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월급 못줄 상황' 문자에 식당 그만뒀다면 해고로 봐야
[노동] '월급 못줄 상황' 문자에 식당 그만뒀다면 해고로 봐야
  • 기사출고 2019.11.13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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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형식적으로는 자진사직이나 해고예고수당 줘야"

식당 주인이 식당 종업원들에게 '식당 운영에 실패한 것 같다. 월급마저 지급을 못할 상황이 올 수 있을 것 같다'는 문자를 보내고, 다음날 회의를 하며 같은 취지의 말을 하자 식당 종업원들이 스스로 사직했다. 대법원은 종업원들이 어쩔 수 없이 사직한 것이라며 해고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대법원 제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10월 31일 원주에 있는 육개장 식당에서 일했던 A씨 등 4명이 "해고예고수당을 지급하라"며 식당 주인인 B씨를 상대로 낸 임금소송(2019다246795)에서 이같이 판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춘천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처음엔 4명이 소송을 냈으나, 1, 2심에서 패소하자 A씨 등 2명만 대법원에 상고했다.

B씨는 2016년 11월 30일 A씨 등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의 종업원  4명과 함께 회식을 마치고 헤어진 후 A씨 등 4명에게 '식당 운영에 실패한 것 같다. 더는 모두를 책임질 수 없을 것 같다. 12월엔 월급마저 지급을 못할 상황이 올 수 있을 것 같다. 내일이라도 나오지 않아도 뭐라고 할 말이 없다. 현재의 매출로는 홀1, 주방1, 파트1로 움직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12월) 5일까지 더 많은 급여를 주고 더 일하기 좋은 곳으로 알아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자세한 얘기는 내일 하겠다'라는 문자메시지를 각각 보냈다. A씨 등 4명과 B씨는 다음날인 12월 1일 오전 식당에서 이 사안에 관하여 회의를 하였는데, B씨는 A씨 등에게 "앞으로 홀 담당 종업원 1명, 주방 담당 종업원 1명, 파트타임 종업원 1명 체제로 가게를 운영할 계획이다. 더 나은 곳을 찾을 시간을 2016년 12월 5일까지 주는 것이다. 5일이면 새로운 직장을 찾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위 일시 이후에는 계속 가게에 남아서 일을 한다고 하더라도 월급을 주지 못할 수 있다. 이후로는 손님과 문제가 발생하면 즉시 해고할 것이다"고 말했다. 회의가 끝난 후 A씨 등 4명은 B씨에게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러가겠다"고 말하고 바로 식당을 그만두었다. 같은날 B씨는 A씨 등 4명에 대하여 고용보험 피보험자격상실신고를 마쳤고, B씨의 어머니가 식당에 출근했다. B씨는 그 무렵 구직사이트에 홀 담당 직원, 주방 담당 직원, 아르바이트(파트타임) 직원을 구하는 채용공고를 올렸다.

이후 A씨 등 4명이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원주지청에 '해고예고수당을 지급받지 못했다'는 진정을 한 뒤 B씨를 상대로 1인당 170만∼220만원의 해고예고수당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근로기준법 26조에 따르면,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를 포함한다)하려면 적어도 30일 전에 예고를 하여야 하고, 30일 전에 예고를 하지 아니하였을 때에는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1심에 이어 항소심 재판부가 "피고가 원고 등 4인 '전원'을 해고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나아가 설령 피고가 원고 등 4인 중 일부를 해고하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중 해고될 사람이 누구인지 특정되지 않은 이상, 해고예고수당의 대상이 특정되어야 하는 이 사건에서는 결국 원고 등 4인 중 그 누구도 그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하자 A씨 등 2명이 상고했다. 한편 B씨는 A씨 등 4명에게 해고예고수당 합계 790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되어 2018년 11월 1심에서 유죄판결이 선고된 가운데 B씨가 항소하여 현재 항소심 재판이 계속 중이다.

대법원은 그러나 "근로기준법 23조에서 말하는 '해고'란 실제 사업장에서 불리는 명칭이나 절차에 관계없이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로 하는' 모든 근로계약관계의 종료를 뜻하고, 근로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은 성질상 해고로서 근로기준법에 정한 제한을 받는다고 보아야 한다"고 전제하고, "사용자가 근로자로부터 사직서를 제출받고 이를 수리하는 의원면직의 형식을 취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킨 것이라 할지라도, 사직의 의사가 없는 근로자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작성 · 제출하게 한 경우에는,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어서 해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는 원고 등 4인 중 누구에게도 명시적으로 '그만두라'는 취지의 말을 한 적은 없으나, 원고 등 4인은 피고로부터 문자메시지와 함께 근로를 하더라도 월급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취지의 말을 들은 이후 어쩔 수 없이 식당을 그만두게 된 것이므로, 이를 두고 원고 등 4인이 자진하여 식당을 그만둔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지적하고,  "피고가 식당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 적어도 2~3명의 종업원이 필요하였다면 원고 등 4인 중 해고할 사람을 특정하였어야 함에도, 피고는 이를 근로자들의 선택에 맡기는 형식을 취하면서 원고 등 4인 모두에게 자진 사직하도록 유도하였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피고가 원고 등 4인 모두에게 '5일이면 새로운 직장을 찾기에 충분한 시간이고, 이후에는 계속 가게에 일을 하더라도 월급을 주지 못할 수 있으며, 이후로는 손님과 문제가 발생하면 즉시 해고할 것이다'라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은 원고 등 4인에게 일방적으로 해고의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비록 형식적으로는 원고 등 4인이 자진하여 식당을 그만둔 것처럼 보일지라도, 실질적으로는 피고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사직의사가 없는 원고 등 4인으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사직하게 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킨 것이므로 해고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