오업체들의 상장도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제약, 바이오 업종에 대한 한국 증시의 높은 밸류에이션(valuation)으로 인해 외국기업의 한국 상장이봇물을 이뤘으나 다소 엄격한 기술성 평가와 국내 바이오주에 대한 평가들이 조정을 거치면서 어느 정도 숨고르기를 하는 모양새. 이는 국내 투자자 보호 관점은 물론 보다 성숙된 투자문화 형성을 위해서도 긍정적인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신규 상장한 제약, 바이오 업체 임원들이 회사의 매출이나 실적이 정상화되기 전에 스톡옵션을 행사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어 지탄을 받기도 하였는데, 실적 연동형 스톡옵션을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로 촉발된 소재 · 부품 · 장비 산업의 국산화를 지원하기 위한 정책이 지속되고, 관련 중소, 중견기업의 IPO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소위 소부장 기업들이 자본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여 궁극적으로 일본기업에 버금가는 기술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자본시장은 그 존재 의의를 증명하게 될 것이다. 다만, 이런 중소, 중견기업들이 공모자금을 설비투자와 기술개발에 사용하지 않고 경험 없는 산업이나 업종에 무분별하게 투자하거나 상장회사로서의 경영투명성과 내부통제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과거의 관행과 관점으로 운영되는 것은 매우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주관 회사나 법무법인이 컨설팅과 자문을 적절히 해야 할 것이고, 한국거래소의 심사도 이러한 부분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봄 퇴출기업 증가 우려

내년 초 외부감사 결과가 공시되는 3월 말 4월 초에 퇴출 기업의 증가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엄격해진 외부감사인의 감사기준과 감사관행의 변화는 올해 그랬듯이 다수의 부정적 의견이 개진되고 결과적으로 많은 상장폐지기업이 나올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거래소의 상장폐지결정에 가처분 등 이의를 제기하는 사례도 늘었지만 결과적으로 다수의 투자자 보호를 위한 한국거래소의 결정을 법원이 존중하는 경향이다.

그리고 신외감법에 따라 외부감사인이 이사의 부정행위나 법령이나 정관에 위반되는 중대한 사실, 회사의회계처리기준 위반 사실을 발견하면 감사위원회에 통보하고 주주총회에 보고하여야 하는데, 그러한 사례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신외감법에 따른 부정행위 등에 대한 조사나 보고의무를 고려하면 사전 예방적인 법률적, 회계적 컨설팅의 필요성이 매우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사전 예방적 컨설팅 필요성 높아져

올해 기대를 모았던 사모펀드 규제완화 관련 자본시장법 개정은 조국사태, DLF 사태와 라임사태를 거치면서 당분간 논의 테이블에 올라오기가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

전문사모집합투자업은 물론 PEF에 있어서도 판매사가 펀드 운용 등에 개입하는 OEM 펀드 이슈 등이 사모펀드 전반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키고 있다. 감독당국이 여러 사안을 면밀하게 검사하고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자율성과 익명성을 그 본질로 하는 사모펀드 시장의 본질을 해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나지는 않았으면 한다. 특히 모험자본과 성장자본을 공급하며 자본시장의 역동성을 부여하고 구조조정에 기여해 왔던 PE나 VC 산업이 위축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엘사가 미지의 세계로 돌진하고 진실을 발견한 뒤 결국 다섯 번째 융합 정령이 되어 자연과 하나 될 수 있었던 것은 엘사를 사랑하는 그의 여동생 안나가 있었기 때문이다. 2020년, 불확실성에 가득찬 대한민국의 자본시장도 사랑하는 동료가 곁에 있다면 멋진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

이행규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hglee@jipyo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