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유흥접객원으로 몇 시간 불법취업했다고 강제퇴거명령 위법"
[행정] "유흥접객원으로 몇 시간 불법취업했다고 강제퇴거명령 위법"
  • 기사출고 2019.12.27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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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법] "장기간 구금 가능한 강제퇴거 너무 가혹"

유흥접객원으로 몇 시간 불법취업했다고 난민 신청자에게 강제퇴거명령을 내린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난민 신청자가 경제활동을 하려면 난민 신청 6개월 후 취업활동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인천지법 장성훈 판사는 12월 10일 카자흐스탄 국적의 여성인 A씨가 "강제퇴거명령을 취소하라"며 인천출입국 · 외국인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2019구단50684)에서 "강제퇴거명령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2015년 9월 사증면제(B-1) 자격으로 한국에 입국한 뒤 입출국을 반복하다가 2017년 11월 16일 다시 사증면제(B-1) 자격으로 입국한 뒤 28일 서울출입국 · 외국인청에 난민인정 신청을 했다. 불법취업 적발 당시 A씨는 난민 신청일로부터 6개월이 지난 뒤였다.

A씨는 그러나 2019년 3월 26일 인천 부평구에 있는 한 노래클럽에 유흥접객원으로 불법취업했다가 경찰에 적발되어 강제퇴거와 보호명령을 받게 되자 법무법인 바른과 난민인권센터의 도움을 받아 강제퇴거명령의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장 판사는 "원고는 제주도에서 거주하다 (불법취업) 적발 전날인 2019. 3. 25. 오후경 비행기로 김포공항에 도착하였는데, 원고가 불법취업 활동을 한 것은 인천 소재 노래클럽에서의 적발 당일의 몇 시간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고, 원고가 적발 당일 이전에도 유흥접객원 등으로 불법취업을 했다고 볼 증거나 자료는 없다"고 지적하고, "원고는 외국인등록을 하고서 체류기간만료일 이전에 체류기간연장 허가를 계속 받아오고 있었고, 불법체류를 한 바 없으며, 원고는 거주지 신고를 하고 제주도에서 미성년 조카와 함께 단둘이 거주하고 있었고, 산부인과 질환으로 건강이 좋지는 않았으며, 난민인정 신청을 하여서 그에 관한 심사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였음에도, '불법체류자로서 도주우려가 크다'는 것을 사유로 한 피고의 2019. 3. 27.자 긴급보호에는 사실오인의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강제퇴거명령의 주된 취지는 '반사회성을 지닌 외국인으로부터 우리나라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공익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것인데, 원고가 단순 유흥접객원의 불법취업 활동을 몇 시간에 걸쳐 한 것만으로는 원고의 반사회성이 충분히 드러났다고 보기 어렵다"며 "출입국관리법 18조 1항에 의하여 '취업활동을 할 수 있는 체류자격을 받지 아니하고 취업활동을 한 의무위반의 금지'가 달성하려고 하는 '국내 고용시장의 건전한 질서 교란행위 방지' 등의 공익적 목적이 위와 같은 원고의 1회성 위반으로 크게 침해될 것으로도 보이지 아니하고, 피고가 (원고에 대한) 강제퇴거명령처분을 통하여 달성하려는 '외국인의 출입국과 외국인의 체류를 적절하게 통제 · 조정함으로써 국가의 이익과 안전을 도모'라는 공익은 실질적인 구금에 해당하는 보호명령을 수반할 수 있는 강제퇴거명령보다 가벼운 다른 처분으로도 달성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장 판사는 따라서 "원고는 난민인정 신청일로부터 6개월이 지난 자로서 난민법 40조 2항 등에 따라 취업활동을 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아 경제활동을 할 수 있었음에도 불법취업한 사실은 인정되나, 불법체류를 한 바 없음에도 사실오인 등에 의한 긴급보호를 거쳐 보호명령과 함께 강제퇴거명령처분을 받은 원고의 의무위반은 그 경위와 내용에 비추어 정도가 무겁지 아니하고, 그에 따라 검사도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는바(출입국관리법 46조 1항 13호는 강제퇴거 대상자의 하나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고 석방된 사람'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한 원고에 대하여 피고가 달성하려는 행정목적은 강제퇴거명령처분보다 가벼운 다른 처분을 통하여도 달성 가능한 것으로 보이므로, 난민인정 절차 동안의 장기간의 실질적인 구금을 가능하게 하는 보호명령을 수반하는 강제퇴거명령처분은 원고의 의무위반의 내용에 비하여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을 정도로 과중하다고 판단된다"며 "(원고에 대한) 강제퇴거명령처분은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하여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다는 것이다.

A씨는 4월 인천출입국 · 외국인청에 보호의 일시해제를 청구하였으나 불허되어 화성외국인보호소에 보호조치 되어 있다가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으로 현재는 보호가 해제된 상태이다. A씨는 8월 30일 인천지검 검사로부터 '피의사실은 인정되나, 초범이고, 사안이 중하지 아니하며, 생계유지를 위하여 범행을 하였다'는 이유 등으로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다.

난민인권센터 김연주 변호사와 함께 A씨를 대리한 법무법인 바른의 송윤정 변호사는 "출입국의 재량권이 무제한적인 것이 아니며 헌법상 비례의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는 점, 난민신청자의 강제송환이 금지되는 상황에서 장기간 구금을 수반하는 강제퇴거명령은 사안에 비해 과도하다는 점을 적극 주장해 재판부를 설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