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불리한 임금피크제, 근로자 개별 동의 없이 적용 불가"
[노동] "불리한 임금피크제, 근로자 개별 동의 없이 적용 불가"
  • 기사출고 2019.12.05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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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기존 근로계약 우선…연봉 삭감 불가 "

회사가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아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더라도 그 내용이 기존 근로계약보다 불리하다면 근로자의 개별적 동의 없이 적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된 취업규칙보다 기존의 유리한 근로계약이 우선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 제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11월 14일 근로자 김 모씨가 "기존 근로계약에 따른 미지급 임금 1억 15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골프장 등을 운영하는 레저업체인 M사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8다200709)에서 이같이 판시, 김씨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김기덕 변호사가 1심부터 상고심까지 김씨를 대리했다.

2003년 3월부터 M사에서 근무해온 김씨는 연봉계약에 따라 임금을 지급받던 중 2014년 9월 임금피크제 적용에 따른 임금 내역을 통지받았으나 임금피크제의 적용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M사는이에 앞서 2014년 6월 M사 소속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조의 동의를 받아 취업규칙인 임금피크제 운용세칙을 제정, 공고했다. 이 취입규칙은 연봉계약이 정하는 기본연봉에 복리후생비를 더한 총 연봉을 임금피크 기준연봉으로 정하고, 정년이 2년 미만 남아 있는 근로자에게는 임금피크 기준연봉의 60%, 정년이 1년 미만 남아 있는 근로자에게는 임금피크 기준연봉의 40%를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씨가 임금피크제 적용에 동의하지 않았지만, M사는 임금피크제 운용세칙에 따라 김씨에게 2014년 10월부터 2015년 6월까지는 정년이 2년 미만 남아 있다는 이유로 기본연봉의 60%, 2015년 7월부터 2016년 6월까지는 정년이 1년 미만 남아 있다는 이유로 기본연봉의 40%를 기준으로 급여를 지급했다. 다만 임금피크 기준연봉이 아니라 연봉계약의 기본연봉을 기준으로 지급했다. 이에 2016년 6월 30일 정년퇴직한 김씨가 기존 연봉계약에 따른 미지급 임금 1억 1500여만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1급 직급인 김씨는 2014년 3월경 M사와 기본연봉을 7090만원으로 정한 연봉계약을 맺은 상태였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임금피크제에 불구하고 이와 다른 내용의 취업규칙상의 기존 연봉제가 그대로 적용된다면 임금피크제는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없으므로 임금피크제에는 당연히 취업규칙상의 기존 연봉제의 적용을 배제하고 임금피크제가 우선적으로 적용된다는 내용의 합의가 포함된 것이라고 봄이 당사자의 의사에 합치된다"며 김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근로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변경된 취업규칙은 집단적 동의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한 기존의 개별 근로계약 부분에 우선하는 효력을 갖는다고 할 수 없다"며 "이 경우에도 근로계약의 내용은 유효하게 존속하고, 변경된 취업규칙의 기준에 의하여 유리한 근로계약의 내용을 변경할 수 없으며, 근로자의 개별적 동의가 없는 한 취업규칙보다 유리한 근로계약의 내용이 우선하여 적용된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가 제정, 공고한 취업규칙인 임금피크제 운용세칙은 임금피크제의 적용대상자가 된 근로자인 원고에 대하여 (원고와 피고가 맺은) 근로계약에서 정한 연봉액을 60% 또는 40% 삭감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으므로, 연봉액에 관하여 이 근로계약이 취업규칙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하고 있다고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원고가 취업규칙의 기준에 따라 이 근로계약을 변경하는 것에 대하여 동의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연봉액에 관하여 취업규칙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이 우선하여 적용되고, 결국 취업규칙에 대하여 과반수 노조의 동의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이 근로계약은 유효하게 존속하고, 취업규칙에 의하여 이 근로계약에서 정한 연봉액을 삭감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