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특별기고] CDS 신용위험사건의 인위적 조작에 관한 국제적 논의
[리걸타임즈 특별기고] CDS 신용위험사건의 인위적 조작에 관한 국제적 논의
  • 기사출고 2019.11.26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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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명 변호사]

A라는 사람이 B라는 사람에게서 돈을 빌렸는데, A가 B에게 빌린 돈의 적어도 반 이상을 갚지 못하면 (가)라는 사람이 이기고 반 이상을 갚으면 (나)라는 사람이 이기는 것으로 (가)와 (나)가 서로 내기를 했다는 가정을 해 보자. A는 마침 유동자금이 부족하여 제때 빌린 돈을 갚지 못할 것을 염려하고 있었는데, (가)가 A에게 B로부터 빌린 돈을 빌려주겠다고 하면서 그 조건으로 B에게 빌린 돈의 반 이상을 기한 내에 갚지 말 것을 요구하였고, 그리하여 (가)가 내기에서 (나)를 이기면, 과연 이것이 공정한 것인가? 좀 현실적이지 않은 예시이긴 하나, 위 질문에 대해 당연히 공정하지 않다는 것에 대해 의문을 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정명 변호사
◇이정명 변호사

이와 유사한 사건들이 신용부도스왑(Credit Default Swap) 시장에서 발생하여 왔다. 시장의 신뢰도 및 건전성을 뒤흔드는 신용위험사건의 인위적 조작(Narrowly Tailored Credit Event; “NTCE”) 사건들의 문제점에 대하여 FCA 및 CFTC 등과 같은 영국과 미국의 감독기관들이 주목해 왔고, 그 해결을 위하여 국제스왑파생상품협회인International Swaps and Derivatives Association(“ISDA”)를 통한 국제적 논의 및 방지책의 도입이 있었는 바, 아래에서 이에 대하여 간단히 소개한다.

1. 신용부도스왑과 신용위험사건

신용부도스왑은 특정한 준거채무자(Reference Entity)에 관하여 보장매입자(Protection Buyer)가 보장매도자(Protection Seller)로부터 신용위험에 대한 보장을 매입하는 양자간 계약이다. 보장매입자가 일정한 대가(premium 또는 spread)를 계약기간 동안 보장매도자에게 지급하면, 보장매도자가 ‘신용위험사건(Credit Event)’이 발생할 경우 신용위험보장금액을 보장매입자에 지급(결제의 방법에는 옥션결제, 실물결제 또는 현금결제가 있음)하는 것이 신용부도스왑의 기본적인 구조이다.

이에서 보듯이 신용위험사건의 발생은 결정적으로 보장매도자의 지급의무를 확정시키는 요소인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러한 신용위험사건의 종류 및 정의는 ISDA의 신용파생상품정의집(Credit Derivatives Definitions)에서 정하고 있다. 신용위험사건의 발생 여부는 기본적으로 ‘신용파생상품결정위원회(Credit Derivatives Determinations Committee, 이하 DC)’에서 결정하도록 되어 있는데, 신용위험사건의 발생 여부에 관한 질의가 위원회에 제출되면 멤버들이 심의 후 투표에 의하여 그 발생 여부를 결정한다. DC는 투표권을 가지는 15개의 위원(10개의 sell-side 회사들과 5개의 buy-side 회사들로 구성됨) 및 그 외 중앙청산소와 같은 옵서버 위원들로 구성되며, 아메리카, 유럽, 호주-뉴질랜드, 일본 및 기타 아시아의 5개의 지역별로 각각 조직되어 있다.

2. 신용위험사건의 조작 사건

그 동안 신용부도스왑 시장에서 신용위험사건의 조작이 있었던 사건에는 Codere 사건 (2013년), iHeart 사건(2016년), 그리고 Hovnanian 사건(2018년) 등이 있다.

(1)Codere사건

Codere는 스페인의 카지노 등 업계 회사로서 약 10억 유로에 이르는 회사 채무를 구조조정하고자 하였다. Blackstone의 헷지펀드인 GSO는 Codere를 준거채무자로 하는 신용부도스왑을 매입하였는데, 한편 Codere에 자금을 대출하여 주면서 Codere가 발행하였던 채권의 이자를 어느 정도 지연하여 지급할 것을 요구하여 Codere의 채무불이행을 유도하였다. 아메리카 지역 DC는 Codere에 대하여 Failure to Pay (지급불이행) 신용위험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결정하였다.

(2)iHeart 사건

미국의 언론회사인 iHeart 역시 약 200억 달러에 달하는 채무를 구조조정하고자 하는 상황에서, 그 완전자회사인 Clear Channel로 하여금 2016년 발행한 채권의 일부를 매입하도록 하고 해당 채권의 만기일에 Clear Channel이 보유한 채권만 상환하지 않고 다른 채권은 모두 상환하였는데, 이는 iHeart의 채무가 특정 금액 이하로 떨어질 경우 채권자들에게 추가 담보를 제공하기로 한 특수한 약정에 의하여 채권자들이 iHeart의 자산에 담보권을 설정하는 것을 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알려졌다. 또한 Clear Channel은 그 당시에는 채권에 대한 구제책을 행사하지 않되 추후 해당 채권을 행사하기로 iHeart와 약정하였다. 아메리카 지역 DC는 iHeart에 관하여 Failure to Pay (지급불이행) 신용위험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결정하였다.

(3)Hovnanian 사건

GSO는 미국의 부동산 회사인 Hovnanian을 준거채무자로 하는 신용부도스왑의 보장매입자 중 하나였는데, 이와 동시에 Hovnanian의 채무에 대하여 재대출을 해 줄 것을 약정하면서 Hovnanian에게 그 채무 중 Hovnanian의 자회사가 채권자로 있던 일정 채무를 변제하지 않을 것을 요구하였다.

신용부도스왑의 보장매입자는 신용위험사건이 발생하면 신용위험보장금액을 받게 되어 이익을 취하게 된다. 이외에도 iHeart 사건에서 보는 바와 같이 신용위험사건을 조작하는 동기는 다양할 수 있는데, 이러한 사건들의 공통점은 신용위험사건 중 하나인 지급불이행 사건이 인위적으로 조작되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하여 DC에서 신용위험사건의 발생을 결정한 사건들은 그 결정 이후에도 논란을 일으키게 되었다.

3. ISDA에서의 논의 및 해결방안의 도출

위 사건들 중 Hovnanian 사건에서는 한 보장매도자가 GSO와 Hovnanian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고 이는 합의로 끝이 났으나, ISDA 및 해외 감독기관들이 이러한 신용위험사건의 조작이 신용부도스왑 시장의 효율성 및 건전성을 해할 것이라는 우려를 강력하게 표명하는 등 해당 사건은 신용위험사건의 조작에 대한 국제적 논의를 촉발하는 계기가 되었다.

2018년 6월부터 신용부도스왑 시장의 참여자들인 여러 금융기관들은 ISDA의 위원회 중의 하나인 Credit Steering Committee(“CSC”)를 통하여 신용부도스왑 시장의 개선방안을 논의하였는데, 신용위험사건의 조작은 그러한 개선방안의 주요 논의사항 중의 하나로 선택되었다.

ISDA CSC는 1년여의 오랜 기간에 걸쳐 가장 바람직한 해결책에 관하여 논의하였고, 마침내 ISDA는 2019년 7월 15일, 2014년도 ISDA 신용파생상품정의집 상의 신용위험사건 중 ‘지급불이행(Failure to Pay)’에 관한 정의 조항을 수정하는 내용의 ‘2019 Narrowly Tailored Credit Event Supplement to the 2014 ISDA Credit Derivatives Definition’을 발표하였다. 또한 2019년 8월 27일에는 기체결된 신용부도스왑 계약에 대하여 위 수정안을 2020년 1월 27일부터 적용하는 ‘2019 NTCE Protocol’을 발표하였고 계약당사자들의 해당 프로토콜 가입(adherence) 시한을 2019년 11월 8일로 정하였다.

기존 신용파생상품정의집상의 신용위험사건 중 지급불이행에 관한 정의 조항에 의하면 기본적으로 준거채무자의 특정한 채무에 관하여 특정 금액 이상의 지급불이행만이 있어도 지급불이행이라는 신용위험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었다. 그러나 위 2019년도 수정 정의집에서는, “신용도악화요건(Credit Deterioration Requirement)”을 추가하였다. 즉 해당 지급불이행이 직간접적으로 준거채무자의 신용도 또는 재무상황의 악화로 인하여 발생하였거나 또는 그러한 악화를 야기한 경우에만 신용위험사건으로 인정된다. 또한 어떠한 경우 신용도악화요건이 충족 또는 미충족 되는지에 관한 예시 등을 안내하는 해석지침이 정의집에 포함되었다.

신용부도스왑은 대출계약 등의 헷지를 위한 목적이든 준거채무자의 신용위험에 관한 투자 목적이든 시장참여자들의 준거채무자에 대한 신용위험의 정확한 평가를 필수로 요한다. 신용부도스왑의 일종의 가격과도 같은 premium이나 spread는 준거채무자의 신용위험이 증대하면 그 값이 상승하고 반대로 준거채무자의 신용위험이 감소하면 그 값이 하락하며, 또한 신용위험사건이 발생하는 사실이 확정되면 보장매입자가 신용위험보장을 받을 수 있어 보장매입자에게 경제적 이익이 발생하게 된다.

신용위험사건이 인위적으로 조작되면 준거채무자에 대한 신용위험의 정확한 평가가 불가능하게 되어 신용부도스왑 시장의 건전성과 형평성이 근본적으로 훼손되고, 나아가 신용위험사건의 인위적 조작이 만연해질 경우에는 신용부도스왑 시장 자체가 붕괴될 수도 있을 것으로 염려된다.

따라서 이와 같이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인위적 조작사건들에 대하여 금융감독기관들이 비판적 성명을 발표하고 시장참여자들이 ISDA를 통하여 그 해결책을 논의 및 모색한 것은 국제적 공조의 훌륭한 예의 하나로 생각된다.

이정명 변호사(chloe.jm.lee@citi.com)

◇이정명 변호사는 누구=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을 거쳐 현재 싱가포르에 있는 씨티그룹 아시아지역본부 법무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금융 전문 변호사다. 채권, 파생상품, 대출채권 거래 등 다양한 금융상품에 대해 법률자문을 제공하고 있고, 이러한 상품에 관하여 한국뿐만 아니라 홍콩, 싱가포르, 중국 등 아시아 전체 지역에 관하여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법연수원을 34기로 수료한 한국변호사로 씨티그룹에 합류하기 전 법무법인 충정에서 근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