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보이스피싱 범죄 도와 약식명령 받자 정식재판 청구했다가 벌금 10배 폭탄
[형사] 보이스피싱 범죄 도와 약식명령 받자 정식재판 청구했다가 벌금 10배 폭탄
  • 기사출고 2019.12.19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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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법] "계좌 빌려주어 2억원 넘게 송금 받아"

대구지법 김형한 판사는 12월 19일 보이스피싱 범죄를 도와 금융실명법 위반 방조 혐의로 벌금 100만원에 약식기소되자 정식 재판을 청구한 미용실 주인 한 모(여 · 46)씨에게 약식명령 벌금액의 10배인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2019고정1009).

한씨는 2019년 3월 10일경 보이스피싱 범죄자로부터 "계좌에 입출금을 하여 거래실적을 올려 대출을 해주겠다"는 취지의 말을 듣고 이 보이스피싱 범죄자에게 자신 명의의 새마을금고 계좌와 연결된 통장을 사진 촬영하여 보내주었다. 보이스피싱 범죄자는 이틀 뒤인 3월 12일경 전화금융사기 범행을 통해 한 피해자로부터 500만원을 한씨 명의의 새마을금고 계좌로 송금받는 등 같은 방식으로 피해자 13명을 속여 2억원이 넘는 돈을 송금받았다. 이 과정에서 한씨는 보이스피싱 범죄자가 지시하는 대로 백화점 상품권을 구매해 보이스피싱 범죄자가 지시하는 사람을 만나 상품권을 넘겨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검찰이 한씨를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위반 방조 혐의를 적용해 벌금 100만원에 약식기소하자 한씨가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김 판사는 "피고인은 성명불상자의 사기 범행 제안에 동의하여 성명불상자에게 자신의 계좌 정보를 알려 준 것뿐만 아니라 그 계좌에 입금된 보이스피싱 피해금(사기죄의 피해금)을 인출하여 사기범에게 넘겨준 셈"이라고 지적하고, "피해자 수가 많고, 피해금액이 거액인 점에 비추어 피고인의 죄책이 결코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이어 "피고인은 미용실을 운영하는 46세 가량의 여성으로서, 일반적으로 피고인과 같은 경력과 연령의 사람이 성명불상자의 위와 같은 설명을 듣고 이에 따른 것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는 것은 믿기 어려운 일"이라며 "잘 알지 못하는, '대출을 중개하는 사람'임을 자처하는 사람이 대출이 필요한 사람의 계좌(피고인의 계좌)에 2억원이 넘는 돈을 입금해 준다는 것은 비상식적이고, 조금의 사려만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행위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점을 알 수 있고, 이러한 일이 발생하였다면 이에 관한 의문을 품고 타인에게 상의하는 것이 일반적인 사람의 행동방식"이라고 밝혔다.

또 "통장거래내역을 조작하여 거래실적을 만들어 대출을 받는다는 말의 의미도 조금만 생각해 보면 타인을 속여 금품을 편취하는 일이라는 점을 모를 수가 없는데, 그럼에도 피고인은 아무런 의문을 가지지 못했다며 자신의 억울함만을 하소연할 뿐, 자신의 행동으로 발생한 피해자들의 피해에 대하여는 책임을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이와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면, 피고인에 대한 약식명령의 벌금은 지나치게 가벼운 것으로 판단된다"며 한씨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