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로스쿨 제도
일본의 로스쿨 제도
  • 기사출고 2006.12.12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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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엽 변호사]
우리 인천지방변호사회(회장 이기문) 대표단은 지난 23일부터 26일까지 3박4일간의 일정으로 일본 사이타마현변호사회를 공식방문하였다.

◇이종엽 변호사
지난 1995년부터 시작된 양국 변호사회의 교류는 2005년 인천회 이기문 회장이 일본 사이타마현변호사회(회장 田中重仁, 다나카)를 방문하여 국제교류협정을 체결함으로써 공식적이고 본격적인 교류와 협력의 단계로 발전하였다.

이번 방문은 격년으로 이루어지는 상호 교류방문의 일환이었지만, 우리에게는 이번 방문을 통해 이미 3년 전부터 시행하고 있는 일본의 로스쿨제도(3년제 과정이며 일본에서는 ‘법과대학원’이라고 칭함)의 시행경과와 문제점, 그리고 위 제도에 대한 일본 법조계와 사회의 평가 등에 대하여 알아보는 것이 주된 관심사였다.

우리는 사이타마현 소재 돗쿄대(獨協大) 로스쿨을 방문하여 그곳 교수진과 로스쿨원장, 그리고 학생들과 만나 장시간 토론하고 그곳에서의 강의를 직접 청강하기도 하였다.

당초 법조인으로서의 기본 자질과 능력, 책임감과 윤리의식을 함양한 질높은 법조인양성이라는 목표 아래 영미식의 로스쿨 제도를 벤치마킹한 일본의 로스쿨은 올해 2학년과정 수료자에게 처음으로 사법시험 응시자격이 주어져 로스쿨 졸업생의 사법시험 합격률이 초미의 관심사였는데, 첫 졸업생들의 합격률은 40% 정도에 달하였다.

현재는 로스쿨 졸업생들을 상대로 신 사법시험과 기존의 구 사법시험제도를 병행 시행하고 있으나 2010년까지 단계적으로 로스쿨 졸업생들에 대한 신 사법시험 합격자 수를 연 3,000명으로 증원하고 기존의 사법시험제도는 단계적으로 폐지하도록 제도화되어 있으며, 당장 2007년도에는 로스쿨 졸업생의 신 사법시험 합격자 수와 기존의 사법시험 합격자 수를 합쳐 2,500명의 사법시험 합격자가 배출될 예정이다.

현 일본 로스쿨의 총 정원은 6,000이므로 장기적으로 합격률은 50%를 유지한다는 것이 거시적인 정책방향이나, 이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

학부졸업 후 많은 비용을 들여 3년간 로스쿨 공부를 추가로 한 고급인력에 대해 5년간 세 번만의 응시자격을 주어 응시자격을 제한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것이다.

그 중에는 직장생활을 하다가 들어온 학생들도 있고 기혼자들도 상당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들 대부분은 또 당장 눈앞에 떨어진 사법시험 합격이라는 목표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었고 학교 측에서 비시험과목(예컨대 법조윤리 등)의 강의를 들어가면서 시간을 허비해야 하는 현 학사운영 시스템은 문제가 있으며 이런 식의 시스템이라면 후에 자신들이 신 사법시험에 합격하지 못하고 응시 횟수 제한으로 응시자격을 상실하면 결국 사회생활에서도 시간만 허비하는 결과가 된다면서 그렇게 되면 자신들이 합격하지 못하고 사회생활에서도 뒤처지게 되는 것은 학생 자신들의 노력부족이 아니라 대학이나 제도의 탓이 될 수도 있다는 소리도 있었다.

한편 우리가 청강한 법학강의의 내용은, 교수진으로부터 브리핑받았던 양방향(교수와 학생 간 1대1), 또는 다방향(교수와 다수의 학생)강의라는 취지와는 달리 거의 교수가 강의 교재를 읽고 설명해 나가면서 중간 중간 학생을 지목하여 질문을 하고 답변을 듣는 방식이어서 법과대학 학부에서의 강의방식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학생들은 주간에는 주로 강의실을 찾아 강의를 듣고 그 외 시간에는 자습실(우리의 독서실 정도의 환경임)에서 사법시험 과목을 공부하는 것이 거의 전부였고 케이스를 놓고 각자의 의견을 개진하며 열띤 토론을 하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변호사회와 로스쿨 운영진의 의견 차이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로스쿨은 질 높은 법조인 양성이라는 명분을 강조하였으나 우리가 목격한 위 로스쿨의 강의내용은 법과대학에서의 법학과목 강의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그들의 내심의중은, 이미 설립한 로스쿨의 안정적인 운영(주로 재정적 문제에 주안점을 두는 듯 했음)을 위해 학생정원을 채우는 데 차질이 없기를 바라는 것이었다.

실제 위 돗쿄대의 올해 사법시험 합격률은 30% 이하였고, 그나마도 과거 사법시험을 준비해 왔던 이른바 고시낭인들이 로스쿨에 들어온 경우가 합격자의 상당수를 차지하였으며, 이로 인해 위 로스쿨의 입학지원율 특히 타 전공자들과 사회인들의 지원율이 해를 거듭할수록 급감하고 있었고 타 로스쿨에서는 벌써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곳도 여러 곳 있었으며, 이 문제에 대해 돗쿄로스쿨 측도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대한변협신문에 실린 이종엽 변호사님의 글을 변협과 필자의 양해아래 전재합니다.

인천지방변호사회 소속(lawgirl22@lyco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