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수의 직무발명
대학교수의 직무발명
  • 기사출고 2019.11.12 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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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범 변호사]

국내 모 대학교 공과대학에 재직 중인 A 교수는 요즘 고민이 많다. 자신의 연구 분야에서 어느 정도 실력을 인정받은 A 교수는 주요 저널에 논문도 다수 게재하였고, 여러 기업과의 프로젝트 역시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 A 교수는 이러한 경험과 자신의 연구 성과를 토대로 얼마 전부터 소속 대학 산학협력단을 통해 창업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박기범 변호사
◇박기범 변호사

마침 최근 대학교수의 창업을 돕는 정부지원도 활발해졌고, 특히 학교 내에서 산학협력단을 통해 이런저런 형태의 창업을 장려하는 분위기도 조성되었다.

산학협력단의 문제 제기

그런데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 학교의 산학협력단이, 창업 예정인 회사를 통해 교수님이 개발하는 발명도 결국 교수님이 학교에서 맡고 있는 연구 분야와 밀접하게 관련된 것이므로 직무발명에 해당하고, 대학교수가 창업한 회사의 발명에 대한 소유권은 학교에 귀속된다는 규정도 이미 제정되어 있으므로, 창업하는 회사를 통해 개발되는 발명에 대한 소유권을 모두 학교에 넘겨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러나 A 교수는 창업한 회사를 통해 창출되는 발명은 자신이 연구했던 기술을 응용하여 제품화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명이므로 학교의 직무발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생각였고, 설령 학교에 해당 발명의 소유권을 넘기더라도 자신이 받을 수 있는 보상이 터무니없이 적다는 사실 때문에 학교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또한 A 교수가 창업 예정인 회사에는 평소 A 교수 연구의 가능성을 높게 보던 X 회사와 Y 회사도 투자를 계획하고 있던 터여서, A 교수 입장에서는 회사에서 발생하는 발명에 대한 권리를 모두 학교에 넘겨야 한다는 사실을 다른 투자자들에게 설명하기도 상당히 부담스러웠다.

A 교수와 대학의 산학협력단, 어떻게 하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에 앞서서 우선 대학교수의 발명이 직무발명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부터 간략히 살펴보자.

대학교수의 발명도 직무발명일까?

직무발명 제도는 연구개발투자와 시설 등을 제공한 사용자에게는 지속적인 투자를 유도하는 한편 종업원에게는 발명 완성에 대한 대가로 정당한 보상을 제공함으로써 연구의욕을 고취시키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제정, 운영되고 있다.

과거에는 (i)대학은 이윤을 추구하는 곳이 아니라 학문을 하는 곳이고, 대학교수 또한 후학양성을 위한 교육이 주된 임무이므로, 교수의 발명은 직무발명이 될 수 없고, (ii)나아가 대학교수의 발명이 직무발명의 취지인 사용자의 지속적인 투자 유도와는 관계가 없으므로 대학교수의 발명은 직무발명이 아닌 자유발명에 해당한다고 보는 견해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대학교수도 연구의무가 있고, 또한 대학의 재정 지원이나 학교시설을 이용한 결과로 창출되는 발명에 대해서는 직무발명으로 보는 것이 대세적인 의견이다.

법원 역시 대학교수가 대학으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고 연구시설을 이용하여 전공과 관련된 발명을 완성한 경우에는 직무발명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고, 다만 연구 분야와 전혀 관련 없는 분야에 대한 발명은 직무발명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바 있다(특허법원 2017나1995 사건 등 참조).

회사 종업원 발명과의 차이

그러나 대학교수의 발명은 회사 종업원의 발명과는 성격상 차이가 있어 보인다. 회사 종업원에 의한 발명은 대부분 회사가 기획하여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산출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프로젝트 리더들이 팀에 임무를 부과하면, 팀원들은 서로 협업하여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해 내고 이를 기초로 발명이 이루어진다.

이와 달리 대학교수의 발명은, 통상적인 연구 활동의 결과로서 이루어질 뿐만 아니라, 국가 또는 기업으로부터 연구를 위탁 받거나 혹은 기업과 직접 협업하는 경우, 기업의 기술고문으로 활동하는 경우, 비슷한 연구 분야를 가진 다른 학교의 교수와 협업하는 경우 등 다양한 환경 속에서 이루어진다. 그 뿐만이 아니다. 앞서 설명한 A 교수의 사례처럼 대학교수가 자신의 연구 분야와 관련된 회사를 설립하여, 그 회사의 종업원들과 함께 진행한 연구개발을 통해 발명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다.

최근 들어 많은 대학들이 대학교수 직무발명의 권리 귀속과 관련된 규정을 제정 및 시행함으로써 발명의 권리 귀속관계 및 보상범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는 있으나, 각 대학마다 규정이 일관되지 않는 경우도 있고, 발생 가능한 다양한 상황들에 적용될 수 있는 규정이 명확하게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경우도 더러 있다.

대학교수의 직무발명과 관련된 분쟁들이 한국지식재산연구원이 선정한 '2018년 지식재산 10대 이슈'에 두 건이나 선정된 바 있다.

직무발명 분쟁 사례

국립대학 B 교수가 발명한 특허(현재는 제3자 소유)를 기초로 미국에서 특허소송이 제기되었는데, 피고는 B 교수의 특허가 사실은 B 교수가 과거 재직하였던 Z 학교의 소유라는 주장을 하였다. B 교수는 이에 대하여 ①발명의 완성 당시 Z 학교의 소속이 아니었으므로 Z 학교의 직무발명에 해당하지 않고, ②Z 학교와, 발명의 완성 당시 재직 중이던 학교 모두 해외(미국) 특허에 대한 권리는 자신에게 넘겼으므로 미국 특허에 대한 소유권은 본인에게 있다고 주장하였다.

국립대학 C 교수의 원천기술 특허에 대한 권리귀속 문제 역시 논란이 되고 있다. C 교수는 국립대학 재직 당시 국가 연구개발비 지원 하에 자신의 연구 분야의 원천기술을 개발하였으나,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회사 명의로 원천기술에 대한 특허를 출원하였다. 이 과정에서 직무발명에 대한 신고가 적절하였는지, 국립대학과 회사 사이의 기술이전계약 체결 및 대가 산정은 적절하였는지 등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언론에 보도된 위 두 가지 사례 이외에도 대학교수와 대학 간에는 직무발명을 둘러싼 권리귀속 문제 및 보상금액 산정의 적정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불거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분쟁을 어떻게 하면 슬기롭게 예방할 수 있을까?

우선 대학의 산학협력단은 대학에서 발생하는 발명에 대한 권리귀속과 이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규율하는 지식재산권 관리규정 등을 꼼꼼히 검토하여 정비할 필요가 있다.

이를 테면, '발명'의 수준에 이르지 않은 '기타 연구 성과물'(노하우 또는 기타 연구 저작물)의 취급은 어떻게 할 것인지, 대학 교수와 외부기관의 협업을 통해 창출된 발명은 누구의 소유로 할 것인지 등 지식재산권에 대한 권리귀속 관련 제반 사항을 지식재산권 관리규정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다만, 단순히 대학교수가 관여한 모든 발명에 대해서 일괄적으로 그 권리를 학교에 귀속시키는 경우, 대학교수의 연구 의욕을 저하시킬 수 있고, 이는 국가 경쟁력 제고 측면에서도 이로울 것이 없으므로, 지식재산권 관리규정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교수들의 의견 역시 충실히 반영할 필요가 있다.

또한 발명가인 대학교수에게 지급되는 정당한 보상 내지 인센티브 제도도 개선하고, 특히 발명의 초기 단계에서 그 발명의 가치를 어떻게 적절히 평가할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해보인다.

교수들 의견도 반영 필요

뿐만 아니라 대학교수는 소속 대학 산학협력단의 직무발명 관련 규정을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준수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극히 일부 대학교수들의 문제이겠지만,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발명에 대해서는 대학교 산학협력단을 통해 특허출원을 진행하고, 상업적 성공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발명에 대해서는 산학협력단을 배제한 채 본인 명의 혹은 본인이 설립한 회사 명의로 특허출원을 진행하는 경우가 아직도 종종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형태로 취득된 특허권은 추후 무효가 될 위험이 있고, 이로 인해 대학에게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거나 형사적으로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할 위험도 있다.

결국 대학이 교수와 협업하여 제도를 재정비하고, 교수는 협의된 제도를 준수하는 것이 A 교수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첫 걸음이라 하겠다. 앞으로 이와 같은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대학과 교수가 선제적으로 노력하길 기대해 본다.

박기범 변호사, 지형근 · 이윤창 변리사(김앤장 법률사무소, kibeom.park@kimch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