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칼럼] 부당공동행위 자진신고 제도의 최근 동향
[리걸타임즈 칼럼] 부당공동행위 자진신고 제도의 최근 동향
  • 기사출고 2019.12.09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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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권 · 최인선 변호사]

"담합", "카르텔" 등으로 일컬어지는 부당공동행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이 규제하는 경쟁제한적 행위의 대표적인 유형이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제정 이후 꾸준히 담합 근절을 주된 정책으로 삼아 왔고, 실제 매년 공정위 처리 사건에서도 담합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18년 기준으로는 공정위 전체 사건 처리 건수 761건 중 315건이 담합 사건으로 집계된다.

761건 중 315건이 담합 사건

담합에 대한 규제 강화 의지는 2018년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에도 잘 드러나 있다. 전부개정안은, (i)가격담합 · 입찰담합 등 위법성이 중대한 '경성담합'에 대해 전속고발제를 폐지하여 공정위 고발 없이도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하고, (ii)'가격 · 생산량 등의 정보를 교환함으로써 실질적으로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담합의 유형으로 추가하여 경쟁사업자간 정보교환에 대한 담합 규제를 강화하며, (iii)담합에 대한 과징금 상한을 기존 10%에서 20%로 상향하고, (iv)담합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피해자의 손해 증명을 지원하기 위한 법원의 자료제출명령제를 도입하는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양대권 · 최인선 변호사
◇양대권 · 최인선 변호사

공정위는 직권인지, 제3자의 신고, 제보 등 다양한 단서를 기초로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는데, 담합의 경우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특성상 담합에 가담한 자의 자진신고(부당공동행위에 대한 감면신청)를 통하여 적발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이하에서는 자진신고에 관련된 공정위 최근 실무 동향 및 관련 사례를 살펴보고 실무상 유의점을 논의한다.

형사고발도 면제 가능

공정위가 담합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지 못하였거나 담합을 입증하는데 필요한 증거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단독으로 증거를 제공한 최초의 자는 1순위 자진신고자로서 과징금 면제 및 시정조치가 감면되고, 형사고발 면제도 가능하다. 담합 입증에 필요한 증거를 단독으로 제공한 두 번째 자는 2순위 조사협조자로서 과징금 50% 감경, 시정조치 감경 및 형사고발 면제가 가능하다(법 제22조의2, 시행령 제35조).

자진신고자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자진신고 직후 조사부터 의결 단계에 이르기까지 관련 규정이 요구하는 요건을 충족하여야 한다. 우선 자진신고자는 자진신고 후 위반행위를 즉시 중단하여야 한다. 그리고 담합과 관련하여 알고 있는 사실을 지체 없이 모두 진술하고, 보유하고 있거나 수집할 수 있는 모든 관련 자료를 신속하게 제출하는 등 공정위의 조사가 끝날 때까지 성실하게 협조하여야 한다. 그 과정에서 담합과 관련된 증거와 정보를 파기, 조작, 훼손, 은폐하거나, 공정위의 심의종료 이전에 위원회의 동의 없이 자진신고 및 행위사실을 제3자에게 누설하는 경우 성실하게 협조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시행령 제35조, 부당한 공동행위 자진신고자 등에 대한 시정조치 등 감면제도 운영고시 제5조).

자진신고자가 최초로 제출하는 감면신청서에는 담합의 개요 및 입증에 필요한 증거가 포함되어야 하는데, 증거자료의 수집 등에 추가적인 시간이 필요한 경우에는 이를 생략한 감면신청서를 제출하고 사후적으로 보정할 수 있다. 위 보정에는 원칙적으로 15일의 기간이 부여되며, 보다 장기간이 소요되는 등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60일의 내에서 추가 기간 부여가 가능하다(위 고시 즉, 감면고시 제8조). 공정위는 최초 부여된 15일 기간 내에 자진신고자가 추가 기간이 필요한 이유와 구체적인 보정 계획을 제출하여 정당한 사유를 소명하는 경우에 60일의 추가 기간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위 정책을 운용하고 있다. 따라서 자진신고를 했다면 신속하게 증거자료를 수집해야 함은 물론, 15일의 기간이 부족하다면 그 이유 및 추가 60일이 부여될 경우의 구체적인 보정계획도 신속하게 준비하여야 한다. 부여받은 기간 내에 자료보정을 하지 못하는 경우 불성실한 협조로 판단되어 최종적으로 자진신고자 지위를 인정받지 못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긴밀하게 대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진신고 활용 사례가 많아지면서 관련 판결들도 집적되고 있다. 최근에는 성실 협조의무 불이행, 자진신고 사실 누설 등을 이유로 한 자진신고자 지위 불인정의 적법성이 다투어진 사건들이 다수 있다.

자진신고 전 자료 삭제…불인정

사업자가 자진신고 이전에 자료를 삭제하였다는 이유로 공정위가 자진신고자 지위를 인정하지 않은 사건에서, 대법원은 "자진신고나 조사협조 개시 이전의 증거인멸 행위도 자진신고 또는 조사협조 행위의 성실성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으므로, 원고가 공정위 현장조사일 직후 담합에 가담한 경쟁사 직원을 만나 공정위가 확보한 자료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고, 향후 가까운 시일 내 조사협조를 할 지 구체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는 시점에 증거인멸을 하였다면, 이는 불충분한 증거를 제출한 것으로 성실협조로 보기 어렵다"고 하면서, 공정위 의결이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사업자가 자진신고 사실을 누설하였다는 이유로 공정위가 자진신고자 지위를 인정하지 않은 사건에서는, 대법원은 "최초 감면신청 이후 공정위 현장조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다른 공동행위 가담자들 모두에게 감면신청 사실을 누설하면 다른 가담자들이 공정위 조사 대응 방안을 보다 쉽게 수립할 수 있게 되고 경우에 따라 증거를 은닉 · 변조하거나 자진신고 자체를 담합할 여지도 생기게 되어, 공정위의 실효적 조사에 대한 방해요인으로 작용하고 자진신고 제도 도입 취지를 몰각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하면서 공정위 의결이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자진신고자의 진술 불일치가 문제된 사안에서 서울고등법원은, 자진신고 사업자의 조사협조 과정에서 비록 일부 진술의 번복이나 불명확한 진술이 있었더라도 공동행위 시점과 조사시점 간에 2년이라는 상당한 시간적 간격이 있었고, 추후 보완 진술을 통해 사실을 바로잡기도 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공정위의 조사가 방해되거나 그릇된 판단에 이르게 된 바도 없다는 점을 고려하여, "일부 사정에 관한 불일치를 들어 1순위 조사협조자 지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한편 자진신고 후 위반행위 중단에 관한 판단기준을 참고할 수 있는 판례도 있다. 서울고등법원은 '미국 DOJ의 요청에 따라 자진신고 사실에 대한 극도의 보안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담합 관여 직원을 비롯한 전체 직원들에게 이를 고지하지 않아 자진신고 사실을 모르던 위 직원이 관성적으로 경쟁사들과의 실무자급회의에 참석하는 것을 방치한 수준' 만으로는 합의가 계속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원칙적으로 공동행위는 자진신고 즉시 중단하여야 하나, 심사관은 조사상 필요에 의한 경우 일정 기간 예외를 인정할 수 있다(감면고시 제6조 제2항). 이에 따라 공정위는, 심사관이 조사상 필요로 자진신고자에게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공동행위의 중단(경쟁사에 대한 합의파기 의사표시)을 연기하도록 요청하고 실제로 자진신고자는 그로부터 1년 이상의 기간이 경과한 후 합의 파기 의사를 표시한 사건에서, 자진신고일을 자진신고자의 공동행위 종료일로 인정한 사례가 있다.

자진신고 필요성을 논하기에 앞서 평소 준법경영과 자정노력을 통해 담합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에는 이론이 없을 것이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후적으로 담합행위가 발견된 경우, 회사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자진신고 제도 활용 여부에 대해서 신중히 고려해 보아야 한다.

민사 손배소 등 면책은 아니야

현행 법제 하에서는 자진신고를 통해 공정위의 행정처분 및 형사고발 요청은 감면이 가능하더라도 후속 민사 손해배상소송이나 조달청 등의 입찰참가자격제한 처분에서의 면책은 어려울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법령상 자진신고자 지위 인정의 결격사유(다른 사업자에 대한 담합 강요, 일정 기간 동안 반복적인 담합행위, 담합 가담 사업자가 2개일 때 2순위자에 대한 제한, 최초 자진신고로부터 2년 이후 이루어진 자진신고 등)에 해당하지 않는지도 사전에 면밀히 살펴야 한다. 일단 자진신고를 하였다가 여하한 이유로 이를 철회하더라도 이미 공정위에 위반행위 사실을 인정한 것이 이후 조사 과정에 사실상 불리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도 유념하여야 한다.

자진신고를 한 이후에는, 충분한 자료제출을 통한 조사협조는 물론 자진신고 사실을 제3자에게 누설하지 않고 보안을 유지하면서도 관련자들의 위반행위는 즉시 중단할 수 있도록 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사상 필요에 의하여 위반행위의 즉시 중단이 어려운 경우에는, 일정 기간 예외 인정에 관하여 공정위와 충분한 사전 논의를 하여 추후 자진신고자 지위 확보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조치하는 것도 필요하다.

amnesty plus 제도 이용도 가능

한편 A 공동행위에 관하여 과징금 또는 시정조치의 대상이 된 자가 별개의 B 공동행위에 관하여 자진신고를 하고 지위를 부여 받는 경우에는, A 공동행위에 대한 과징금 및 시정조치의 추가 감면도 가능하다(시행령 제35조 제1항 제4호, amnesty plus 제도). 따라서 담합 조사를 받는다면 그 기회에 신속하고 정확한 사실관계 내부조사를 통해 amnesty plus 제도의 활용 필요성도 종합적으로 검토해 보는 것이 좋다.

담합은 공정위의 지속적인 감시 대상이고, 공정위는 자진신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제도 운용 · 발전에 관하여도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속고발제 폐지 논의와 함께 검찰도 형사 자진신고 제도를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담합 예방을 위한 지속적인 점검과 자진신고 제도에 대한 정확한 이해의 중요성이 더욱 큰 시점이라고 생각되고, 관련 논의도 계속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양대권 · 최인선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 daekwon.yang@kimch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