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자동차 매연 · 제설제 영향' 고속도로 옆 과수원 수확량 감소…"도로공사가 배상하라"
[손배] '자동차 매연 · 제설제 영향' 고속도로 옆 과수원 수확량 감소…"도로공사가 배상하라"
  • 기사출고 2019.12.17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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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고속도로 근접 1 · 2열 과수 판매율 5% 불과"

고속도로에서 발생하는 자동차 매연과 제설제 때문에 고속도로에 바로 인접한 과수원에서 과일나무가 고사하는 등 수확량이 감소하는 피해를 입었다. 대법원은 고속도로를 관리하는 한국도로공사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제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11월 28일 한국도로공사가 "과수 피해에 관한 손해배상금 지급채무는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하라"며 영동고속도로 옆에서 과수원을 운영하는 서 모씨를 상대로 낸 소송(2016다233538)과 서씨가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낸 맞소송(2016다233545)에서 "도로공사는 서씨에게 2260만 8000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서씨가 운영하고 있는 경기도 이천시에 있는 과수원은 영동고속도로 인천기점 강릉방향 약 80Km 지점 편도 4차로 도로의 남쪽에 위치하고 있는데, 영동고속도로보다 서쪽은 약간 높은 반면 동쪽은 약간 낮은 완만한 경사지 형태로 약 200m 가량 접해 있고, 고속도로의 4차로에서부터는 약 10m, 4차로에 이은 갓길 끝에서부터는 약 6~7m 떨어져 있으며, 고속도로와 과수원의 경계에는 약 2m 높이의 철망 펜스가 설치되어 있다.

문제는 이 과수원에 식재된 과수나무 중 고속도로에 접한 1열과 2열에 식재된 과수나무의 생장과 결실이 다른 곳에 식재된 과수나무들에 비하여 현저하게 부진했다는 점이다. 2011년 기준 과수원의 과수 중 1열과 2열에 식재된 사과나무 3주와 복숭아나무 1주가 고사하였고, 사과나무 42주와 복숭아나무 41주의 성장이 현저하게 부진하였으며, 2012년에도 10월 기준으로 사과나무 7주와 복숭아나무 26주, 살구나무 2주가 고사하였고, 사과나무 42주와 복숭아나무 56주의 성장이 현저하게 부진하였다.

서씨는 2011년 7월 고속도로에서 발생하는 소음으로 인하여 수면을 방해받고, 매연과 제설재 사용으로 인하여 과수원의 과수가 고사하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중앙환경분쟁위원회에 손해배상을 구하는 재정신청을 냈다. 중앙환경분쟁위원회가 소음으로 인한 손해는 인정하지 않았으나 매연과 제설재 사용으로 인한 피해는 인정하여, 도로공사로 하여금 서씨에게 8,844,760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재정결정을 내리자 도로공사가 소송을 냈고, 서씨도 일부청구로 피해액 중 2260만 8000원을 지급하라는 맞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자동차 매연은 도로변 과수나무의 광합성 작용을 방해하고 효소작용을 저해하여 과수의 생장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제설제에 함유된 염화물은 식물의 내한성을 감소시키고 수분흡수를 저해하며 광합성 작용을 방해하여 과수의 생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심할 경우 제설제 사용 종료 후 8년까지 과수를 고사하게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서씨의) 과수원 중 고속도로에 가까운 1열과 2열에 식재된 나무에서 생산된 과수의 상품판매율은 5%이나, 3열 이후에 식재된 나무에서 생산된 과수의 상품판매율은 95%에 달하여 1열과 2열에 식재된 과수의 피해가 뚜렷하다"고 밝혔다.

이어 "2009년도부터 원고의 제설제 사용이 급격하게 증가한 이후에 피고가 과수 피해를 호소하기 시작하였고, 2012년 10월 기준으로 과수원 중 피해목이 식재된 지점과 다른 지점의 PH 농도에 별 차이가 없으나, 겨울에 제설제를 뿌린 토양의 PH는 봄에 상승하였다가 여름부터 낮아져 가을이 되면 약산성으로 변화한다는 전문가 연구에 비추어 볼 때 가을인 10월에 측정한 PH 농도만으로 과수원에 제설제의 피해가 없었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달리 과수원의 과수 중 고속도로에 접한 곳에 식재된 과수에만 피해를 주는 뚜렷한 원인이 없다"고 지적하고, "과수원 중 고속도로 부근에 식재된 과수의 생육이 불량해지고 급기야 고사에 이르러 수확량이 감소되는 피해가 발생한 것은 원고가 관리하는 고속도로에서 발생하는 자동차 매연과 원고가 사용한 제설제의 비산(飛散)에 의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원고가 영동고속도로 중 (서씨의) 과수원 인근 부분을 편도 4차로로 확장하기 이전부터 피고는 과수원을 운영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까지 더하여 살펴보면, 원고가 설치 · 관리하는 영동고속도로에서 발생한 매연과 원고가 살포한 제설제의 염화물 성분 등이 피고가 운영하는 과수원에 도달함으로써, 과수가 고사하거나 성장과 결실이 부족하고 상품판매율이 떨어지는 피해가 발생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는 통상의 참을 한도를 넘는 것이어서 위법성이 인정된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