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입사 5개월만에 '뇌경색' 20대 신입사원…업무상 재해"
[노동] "입사 5개월만에 '뇌경색' 20대 신입사원…업무상 재해"
  • 기사출고 2019.10.22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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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잦은 야근과 휴일근무 등 업무 과중"

입사 5개월 만에 뇌경색 진단을 받은 20대 신입사원에게 업무상 재해가 인정됐다. 잦은 야근과 휴일근무 등 신입사원이 감당하기에는 과중한 업무로 뇌경색이 발생했다는 판단이다.

서울행정법원 김병훈 판사는 10월 11일 입사 5개월 만에 뇌경색 진단을 받은 전기설계회사 직원 A(진단 당시 26세)씨가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2018구단74184)에서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2017년 6월 1일 전기설계회사에 입사해 서울 종로에 있는 본사에서 근무하다가 한 달 후인 7월 6일부터 파주시에 있는 사무실에서 근무한 A씨는, 입사 5개월 만인 같은해 10월 31일 파주시에 있는 회사 숙소에서 사지가 경직된 상태에서 입에 거품을 물고 신음하고 있는 채로 직장 동료들에게 발견됐다. A씨는 '후대뇌동맥의 막힘으로 인한 뇌경색'으로 진단받아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으나 '업무와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절되자 소송을 냈다.

A씨는 "파주사무실에서 근무하면서 잦은 야근과 주말근무에 시달렸고, 2017년 7월 말경부터는 익숙하지 않은 설계도면 작성업무를 하게 되면서 업무 스트레스가 가중되었고, 회사의 숙소에서 생활하였는데 직장 상사와 동료들이 회식이나 늦은 야근이 있는 날에 숙소를 함께 이용하는 바람에 말단 직원이었던 나는 퇴근 후 독립된 생활이 보장되지 않아 피로가 누적되었다"며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해 뇌경색이 발병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판사는 "원고의 발병 전 1주간의 업무시간(55시간 46분), 발병 전 4주간 1주 평균 업무시간(41시간 18분)과 발병 전 12주간 1주 평균 업무시간(44시간 13분)이 고용노동부 고시인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에서 업무와 질병과의 관련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정한 최소 업무시간에는 미치지 못하나, (원고가 다닌) 회사의 A.F.C.(Approval For Construction) 도면 1차 납품일은 2017. 9. 8.이었고, 이를 맞추기 위해 이 회사 파주사무실 직원들은 2017. 7.경부터 납품일까지 야근과 휴일근무를 계속하고 있던 상황이었는데, 원고는 회사에 입사한지 한 달여 만인 2017. 7. 6.부터 파주사무실(본사에서 거리가 멀고 업무량이 많아 본사 직원들은 대부분 파주사무실 파견 근무를 원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에 출근하게 되면서 곧바로 야근과 휴일근무를 하게 되었고, 신입사원으로서 10여명의 선배직원들의 업무 지원(선배직원들이 작업한 설계도면을 취합하여 출력하고 이를 책으로 만드는 일 등)과 잡무(사무실 소모품 관리 등)를 도맡아 하였으며, 2017. 7. 말경부터는 납품기일을 맞추기 위해 미숙한 실력으로 설계도면 작성과 수정 업무까지 수행하였다"며 "만 26세의 신입사원인 원고가 감당하기에는 업무가 과중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이로 인해 원고가 느꼈을 업무상 스트레스와 부담감 역시 상당히 컸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는 회사가 제공한 숙소에서 혼자 생활하였으나, 회사의 대표를 비롯한 선배 직원들이 주 2~3회 정도 야근이나 회식 후 원고의 숙소에 와서 잠을 자고 다음날 출근한 것으로 보이는바, 신입사원인 원고로서는 선배 직원들이 숙소에 오는 날에는 편안한 마음으로 충분한 휴식을 취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A.F.C. 도면의 1차 납품을 마친 후 하계휴가와 추석연휴를 보내면서 다소 휴식을 취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A.F.C. 도면의 2차 납품을 위해 발병 2주 전인 2017. 10. 중순부터 다시 야근을 많이 하기 시작한 점, 발병 8일 전인 2017. 10. 23. A.F.C. 도면의 2차 납품일이 2017. 11. 30.로 확정되면서 1차 납품 때와 같이 야근과 휴일근무를 계속해야 될 상황에 놓이게 되었고, 이로 인해 원고는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는 회사에 입사하면서 청년내일채움공제에 가입하였고, 이로 인해 최소 2년간 근속을 해야 만기공제금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는바, 일이 힘들어도 2년은 견뎌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회사 파주사무실에서의 업무 수행으로 인해 원고에게 뇌혈관의 정상적인 기능에 뚜렷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육체적 · 정신적인 부담이 가해진 것으로 충분히 볼 수 있다"고 밝혔다. A씨는 특히 발병 전 1주간의 업무시간(55시간 46분)이 발병 전 12주간(발병 전 1주일 제외) 1주 평균 업무시간(43시간 10분)보다 크게 증가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원고에게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 이외에 뇌경색 상병의 다른 발병 원인이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며 "원고의 업무로 인해 상병이 발병하였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판시했다. A씨의 뇌경색은 업무상 재해라는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