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길의 북경통신] 해외중재시 중국내 보전처분
[김종길의 북경통신] 해외중재시 중국내 보전처분
  • 기사출고 2019.12.03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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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8일 상해해사법원은 홍콩국제중재센터(HKIAC)에 제기된 중재사건에 기하여 신청된 보전처분을 허용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동안 중국법원은 해외중재가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하여 중국내에서의 보전처분을 허용하지 않았고, 이는 중국과의 분쟁해결시 해외중재를 선택할 때의 가장 큰 취약점으로 지적되어 왔었다.

최고인민법원 사법해석으로 시행

이번 보전처분은 2019년 4월 2일 중국의 최고인민법원과 홍콩특별행정구정부간에 체결되고 10월 1일부터 시행된 <최고인민법원, 홍콩특별행정구정부의 내지와 홍콩특별행정구의 중재절차에서 보전에 상호협조하는데 관한 안배, "중재보전안배">에 기하여 이루어진 최초의 내지법원 보전처분이다. 최고인민법원이 홍콩정부와 체결한 '안배'는 국가 간에 체결하는 조약, 협정 등과는 달리, 내지에서 최고인민법원의 '사법해석'의 형식으로 시행되고 있다.

◇김종길 변호사
◇김종길 변호사

본건의 경우 중재신청인은 홍콩의 해운회사이고, 피신청인은 상해회사이다. 양사는 용선계약을 체결하여 신청인이 배를 제공하고, 피신청인이 인도네시아에서 상해로 석탄을 운송하기로 약정했다. 그 후 피신청인이 계약을 파기함에 따라, 신청인은 2018년 5월경 손해배상을 구하는 임의중재(adhoc arbitration)를 신청하였고, 중재과정에서 쌍방이 화해계약을 체결하여 피신청인이 신청인에게 미화 18만 달러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피신청인이 약정에 따라 합의금을 지급하지 않자, 화해계약에 기하여 신청인은 다시 2019년 7월 16일 홍콩국제중재센터에 제2차 중재를 제기하게 되었다. 그리고 신청인은 홍콩국제중재센터를 통하여 상해해사법원에 보전처분을 신청하기에 이른 것이다.

중재보전안배에 따르면, 내지법원에서 보전처분이 허용되는 홍콩중재는 다음의 중재기관 혹은 상설대표처에서 진행 중인 중재사건이다. 즉, (1)홍콩에 설립되거나 본부가 홍콩에 설립되어 있으면서 홍콩이 주요 관리지인 중재기구, (2)중국이 가입한 정부간 국제조직이 홍콩에 설립한 분쟁해결기구 혹은 상설대표처, (3)기타 중재기구가 홍콩에 설립한 분쟁해결기구 혹은 상설대표처로서 당해 분쟁해결기구 혹은 상설대표처가, 홍콩정부가 정한 중재사건 건수 및 분쟁금액 등 기준을 충족시키는 경우이다.

HKIAC 등 6개 중재기구에서 허용

이에 따라 홍콩정부가 위의 요건을 충족시키는 것으로 인정한 중재기구는 현재 모두 6개인데, (1)HKIAC, (2)중국국제경제무역중재위원회 홍콩중재센터(China International Economic and Trade Arbitration Commission Hong Kong Arbitration Center), (3)국제상공회의소(ICC) 국제중재재판소 아시아오피스(International Court of Arbitration of International Chamber of Commerce–Asia Office), (4)홍콩해사중재소조(Hong Kong Maritime Arbitration Group, "HKMAG"), (5)선전국제중재원(홍콩)(South China International Arbitration Center(HK)), (6)eBRAM국제온라인분쟁해결센터(eBRAM International Online Dispute Resolution Centre)가 그것이다.

사법적으로는 완전 독립

홍콩이 비록 중국의 일부인 특별행정구이지만, 사법적으로는 내지로부터 완전히 독립되어 있다. 1997년 주권반환 이전까지 홍콩사건의 종심법원은 영국의 추밀원이었으나, 주권반환 이후에는 홍콩에 종심법원이 별도로 설치되어 과거 추밀원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 중국의 최고인민법원과는 완전히 분리되고 독립된 사법체계를 갖추고 있다. 최근 들어 중국과 홍콩은 사법분야의 협력과 통합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는 추세이다. 그중 형사분야의 <송중조례>는 홍콩인의 반발로 홍콩사태를 불러왔지만, 민상사분야에서의 협력강화는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2019년 1월 18일에는 중국최고인민법원과 홍콩특별행정구정부간에 <민상사사건판결의 상호승인집행에 관한 안배>가 체결되었다. 이는 2006년 최고인민법원과 홍콩특별행정구법원간의 <당사자합의관할 민상사사건판결의 상호승인집행에 관한 안배>를 대체하는 것이다. 2006년 안배에서는 (1)금전지급판결, (2)당사자간에 전속관할 합의가 있는 민상사사건만을 상호승인집행의 대상으로 한정하였는데, 2019년 안배에서는 그 범위를 크게 확대하였다.

첫째, 네거티브 시스템을 취하여 파산, 부도, 혼인, 가정, 상속, 해사, 지적재산권사건을 제외한 모든 민상사판결이 집행대상으로 되었다. 둘째, 금전지급판결 외에 비금전판결도 집행대상이 되었다. 셋째, '당사자간 합의관할' 요건을 삭제하여, 법정관할요건을 갖추면 되도록 하였다. 넷째, 뉴욕협약상의 중재판정 승인집행의 경우와 유사하게 집행거절사유를 한정하였다. 원심 법원의 관할이 법률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 사기적이거나 자연적 정의, 법률의 기본원칙이나 공공질서에 위반하는 경우 등이다.

특히 이번 중재보전안배로 홍콩중재시 중국 내지에서 보전처분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의미가 크다. 지금까지 중국회사와 외국회사간의 해외중재사건은 스톡홀름중재재판소, 싱가포르국제중재센터, 홍콩국제중재센터, ICC 등이 주로 처리하여 왔는데, 향후 중국내 재산보전조치가 가능해진 홍콩국제중재센터의 지위가 다른 중재기관들을 압도할 전망이다. 만일 ICC 중재를 선택하는 경우라면, 홍콩의 아시아 오피스에서 진행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편 보전처분 신청절차는 외국에서의 통상적인 경우와 조금 다르다. 중국의 중재법은 중재시 재산보전은 반드시 중재기관을 거쳐 법원에 신청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번 중재보전안배에서도 반드시 홍콩의 중재기관 혹은 상설대표처틀 통하여 중국 내지법원에 신청서를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임의중재에는 허용 안 해

중국의 <중재법>은 기구중재만을 허용하지만, 해외중재의 경우에는 임의중재도 뉴욕협약(홍콩의 경우에는 2000년 최고인민법원과 홍콩법원간의 중재판정 승인집행에 관한 안배가 체결되어 있다)에 따라 중재판정의 중국내 승인집행을 허용하고 있다. 이처럼 중재판정의 중국내 승인집행에서는 해외의 기구중재와 임의중재간에 차이가 없는데, 해외중재시 중국내 재산보전처분은 기구중재에만 허용되고 임의중재에는 허용되지 않게 되었다.

우리나라 정부나 대법원도 중국의 최고인민법원과 중재시의 재산보전에 관한 협약을 하루빨리 추진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해야 중국과의 분쟁해결에서 대한상사중재원을 선호하는 한국회사들이 다른 나라 회사들에 비하여 불이익을 받지 않을 수 있다.

김종길 변호사(법무법인 동인, jgkim@donginlaw.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