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이동판매차량 경유칸에 등유 섞인 가짜 석유 보관…사업정지 45일 정당"
[행정] "이동판매차량 경유칸에 등유 섞인 가짜 석유 보관…사업정지 45일 정당"
  • 기사출고 2020.01.01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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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법]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 받았어도 행정제재는 별개"

경유와 등유가 혼합된 '가짜 석유'를 이동판매차량에 보관한 주유소 업주가 45일의 사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업주는 격벽 간 메인밸브 노후화로 혼유가 발생했고, 사업정지 처분은 너무 가혹하다고 주장했으나, 울산지법 행정1부(재판장 강경숙 부장판사)는 9월 26일 업주의 청구(2018구합7529)를 기각했다.

경남 양산시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A씨는 2018년 5월 4일 이동판매차량(점보타이탄3000L홈로리)의 오일탱크 내 경유 칸에 등유 등 다른 석유제품 10%가 혼합된 사실이 적발되어 양산시로부터 사업정지 45일 및 위반행위 공표 처분을 받고, 이에 불복해 행정심판을 청구했으나 기각되자 양산시장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A씨는 석유사업법 위반 혐의로 수사도 받았으나, '고의로 혼유를 제작, 판매할 목적으로 보관하고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처분을 받았다.

A씨는 재판에서 "고의로 경유와 등유를 혼합한 가짜석유제품을 저장 · 보관한 것이 아니라 이동판매차량 오일탱크의 등유 칸과 경유 칸의 격벽 간 메인밸브가 노후화로 마모되어 틈이 생기고 그 사이로 조금씩 등유가 새어나가 혼유가 발생한 것"이라며 "설령 석유사업법 위반행위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경유와 등유를 혼합한 가짜석유제품을 판매하여 얻을 경제적 이익이 극히 미미하고, 아내와 함께 영세한 주유소를 운영해 왔는데 폐업의 위기에 몰릴 우려가 있는 점 등에 사업정지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A씨의) 이동판매차량 오일탱크 내 경유 칸에 가짜석유제품이 저장 · 보관된 사실이 인정되는 이상 원고가 이를 알고 저장 · 보관한 것으로 추정되고, 이동판매차량이 노후차량에 해당하여 오일탱크의 등유 칸과 경유 칸의 격벽 간 메인밸브의 노후화로 인한 혼유의 가능성이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원고가 혼유의 가능성을 알고 있었으리라는 추정을 깨뜨리기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원고의 주장과 같이 이동판매차량 오일탱크의 등유 칸과 경유 칸의 격벽 간 메인밸브가 노후화로 인하여 혼유가 발생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원고가 노후된 이동판매차량의 격실 현황 등을 제대로 점검하지 아니하여 그 주장과 같은 혼유가 발생하였다면 이는 석유판매업자로서의 석유품질관리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어서 원고의 의무 해태를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가 이 사건에 따른 석유사업법 위반 피의사실로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고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처분을 받았으나, 범죄에 대한 형사처벌과 행정법규 위반에 대한 제재는 그 목적과 요건을 달리하는 것이므로, 형사처벌과 관련하여 수사기관의 무혐의 결정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위와 같은 경유와 등유가 혼합된 가짜석유제품의 저장 · 보관 사실에 원고의 의무해태를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인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원고가 이동판매차량에 경유와 등유를 혼합한 가짜석유제품을 저장 · 보관하였음이 인정되고, 이와 같은 행위에 대하여 원고의 의무 해태를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원고의 고의나 과실이 인정되는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사업정지 45일 등 처분의 원인이 되는 사실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가짜석유제품의 저장 · 보관 및 판매는 석유제품의 유통질서를 어지럽히고 불특정 다수의 국민들에게 단순히 부당한 대가의 지급을 넘어 차량의 성능이나 안전을 해하는 피해를 입게 함은 물론 환경오염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의 증가까지 유발하므로 이를 규제할 공익상 필요가 큰 점, 피고는 원고의 위반행위의 정도와 횟수 등을 고려하여 관련 처분기준에 따른 제재를 하였고, 위와 같은 처분기준에 따른 사업정지 45일 등 처분이 그 처분사유가 된 위반행위의 내용 및 관계 법령의 규정 내용과 취지에 비추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여 보면,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들을 감안해 보더라도 사업정지 45일 등 처분이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여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한 위법한 처분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