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기간제 근로계약서에 '계약 갱신할 수 있다'고 정했어도 구체적 절차 · 요건 정하지 않았으면 갱신 거절 유효"
[노동] "기간제 근로계약서에 '계약 갱신할 수 있다'고 정했어도 구체적 절차 · 요건 정하지 않았으면 갱신 거절 유효"
  • 기사출고 2019.11.08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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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고법] "갱신기대권 인정 안 돼"

기간제 근로자와 맺은 근로계약서에 '당사자와 협의하여 계약을 갱신할 수 있다'고 정했더라도 계약 갱신의 구체적인 절차나 요건을 정하지 않았다면 근로계약 갱신 거절은 유효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근로계약서의 추상적인 규정만으로 기간제 근로자에게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수원고법 민사3부(재판장 임상기 부장판사)는 10월 24일 한국마사회에서 기간제 근로자로 근무한 A씨가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한 것은 무효"라며 한국마사회를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2019나12172)에서 이같이 판시, 원고 승소 판결한 1심을 취소하고,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법무법인 태평양이 한국마사회를 대리했다.

A씨는 2016년 6월 한국마사회와 기간제 근로계약을 맺고 한국마사회가 새 사업을 위해 만든 부서에 위촉직(계약직) 팀장으로 입사했다. 계약기간은 그해 11월 30일까지였으나 A씨는 계약기간을 세 차례 연장해 근무하다가 2018년 2월 마사회로부터 계약기간 만료를 통보받자 소송을 냈다. 

A씨는 "한국마사회와 맺은 근로계약에는 모두 근로계약의 갱신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고, 한국마사회의 위촉직관리지침에도 위촉기간이 종료되는 경우 인력의 계속 운영 필요성 등을 고려하여 재위촉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어, 근로계약이 갱신되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A씨가 한국마사회와 맺은 근로계약서에는 '한국마사회가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A씨와 협의하여 계약을 갱신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었다.

1심 재판부가 "A씨에게는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자 한국마사회가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A씨와 한국마사회가 맺은) 각 근로계약은 그 계약의 갱신에 관하여 '피고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원고와 협의하여 계약을 갱신할 수 있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계약 갱신의 구체적인 절차나 요건에 관하여 전혀 정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하고, "이러한 추상적인 규정만으로 곧바로 원고에게 근로계약에 대한 갱신기대권이 발생한다고는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의 위촉직관리지침 8조는 '위촉기간이 끝나는 위촉직에 대하여 인력의 계속운영 필요성, 대상자의 건강상태, 위촉기간 중의 업무실적에 대한 운영부서의 의견, 그 밖에 재위촉 심사에 필요한 사항을 심사하여 재위촉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는 바, 위 규정 역시 근로계약 갱신 기준에 관하여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있을 뿐 근로계약 갱신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기준이나 요건을 정하고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위 규정이 원고에게 근로계약 기간 만료 시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계약이 갱신될 수 있다는 신뢰를 부여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원고에게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원고의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 최종적으로 체결된 4차 근로계약의 기간이 만료됨으로써 당연히 종료되고, 피고가 원고에게 근로계약 갱신 거절의 의사를 통보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들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예비적 판단으로, "피고는 당초 추진하던 신설 사업과 관련하여 민자유치 등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원고를 고용하였는데, 피고는 이 신설 사업의 추진을 포기하려고 결정했고, 현재까지도 이 사업이 전혀 추진된 바 없다"며 "원고에게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원고에 대한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한 데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