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칼럼] 과점시장
[리걸타임즈 칼럼] 과점시장
  • 기사출고 2019.12.02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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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로이어가 최근호에서, 한국 언론 보도를 근거로 김앤장 등 6대 로펌의 시장점유율이 90%에 이른다고 소개했다. 이른바 '빅 6' 로펌이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것이 한국 로펌업계의 특징이지만, 이 정도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을까.

블룸버그가 집계한 3분기 누적 M&A 리그테이블에서의 ‘빅 6’의 시장점유율은 거래금액 기준으로 78.2%. 일류 로펌일수록 수임료 요율이 높은 점을 감안하면 매출액 기준으론 6대 로펌의 점유율이 더 올라갈 수도 있겠다.

◇김진원 기자
◇김진원 기자
한국 로펌업계의 과점구조를 좀 더 따져보자. 우선 공급 사이드에 변호사, 로펌이 적어서 공급 과점이 형성된 것이 아니다. 변호사, 로펌은 엄청나게 많지만 과점의 배경은 '빅 6'의 높은 전문성에서 비롯되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달리 얘기하면, 원스톱 서비스로 기업법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로펌이 얼마 안 되기 때문에 과점이 형성되었다고 하는 게 솔직한 표현일 것이다.
 
고도의 전문 서비스 시장인 한국 로펌시장에서 가격담합 등과 같은 과점의 폐해를 상상하기는 쉽지 않다. 과점의 폐해는 오히려 법률서비스의 수요자인 기업들에게 전문성을 갖춘 로펌의 선택지가 많지 않다는 점일 것이다. 하나 더 든다면 사건이 상위 몇몇 로펌으로 집중되면서 훨씬 많은 수의 로펌과 변호사들이 대형, 고급사건을 접할 수 없다는 시장 불균형의 심화다.
 
이러한 한국 로펌들의 과점체제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 얼마 전부터 한층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는 전문 부티크의 설립과 발전이다. 대형 로펌 출신들이 주도하는 부티크의 움직임은 기업법무의 전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부티크 중엔 20년을 훌쩍 넘긴 로펌도 없지 않고, 전문성을 꾸준히 발전시켜 기존의 일류 로펌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Band 1'의 위상을 굳건히 하고 있는 로펌들도 꽤 된다.

리걸타임즈 설문조사에 나타난 사내변호사들의 로펌 선호도, 크게 대형 로펌 또는 전문성을 갖춘 중견 · 중소 로펌, 부티크로 나눠보면 대부분이 포섭된다. 전문성을 떠나 대형 로펌 다음 사이즈의 로펌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부티크에서 활동하는 변호사들 얘기를 들어보면, 중소 기업과 스타트업 자문에 이어 보다 큰 규모의 기업 고객으로 클라이언트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고 한다.

과점으로 표현되는 한국 로펌업계가 부티크의 활발한 활동과 더불어 변화와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2019년 기업법무 시장을 분석하며 확인한 한국 로펌업계의 또 다른 모습이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