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홍콩에서 인천공항 환승구역으로 반입한 금괴 635억원어치 항문에 숨겨 日로 밀반출…관세법 위반 유죄
[형사] 홍콩에서 인천공항 환승구역으로 반입한 금괴 635억원어치 항문에 숨겨 日로 밀반출…관세법 위반 유죄
  • 기사출고 2019.11.05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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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관세법상 반송신고 대상"

외국에서 인천국제공항 환승구역으로 금괴를 가지고 왔다가 내국인 운반책에게 건네 외국으로 반출하는 경우도 세관에 반송신고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신고를 하지 않으면 관세법상 밀반송죄로 처벌된다.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차문호 부장판사)는 10월 31일 홍콩에서 인천국제공항 환승구역으로 반입한 635억원 상당의 금괴를 항문에 숨겨 일본으로 밀수출한 혐의로 기소된 밀수 총괄책 조 모씨 등에 대한 항소심(2018노3513)에서 무죄를 선고한 1심을 깨고, 총책 조씨에게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벌금 140억 6100여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공범 이 모씨에 대해선 징역 1년 2월을 선고하고 벌금 159억 9500여만원의 선고를 유예했으며, 하 모씨에겐 징역 8월을 선고하고 벌금 140억 6100여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또 조씨 등 3명에게 공동으로 558억 6300여만원을 추징하고, 이씨에게 추가로 76억 8800여만원을 추징했다.

조씨와 이씨는 2017년 4월 4일경 인천국제공항에서 하씨가 모집한 금괴 운반자로 하여금 일본 출국 심사를 받고 국제선 청사 환승구역에 진입하도록 한 다음, 이씨가 홍콩으로부터 보세구역인 환승구역으로 반입한 200g 중량의 금괴 30개(시가 3억여원)를 운반책 5명에게 각각 6개씩 나누어 항문에 은닉하도록 한 뒤 일본 후쿠오카행 항공기에 탑승하여 일본으로 출국하게 했다. 조씨 등은 이때부터 2018년 4월까지 111회에 걸쳐 같은 방법으로 홍콩에서 인천국제공항 환승구역으로 반입한 금괴 1110㎏(국내도매가격 558억 6300여만원)를 세관에 신고하지 않고 일본으로 밀반출한 혐의(특가법상 관세, 관세법 위반)로 기소됐다. 이때 이용된 운반책들만 900여명. 운반책들은 금괴 1개(200g)당 10만원을 지급받았다. 

조씨 등은, 홍콩은 금괴에 대한 부가가치세가 없고 일본은 부가가치세가 있어 관련 세금만큼 차익이 발생하나, 홍콩에서 매입한 금괴를 휴대하여 바로 일본으로 반출할 경우, 홍콩 출발 입국자에 대한 일본 세관의 엄격한 휴대품 검사 때문에 일본 세관에 쉽게 적발되는 반면, 한국에서 출발하는 여행객들에 대한 일본 세관의 휴대품 검사는 상대적으로 완화되어 있는 점을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른바 '출발지 세탁'을 시도한 것인데, 최근 일본의 부가가치세 인상에 따라 관련 범죄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조씨는 금괴 밀반송 범행을 총괄하고, 이씨는 금괴 운반책에게 항공권을 제공해 주거나, 홍콩에서 인천국제공항 환승구역으로 금괴를 운반하거나, 일본으로 운반된 금괴를 회수하여 일본 수집상에게 전달했으며, 하씨는 조씨의 지시로 한국에서 일본으로의 금괴 운반책을 모집하고, 비행기 탑승 전 준비상황, 복장, 세관에 적발되었을 때 답변내용 등을 교육하는 등 역할을 분담해 범행에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이 외에도 단독으로 2018년 1월부터 2월까지 같은 방법으로 17회에 걸쳐 151㎏의 금괴(국내도매가격 76억 8600여만원)를 세관에 신고하지 않고 일본으로 밀반출한 혐의로도 기소했다.

1심 재판부가 단순히 우리나라 국제공항 환승구역을 경유해 외국으로 운반하는 경우에는 관세법상 반송신고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하자 검사가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국으로부터 국내에 도착한 외국물품이 수입신고가 수리되기 전에 수입통관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다시 외국으로 반출되는 경우에는, 휴대품 등으로서 관세법 241조 2항에 따라 반송신고가 생략되는 물품이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연히 반송신고의 대상이 된다고 보아야 한다"며 "이는 이 사건 금괴가 우리나라 관세법상 관세의 부과 대상이 아니라고 하여 달리 볼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 금괴는 외국인 홍콩으로부터 국내인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물품으로서 수입신고가 되지 아니한 외국물품에 해당하고, 그것이 수입통관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다시 외국인 일본으로 반출되었으므로, 관세법이 정한 반송신고의 예외사유에 해당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반송신고의 대상에 해당됨을 알 수 있다"고 전제하고, "인천국제공항 환승구역도 국내 영토의 일부분으로서 국내법의 적용을 받는 장소이므로, 위 환승구역에 반입된 물건 또한 국내로 반입된 것으로 보지 않을 수 없고, 인천국제공항 환승구역에 반입된 금괴는 관세법이 정한 보세구역인 세관검사장이라는 장치장소에 있는 물건으로서 우리나라 관세법에 따른 통관절차 또는 반송신고의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홍콩이나 일본 관세청에서는 한국 관세청에 적극적인 단속을 요구하고 있고, 한국에서 일본으로 금괴를 운반한 많은 내국인들이 일본 세관에 적발되어 처벌받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국제공항 환승구역에서 금괴, 마약 등 여행자 본인의 통상적인 휴대품이 아닌 물품의 운송을 부탁받는 경우 이를 거절하여야 하며, 그렇지 아니하면 입국하는 국가에서의 처벌 외에, 국내 관세법에 의하여도 밀반송죄의 공범으로 처벌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이 사건에서 하씨나 운반책들은 국내법에 반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동원된 것으로 드러났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