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엔진 결함'으로 신치토세공항에 19시간 늦게 도착한 에어부산, 승객 1인당 40만∼61만원씩 배상하라
[손배] '엔진 결함'으로 신치토세공항에 19시간 늦게 도착한 에어부산, 승객 1인당 40만∼61만원씩 배상하라
  • 기사출고 2019.11.09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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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정신적 손해도 배상해야"

2018년 7월 항공기 엔진 결함으로 일본 신치토세공항에 예정 시각보다 19시간 늦게 도착해 승객들에게 피해를 입힌 에어부산이 승객들에게 1인당 40만∼61만여원을 물어주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고홍석 판사는 10월 11일 김 모씨 등 승객 130명이 지연 도착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라며 에어부산을 상대로 낸 소송(2018가단5222511)에서 "에어부산은 위자료 40만원 포함 승객 1인당 40만~61만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무법인 덕수와 예율이 원고들을, 에어부산은 법무법인 지평이 대리했다.

김씨 등은 에어부산 항공기를 이용하여 2018년 7월 14일 오후 3시 10분쯤 대구국제공항을 출발해 오후 5시 40분쯤 일본 신치토세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었으나, 운항 중 조종석 계기에 우측 엔진의 이상을 알리는 'ENG 2 EPR MODE FAULT' 메시지가 나타났고, 이로 인해 엔진의 추력을 수동으로 조절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여 출발 약 2시간 만인 오후 5시쯤 일본 나리타공항에 비상착륙했다. 점검 결과는 야간작업을 통해 부품을 교체해야 하는 상황. 결국 오후 6시 25분쯤 항공편 운항이 취소되었고, 김씨 등은 에어부산이 제공한 숙소에서 1박을 한 뒤 다음날인 7월 15일 오전 10시 30분쯤 수리를 마친 이 항공기로 일본 나리타공항을 출발하여 예정보다 약 19시간 늦은 같은날 낮 12시 45분쯤 일본 신치토세공항에 도착했다. 조사 결과 이 항공기의 조종석 계기에 'ENG 2 EPR MODE FAULT' 메시지가 나타난 것은 엔진 관련 부품인 Relay Box에 발생한 결함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고 판사는 "원고들이 피고와 체결한 국제항공운송계약의 출발지인 한국과 도착지인 일본이 모두 '국제항공운송에 있어서의 일부 규칙 통일에 관한 협약'(몬트리올 협약)의 당사국이므로, 몬트리올 협약이 민법이나 상법보다 우선적으로 적용된다"고 전제하고, "피고는 몬트리올 협약 19조에 따라 이 사고로 인한 지연으로 승객인 원고들에게 발생한 재산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몬트리올 협약에 가입하여 2007년 12월 29일 발효되었다. 몬트리올 협약 19조는 "운송인은 승객 · 수하물 또는 화물의 항공운송 중 지연으로 인한 손해에 대한 책임을 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송인은 본인 · 그의 고용인 또는 대리인이 손해를 피하기 위하여 합리적으로 요구되는 모든 조치를 다하였거나 또는 그러한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는 것을 증명한 경우에는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고 판사는 또 정신적 손해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여부와 관련, "국제항공운송 지연에 따른 운송인의 승객에 대한 '지연으로 인한 손해'에 관한 책임을 규정한 몬트리올 협약 19조는 '운송인은 승객 · 수하물 또는 화물의 항공운송 중 지연으로 인한 손해에 대한 책임을 진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지연으로 인한 손해의 내용, 종류와 범위에 관하여 따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하고, "이러한 지연으로 인한 손해의 내용, 종류와 범위는 몬트리올 협약 19조가 다루고 있지 않은 사항에 해당하고, 어떠한 손해가 몬트리올 협약 19조의 지연으로 인한 손해에 해당하는지는 소가 제기된 법원의 판단에 따르도록 한 것으로 볼 수 있어 몬트리올 협약 19조에서 정한 지연으로 인한 손해의 내용, 종류와 범위에 관하여는 법정지법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법정지법에 의하면 이 사건에서는 몬트리올 협약 19조의 지연으로 인한 손해의 내용, 종류와 범위는 우리나라 손해배상법리에 따르게 되는데, 그 법리에 의하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에는 경제적 · 재산상 손해에 국한하지 않고 정신적 손해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고 판사는 "이 사고로 원고들이 일본 나리타공항에 비상착륙하였다가 항공편의 예정된 도착시간보다 약 19시간 지연되어 일본 신치토세공항에 도착하였으므로, 이로 인해 원고들이 정신적 고통을 입었을 것임은 경험칙상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몬트리올 협약 19조에 따라 승객인 원고들에게 그 지연으로 인하여 발생한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에어부산은 이에 대해 "지연으로 인한 원고들의 손해를 피하기 위해 합리적으로 요구되는 모든 조치를 다하였거나 그러한 조치를 취할 수 없었으므로 몬트리올 협약 19조 후분에 따라 면책된다"고 주장했다. 

고 판사는 그러나 "피고 주장에 따르더라도 Relay Box에 결함이 발생하면 조종석 계기의 관련 메시지 현출로 엔진의 추력을 수동으로 조절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여 안전운행을 위해 운고 · 시정에 따라 목적지 공항이 아닌 공항에 비상착륙하게 될 수도 있고, 피고의 관계사 항공기에서는 1년간 3건의 동일 · 유사 결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사고 항공기의 감항증명 사실, 결함이 발생한 사고 항공기의 Relay Box의 국제 평균치 대비 사용시간, 사고 항공기나 피고 보유 항공기에서의 일정 기간 내 동일 · 유사 결함 부존재 사실만으로는 사고의 발생과 관련하여 피고가 지연으로 인한 손해를 피하기 위하여 합리적으로 요구되는 모든 조치를 다하였거나 그러한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고 선뜻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고 판사는 원고들 중 일부가 사고로 인한 지연으로 환불받지 못한 숙박비, 렌터카비, 투어비를 재산상 손해로 인정하고, 승객 1인당 위자료 40만원씩을 더해 1인당 40만~614,462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