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파워인터뷰] 박종우 서울변호사회장의 '존경받는 변호사' 되기
[리걸타임즈 파워인터뷰] 박종우 서울변호사회장의 '존경받는 변호사' 되기
  • 기사출고 2019.12.04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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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 품성 갖추고 사회공헌 나서자"

"로이어 퍼스트! '변호사를 위한 변호사회'를 만들겠습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홈페이지 맨 앞에 나오는 박종우 회장의 인사말은 이렇게 시작한다. 그만큼 변호사들이 처한 현실이 녹록치 않고, 변호사들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는 변호사단체 장(長)으로서의 굳은 의지가 담긴 표현이다.

◇박종우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박종우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112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개업회원만 1만 6000명이 넘는 한국 최고(最古), 최대의 변호사단체를 이끌고 있는 박 회장이 구상하고, 추진하는 변호사의 위상을 업(up) 시키기 위한 복안은 무엇일까.

개업회원만 16,000명

적지 않은 분량의 '회장 인사말'을 좀 더 따라가 보면 그가 그리고 있는 바람직한 변호사의 모습을 어렵지않게 짐작할 수 있다. 인사말 뒤쪽에 나오는 '국민에게 존경받는 변호사'가 서울지방변호사회 제95대 회장, 박종우 회장이 추구하는 변호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 서울변호사회가 방향을 정해 정책을 제시하고 업무를 추진하는 구체적인 지향점이다.

리걸타임즈가 2년의 임기 중 3분의 1을 훌쩍 넘긴 박종우 회장을 인터뷰했다. 인터뷰의 내용은 자연스럽게 '로이어 퍼스트'와 '국민에게 존경받는 변호사'상을 구현하기 위한 박 회장과 서울변호사의 노력, 정책에 집중되었다.

11월 초 홍콩에서 열린 로아시아(LAWASIA) 총회에 참석하고 돌아온 박 회장은 내년 초부터 시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청년변호사들의 해외교류부터 소개했다. 홍콩과 상하이, 싱가포르변호사회와 합의된 사항이라며 내년부턴 한국의 청년변호사들이 홍콩과 상하이, 싱가포르의 로펌에서 2주간 인턴 또는 파견 형식으로 일하면서 견문을 넓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반응이 좋으면 참가인원과 대상 국가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홍콩과 상하이, 싱가포르의 변호사들은 서울을 찾아 한국 로펌에서 비슷한 경험을 쌓게 된다.

-서울변호사회의 활동이 갈수록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이슈에 포커스를 맞추며 발전하고 있다. 얼마 전 대법원에 형사성공보수 약정이 무효라는 2015년도에 내려진 전원합의체 판결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주목된다.

"한 의뢰인이 형사사건의 변호사 보수를 분할하여 지급하기로 하면서, 잔금은 위임사무의 종료 시에 지급하기로 하였다가 막상 잔금을 지급할 때가 되자 '잔금은 성공보수이고, 형사성공보수가 무효라는 대법원 판례가 있으니 지급하지 않겠다'며 지급을 거부해 변호사가 제기한 소송에 대해 의견서를 제출한 것인데, 대법원 판결 자체를 되돌리는 것은 쉽지 겠지만, 변호사법 개정을 통해 일정한 요건 하에선 형사성공보수를 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서울변호사회의 입장이다.

12월 중 심포지엄 개최 예정

과도한 성공보수는 당연히 지양되어야 하겠지만, 일반 국민들 입장에서 자신이 원하는 변호사를 선임하여 그 변호사로부터 제대로 된 법률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하는 방안으로도 성공보수제도는 유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변호사가 노력해서 무죄판결 등을 받더라도 변호사에게 경제적으로 플러스되는 게 아무 것도 없다면 변호사에게 동기부여가 안 되고 그것은 의뢰인에게도 바람직한 결과가 아닐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형사성공보수 무효는 헌법상 보장되어 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2월에 서울변호사회 주최로 관련 심포지엄을 열 예정이다."

성공보수 약정 무효판결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한지 2주쯤 지난 11월 15일 서울변호사회는 국민적 열망이 높은 검찰개혁과 관련해 이철희 국회의원과 함께 "법무부의 검찰 인사 · 감찰권, 통제수단인가 견제장치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했다. 주요 사회적 이슈에 대한 서울변호사회의 발빠른 대응과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이 돋보이는 대목으로, 박종우 회장은 토론회 인사말을 통해 "법무부가 내놓은 '법무 ·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제안'에 의하면 국민은 공수처 설치, 수사권 조정 등 검찰 권한을 줄이고 나누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 검사들은 복무 · 인사제도 등 내부 제도 개선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며 "검찰 인사독립의 방향성, 법무부의 인사권 · 감찰권을 어떻게 개선하는 것이 검찰개혁의 올바른 방향에 부합하는가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토론회를 준비했다"고 소개했다. 서울변호사회는 지난 7월 중립적인 입장에서 국민을 위한 바람직한 대안을 제시한다는 목적 아래 '공수처 및 수사권 조정 TF팀'도 발족했다.

'일제 강제동원' 한일 변호사 간담회 진행

무엇보다도 서울변호사회의 변호사단체로서의 활동이 국민들로부터 높은 주목을 받은 것은 강제징용 손해배상판결에서 시작된 한일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에서 찾을 수 있다. 서울변호사회는 지난 9월 5일 서초동 변호사회관으로 한일 양국의 변호사 등을 초청해 일제 강제동원 문제의 제반 쟁점을 검토하고 올바른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한일 공동 심포지엄'을 개최한 데 이어 한 달쯤 지난 10월 8일엔 박종우 회장 등 한국의 변호사들이 일본으로 건너가 오사카에서 같은 내용의 '한일 변호사 간담회'를 진행했다.

서울에서 열린 심포지엄에도 참석했던 자이마 히데카즈 변호사(일본변호사연합회 전후처리문제 공동행동 특별부회 위원)는 발제를 통해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피해자 개인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되지 않았다는 것은 일본 정부도 인정해 왔고, 한국의 2018년 대법원 판결은 한국의 헌법질서에 합치하는 것으로서 인정해야 한다. 아베 총리가 한국 대법원의 판결에 대하여 추상적으로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며 "일본의 기업들이 신속히 판결 내용을 이행해야 하고 일본 정부는 이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 근본적 해결방안으로 한일 양국 정부와 양국 기업이 기금 또는 재단을 창설하여 피해자 구제에 나서야 하고, 양국의 변호사들은 법률가로서 강제동원 문제의 법적 측면을 충분히 이해하고 서로 의견교환을 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이 문제를 널리 알리고 올바른 문제해결을 호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박종우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박종우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박종우 회장은 간담회 인사말에서 "현재 한일 간의 갈등에 대한 1차적 책임은 인권의 문제를 정치 · 외교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아베 정권에게 있다"고 지적하고, "한국과 일본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기조로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함께 추구해나가는 소중한 이웃이다. 양국 정상 간의 적극적인 소통 노력을 통해 하루빨리 소모적인 대립을 끝내길 기대한다"고 역설했다.

서울변호사회는 이외에도 장애인, 아동, 노인, 외국인 등 사회적 약자의 권익옹호를 위해 활동하는 권익옹호기관의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개선방안에 관한 의견을 모은 '사회적 약자 권익옹호기관의 현황과 과제 심포지엄' 개최,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의 시설을 관리하는 서울고법과 서울남부지법과 서울서부지법에 제출한 '법원 청사 장애인 편의시설 개선 요청 의견서' 등 변호사, 변호사단체로서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문제를 해결하고 개선방안을 찾는 일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임기 2년차를 앞둔 박종우 회장의 행보가 한층 빨라지는 느낌이다.

무상 지원, 복지정책 많아

-서울변호사회가 올 들어 추진한 내용을 보면, 그동안 유료로 진행되던 변호사들의 의무연수를 전면적으로 무료로 실시하도록 변경하였고, 변호사회관이나 서울변호사회 교육문화관 등의 회의실 이용료도 회원들이 이용할 경우 면제하기로 하는 등 회원들에 대한 무상 지원, 복지정책이 많다. '변호사를 위한, 회원을 위한 서울변호사회' 정책의 일환으로 이해된다.

"포화상태인 법률시장에서 경쟁하느라 변호사의 고유업무로도 바쁜 회원들에게 의무연수에 대한 부담을 덜어드리고 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올 2월부터 의무연수 전면 무료를 시행한 것이다. 의무연수의 무료 시행 후 연수 신청 인원이 대폭 증가하는 등 회원들의 반응이 매우 좋다. 변호사 수가 늘어 변호사들 중에도 어려운 분들이 적지 않은데 서울변호사회의 재정여건이 허락하는 한 변론 등 변호사들의 활동을 적극 지원하려고 한다."

-지난 1월 회장 선거때 공약으로 내걸었던 공익활동 미이행 부담금 폐지는 어떻게 추진되고 있나요? 변호사들 중엔 공익활동을 의무적으로 강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공익활동이라는 변호사의 신성한 의무를 금전으로 환산하거나 대체하는 공익활동 미이행 부담금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선거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는데, 다만 이 사안은 서울변호사회 결정만으로 되는 게 아니고 대한변협의 회칙을 고쳐야 한다. 전국의 다른 지방변호사회 회장단과도 의견을 모을 생각이고, 대한변협에 공익활동 미이행 부담금을 폐지하자고 제안하려고 한다.

회원들이 자긍심과 책임감을 가지고 공익활동에 나설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 중에 있는데, 대부분의 변호사들이 소속 로펌이나 회사에서의 업무가 과중해서 공익활동을 할 생각이 있어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기본적으로는 변호사단체가 위임을 받아 변호사의 공익활동을 대신 수행해야 하지 않나 이렇게 생각한다."

박 회장은 이어 출산과 육아의 문제는 여성변호사들도 예외가 아니라며, "출산 장려 및 일 가정 양립이라는 국가시책에 적극 호응하는 한편, 여성변호사들이 육아문제에 대한 부담을 덜고 변호사로서 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공익활동 면제대상에 육아기간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변호사는 '고달픈 직업'

변호사 경력 12년이 더 된 박 회장은 변호사라는 직업을 '공익'과 '사익'이라는 서로 모순되는 가치를 추구해야 하는 고달픈 직업으로 표현했다. 변호사법 1조는 인권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을 변호사의 사명으로 규정하고 있고, 변호사법 27조에서 "변호사는 연간 일정 시간 이상 공익활동에 종사하여야 한다"고 공익활동 종사의무를 부과하고 있지만, 변호사라는 직업 또한 다른 직업과 마찬가지로 영리를 추구하는 상인적 성격도 가지고 있어 변호사로서 성공하고, 공익활동도 활발하게 수행하는 게 쉽지 만은 않다고 솔직하게 얘기했다.

변호사가 국민으로부터 존경을 받고, 변호사단체가 위상을 높이는 방안이 무엇일까.

박종우 회장은 "변호사 개인적으로는 의뢰인의 법적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실력과 함께 품성을 갖춰야 한다"고 주문하고, 이어 직업으로서의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었다면 자발적인 사회공헌활동에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변호사단체는 자발적인 사회공헌사업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익전업변호사 2명 선발

지난 10월 2명을 선발한 서울변호사회의 공익전업변호사 양성사업(Fellowship) 제도도 그중 하나로, 서울변호사회가 공익전업변호사를 양성하고 회원 변호사들의 공익활동을 지원하는 한 방법으로 변호사들의 관심이 높다. 공익 · 인권단체와 비영리기구 등에 소속되어 공익활동을 본업으로 하는 공익전업변호사로 선발되면 서울변호사회로부터 2년간 매달 250만원씩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서울변호사회는 또 학교 밖 청소년과 대안학교에 대한 법률상담과 서울 관내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찾아가는 인권교육, 서울시 철거현장에서의 인권지킴이 활동과 형사당직변호사 활동, 장애인과 아동, 노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권익옹호활동과 법률지원 등 다양한 공익사업을 벌이고 있다.

◇박종우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박종우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한마디로 직접적인 공익사업의 수행과 함께 회원 변호사들의 공익활동을 지원하고, 회원 변호사들을 통해 다시 사회공헌사업이 확대되는 선순환을 도모하자는 것이 박종우 회장의 공익활동 철학인데, 박 회장은 "휴업 중인 회원을 포함해 서울변호사회 회원만 2만명이 넘는다"며 "찾아보면 변호사, 변호사단체가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익활동이 서울시민, 국민을 향한 것이라면, 소속 회원들에겐 실력과 품성을 갖추는 경쟁력 강화가 박 회장이 생각하는 변호사 위상 높이기의 구체적인 내용이다. 물론 변호사 수가 늘었다고 해서 국민들에게 값싸고 양질의 법률서비스가 제공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 될 수 있고, 오히려 실력없는 변호사로 인해 국민들이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 박 회장의 지론이다.

그는 "실력 있는 변호사가 배출되도록 로스쿨 교육 시스템을 개선하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는 말도 했다.

"변호사 취업, 국가도 책임"

또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가 대폭 늘어남에 따라 신규변호사들의 취업난이 심각한 상태"라며 "국가가 법조인 선발제도를 로스쿨과 변호사시험으로 변경한 이상, 그로 인해 배출되는 변호사들의 취업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박 회장은 연장선상에서 법무사, 세무사, 변리사 등 유사 법률직업과의 협업과 시너지 추구와 관련해서도 이제는 보다 전향적으로 접근할 때라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변호사의 소송대리권과 같은 각자의 고유영역을 침범하지 않는다면 변호사법을 고쳐서라도 협업, 동업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박 회장은 국내에 많이 들어와 활동하고 있는 외국변호사와의 협업도 마찬가지라며 친구를 늘리고 아군을 늘려 포화상태에 이른, 경직된 구조의 법률시장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거듭 힘주어 말했다. 4차 산업혁명이 진전되는 21세기에 걸맞은 유연하면서도 탄력적인 틀을 만들어 변호사의 위상을 높이고 법조의 획기적인 발전을 도모하자는 것이 제95대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박종우 회장의 확고한 신념이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