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시설물 인도판결 났다고 곧바로 불법점유로 인한 손배책임 못 물어"
[손배] "시설물 인도판결 났다고 곧바로 불법점유로 인한 손배책임 못 물어"
  • 기사출고 2019.11.09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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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인도판결 효력, 인도청구권 존부에만 미쳐"

시설물 인도판결을 받았다고 곧바로 시설물 점유자를 상대로 불법점유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시설물 인도판결의 효력은 시설물에 대한 인도청구권의 존부에만 미치고, 시설물의 불법점유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까지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는 판단이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0월 17일 M사가 "흙막이 가시설물 등에 대한 불법점유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LIG건설(변경 후 상호 건영)을 상대로 낸 소송(2014다46778)에서 이같이 판시, "피고는 원고에게 66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법무법인 평원이 M사를, LIG건설은 법무법인 을지가 대리했다.

M사는 2010년 6월 17일경 LIG건설로부터 강남역 리가 스퀘어 신축공사 중 토공사와 흙막이 가시설공사를 하도급받아 공사를 하면서 공사현장에 흙막이 가시설물을 설치했다. 그런데 LIG건설이 2011년 4월 회생절차개시결정을 받자 M사는 회생절차 개시를 이유로 LIG건설에 하도급계약을 해지한다고 통보하고 공사를 중단했다. 이후 LIG건설은 법원으로부터 공사재개허가를 받아 공사를 진행하면서 2011년 5∼6월 3차례에 걸쳐 M사에 흙막이 가시설물을 해체해달라고 요청하였으나, M사는 이를 거부하고 흙막이 가시설물을 수거하지 않았다.

M사는 오히려 법원으로부터 흙막이 가시설물에 대한 '유체동산 점유이전 및 처분금지 가처분 결정'을 받았고, M사의 대표는 LIG건설에 나머지 공사대금을 달라고 주장하며 공사현장 입구에 기중기를 설치해 차량이 진입하거나 출입할 수 없도록 하였다. 그러나 LIG건설이 집행관의 허가를 받아 흙막이 가시설물과 기중기를 다른 장소로 옮기자 M사가 LIG건설을 상대로 시설물 인도소송을 내 승소 확정판결을 받은 뒤 LIG건설을 상대로 흙막이 가시설물과 기중기에 대한 불법점유로 인한 4억 1000여만원의 손해배상 또는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는 소송을 냈다. 한편 이 소송의 상고심 계속 중이던 2015년 4월 LIG건설에 대한 회생절차종결결정이 공고되었다.

대법원은 "물건 점유자를 상대로 한 물건의 인도판결이 확정되면 점유자는 인도판결 상대방에 대하여 소송에서 더 이상 물건에 대한 인도청구권의 존부를 다툴 수 없고 인도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 시까지 주장할 수 있었던 정당한 점유권원을 내세워 물건의 인도를 거절할 수 없으나, 의무 이행을 명하는 판결의 효력이 실체적 법률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므로, 점유자가 그 인도판결의 효력으로 판결 상대방에게 물건을 인도해야 할 실체적 의무가 생긴다거나 정당한 점유권원이 소멸하여 그때부터 그 물건에 대한 점유가 위법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하고, "나아가 물건을 점유하는 자를 상대로 하여 물건의 인도를 명하는 판결이 확정되더라도 그 판결의 효력은 이들 물건에 대한 인도청구권의 존부에만 미치고, 인도판결의 기판력이 이들 물건에 대한 불법점유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어 "이 사건 인도판결로 인하여 이 사건 시설물(흙막이 가시설물)에 관한 실체적 법률관계에 어떠한 변동이 생긴 것은 아니므로, 인도판결이 확정되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인도판결 확정 다음날부터 이 사건 시설물에 대한 피고의 점유가 위법하게 되어 원고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고, 피고가 인도판결이 확정된 다음 이 사건 시설물에 대한 인도를 적극적으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해서 이를 곧바로 불법행위로 단정할 수 없고, 그로 인해서 원고가 이 사건 시설물을 사용 · 수익하지 못한 손해를 입었다고 볼 수도 없다"며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시설물의 인도를 명하는 인도판결을 받아 판결이 확정되었더라도 판결의 효력은 이 사건 시설물에 대한 인도청구권의 존부에만 미칠 뿐 이 사건 시설물의 불법점유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인도판결 확정 다음날부터 원고에 대한 점유반환 시까지 기간 동안의 이 사건 시설물의 점유에 관한 피고의 고의 또는 과실 등 불법행위의 성립요건에 관하여 심리한 다음 피고의 손해배상책임 성립 여부에 관하여 판단하였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그런데도 불법행위의 성립요건에 관하여 별다른 심리를 하지 않은 채 인도판결이 확정된 사정만을 들어 인도판결 확정 다음날부터 피고의 이 사건 시설물에 대한 점유가 위법하다고 보아 원고에 대한 점유반환 시까지 기간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에는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M사는 1심 계속 중이던 2012년 10월 흙막이 가시설물과 기중기를 수거했다.

대법원은 기중기와 관련해선, "원고가 기중기의 보관비용 등을 부담해야 하는데 비용을 지급하지 않아 기중기를 회수하지 못한 것으로서 인도판결 확정 다음날부터도 피고의 기중기에 대한 점유나 보관행위가 위법하지 않고, 인도판결의 기판력에 따라 기중기에 대한 피고의 점유가 불법점유가 된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에 앞서 "피고는 인도판결 확정일 다음날부터 흙막이 가시설물의 인도일까지 102일간 흙막이 가시설물을 불법점유하여 흙막이 가시설물의 임료 상당의 손해를 입혔다 할 것"이라며 "피고는 원고에게 불법점유로 인한 손해 66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