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의 비위행위에 대한 징계시효가 만료된 후 수사가 개시되어 비위를 저지른 직원이 약식명령을 받았더라도 이를 새로운 징계사유로 보아 직원을 징계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10월 18일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된 정부의 한 연구원에 다니다가 면직된 A씨가 "2년의 징계시효가 지났는데도 나에 대한 면직을 정당하다고 판정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을 취소하라"며 중노위원장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9두40338)에서 이같이 판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법무법인 리더스가 A씨를 대리했다.
기간제 계약직으로 이 연구원의 사무국장을 맡아 연구원의 사무실 이전에 따른 인테리어 공사 시공업체 선정 등의 업무를 총괄하던 A씨는, 연구원의 사무실 이전에 따른 인테리어 공사 시공업체 선정과 관련하여 2012년 6∼8월 시공업자로부터 세 차례에 걸쳐 3000만원을 받았다가 2년이 더 지나 적발됐다. 국무조정실 산하 부패척결추진단이 2015년 12월경 연구원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A씨의 비위행위의 정황을 포착, 연구원의 업무를 관장하는 중소기업청이 연구원에 A씨에 대한 고발과 문책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한 것. 이에 연구원이 A씨를 고발, A씨가 배임수재 혐의로 기소되어 2016년 9월 벌금 15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게 되자 연구원 인사위원회가 '비위행위로 약식명령을 받아 연구원의 위신을 크게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A씨에 대한 징계면직을 결정하여 A씨에게 통보했다.
A씨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으나 기각된 데 이어 중노위 재심에서도 기각되자 소송을 냈다. A씨는 재판에서 "2년의 징계시효가 경과하였으므로 배임수재 비위행위를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연구원의 인사규정 40조는 "징계의결의 요구는 징계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2년을 경과한 때에는 이를 행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A씨는 그동안 계약기간이 만료될 때마다 계약을 갱신해 계속 근무해왔다. 한편 A씨는 약식명령에 불복하여 정식재판을 청구, 2018년 12월 벌금 1000만원이 확정됐다.
대법원은 "연구원의 인사규정 40조는 기간 경과를 이유로 사용자의 징계권 행사에 제한을 가하려는 취지에서 둔 징계시효에 관한 규정에 해당하고, 그 징계시효의 기산점은 위 규정에 따라 징계사유가 발생한 때라고 보아야 하고,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비위행위 자체에 대한 징계시효가 만료된 이후 그 비위행위가 수사대상이 되거나 언론에 보도되었다고 하여 이를 들어 새로운 징계사유가 발생한 것으로 본다면, 비위행위에 대한 징계시효가 연장되는 것과 다름없어 일정 기간의 경과를 이유로 징계권 행사를 제한하고자 하는 징계시효의 취지에 반할 뿐 아니라, 새로운 징계사유의 발생이 사용자 등에 의하여 의도될 우려도 있다"며 "비위행위 자체에 대한 징계시효가 만료된 경우 그 비위행위에 대하여 나중에 수사나 언론보도 등이 있더라도 이로 인해 새로운 징계사유가 생긴 것으로 보거나 그 수사나 언론보도 등의 시점을 새로운 징계시효의 기산점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어 "원고의 배임수재 비위행위는 2012. 6. 22.부터 2012. 8. 24.까지 계속되었으므로, 2012. 8. 24.로부터 2년이 경과한 때 징계시효가 만료되어 이에 대한 연구원의 징계권은 소멸되었고, 그 후 배임수재 행위에 대한 수사가 개시되어 원고가 기소됨에 따라 연구원의 위신이 크게 손상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새로운 징계사유로 삼아 다시 징계시효가 기산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고가 배임수재죄로 약식명령을 받은 것은 연구원의 위신을 손상시켰다는 새로운 징계사유에 해당하고, 이에 대해서는 아직 징계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원심에는 징계시효와 그 기산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