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버스에서 레깅스 바지 입은 여성 몰카 무죄
[형사] 버스에서 레깅스 바지 입은 여성 몰카 무죄
  • 기사출고 2019.10.25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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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지법] "성적 욕망 유발 신체 부위 아니야"

의정부지법 형사1부(재판장 오원찬 부장판사)는 10월 24일 버스에서 레깅스 바지를 입고 있는 여성의 하반신을 휴대폰으로 몰래 촬영한 혐의(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촬영)로 기소된 A씨에 대한 항소심(2018노3606)에서 "피고인이 촬영한 신체 부위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 벌금 70만원과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이수 24시간 등을 선고한 1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2018년경 같은 버스에 탄 검정색 레깅스 바지를 입고 있는 여성 B씨가 하차를 위해 버스 단말기 앞에 서 있는 모습을 보고, 휴대폰으로 B씨의 엉덩이 부위 등 하반신을 약 8초 동안 몰래 동영상 촬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이 유죄를 인정하자 A씨가 항소했다.

재판부는 "(A씨의) 동영상 촬영 당시 피해자는 엉덩이 바로 위까지 내려오는 다소 헐렁한 어두운 회색의 운동복 상의를 입고 있었고, 발목까지 내려오는 검정색 레깅스 하의에 운동화를 신고 있어 외부로 직접 노출되는 피해자의 신체 부위는 목 윗 부분과 손, 그리고 레깅스 끝단과 운동화 사이의 발목 부분이 전부였고, 피해자의 상반신부터 발끝까지 전체적인 피해자의 우측 후방 모습을 촬영하였는데, 특별히 피해자의 엉덩이 부위를 확대하거나 부각시켜 촬영하지는 아니하였다"고 지적하고, "이 동영상은 피고인이 버스에서 내리기 위해 서 있는 피해자의 뒤에서 피해자 몰래 촬영한 것이기는 하나, 피고인은 특별한 각도나 특수한 방법이 아닌 사람의 시야에 통상적으로 비춰지는 부분을 그대로 촬영하였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가 당시 입고 있던 레깅스는, 피해자와 비슷한 연령대의 여성들 사이에서 운동복을 넘어 일상복으로 활용되고 있고(한때 유행하였던 몸에 딱 붙는 청바지, 이른바 '스키니진'은 피해자가 입고 있던 레깅스와 소재의 색깔이나 질감에서 차이가 있는 것을 제외하고 신체에 밀착하여 몸매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별반 차이가 없다), 피해자 역시 위와 같은 옷차림으로 대중교통에 탑승하여 이동하여 레깅스를 입은 젊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성적 욕망의 대상이라 할 수 없다"며 "피고인이 촬영한 피해자의 신체 부위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14조 1항 소정의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결국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동영상 촬영 당시 B씨는 버스에서 하차하기 위하여 뒤쪽 출입문 옆에 서 있었고, A씨는 출입문의 맞은편 좌석에서 B씨의 뒷모습을 촬영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경찰조사에서 당시 심정에 대하여 '기분 더럽고, 어떻게 저런 사람이 있나, 왜 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진술하였는데, 피고인의 행위가 부적절하고 피해자에게 불쾌감을 유발하는 것임은 분명하나, 피해자의 위와 같은 진술이 불쾌감이나 불안감을 넘어 성적 수치심을 나타낸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그 후 피해자는 피고인에 대한 처벌불원의사를 표시하였다"고 지적하고, "피고인의 휴대전화는 압수되어 디지털 분석 대상이 되었는데, 그 결과 추가로 입건된 영상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결(2015도16851)을 인용, "촬영한 부위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에 해당하는지는 객관적으로 피해자와 같은 성별, 연령대의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들의 관점에서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 해당되는지를 고려함과 아울러, 피해자의 옷차림, 노출의 정도 등은 물론, 촬영자의 의도와 촬영에 이르게 된 경위, 촬영 장소와 촬영 각도 및 촬영 거리, 촬영된 원판의 이미지, 특정 신체 부위의 부각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 · 개별적 · 상대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