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기간제근로자 차별 여부' 비교 대상 근로자는 실제 근로자여야
[노동] '기간제근로자 차별 여부' 비교 대상 근로자는 실제 근로자여야
  • 기사출고 2019.10.16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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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정규직 보조원' 등 직제상 지위와 비교 곤란

기간제근로자에 대하여 차별적 처우가 존재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한 비교 대상 근로자는 실제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업무를 수행해 온 근로자여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정규직 보조원' 등 직제상 상정할 수 있는 지위와 추상적으로 업무의 동종 · 유사 여부를 판단할 것이 아니라는 취지다.

서울고법 행정6부(재판장 박형남 부장판사)는 9월 4일 서울시 서울의료원이 "비교 대상 근로자를 '기능직 3등급 3호봉의 정규직 보조원'이라는 가상의 근로자로 삼아, 계약직 보조원으로 근무하다가 퇴직한 김 모씨를 차별적으로 처우했다고 판정한 것은 잘못"이라며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2018누70815)에서 이같이 판시, 원고 패소 판결한 1심을 취소하고 "중노위의 재심판정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법무법인 아이앤에스가 서울의료원을 대리했다.

김씨는 2011년 5월 서울의료원에 입사하여 중앙공급실 소속 일급제 계약직 보조원으로 근무하다가 2014년 12월 계약 기간 만료로 퇴사하고, 이후 2015년 2월 재입사하여 같은 직급으로 근무하다가 2017년 1월 다시 계약 기간이 만료하여 퇴사했다. 김씨는 퇴사 6개월 후인 2017년 7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잠정적 비교 대상자'로 '중앙공급실 정규직 보조원'을 기재하여 "나와 비교 대상 근로자가 동종 · 유사한 업무에 종사했음에도 서울의료원이 기간제근로자라는 이유로 2015년 2월부터 2017년 1월까지 조정수당 등을 지급하지 않았고, 이는 고의적 또는 반복적 차별 처우에 해당한다"면서 차별적 처우 시정을 신청했다. 서울지노위는 김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서울의료원이 김씨에게 조정수당 등을 지급하지 않은 것과 퇴직금 등을 적게 지급한 것이 차별적 처우임을 인정하고 미지급 금액을 지급하라는 판정을 했다.

서울의료원이 이에 불복해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중노위가 김씨의 비교 대상 근로자를 중앙공급실 정규직 보조원 중 가장 낮은 처우를 받는 사람인 '기능직 3등급 3호봉의 정규직 보조원'으로 보고, "서울의료원이 비교 대상 근로자인 기능직 3등급 3호봉의 정규직 보조원이 김씨와 동종 · 유사의 업무에 종사하는데도 합리적 이유 없이 김씨에게 조정수당 등을 지급하지 않고 퇴직금 등을 적게 지급함으로써 김씨를 차별적으로 처우했다"며 재심신청을 기각하자 서울의료원이 "비교 대상 근로자를 '기능직 3등급 3호봉의 정규직 보조원'이라는 가상의 근로자로 삼아 김씨의 업무가 그 근로자의 업무와 동종 또는 유사하다고 본 것은 위법하다"며 소송을 냈다. 1심에서 패소한 서울의료원이 항소했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결(2011두11792 판결 등)을 인용,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8조 1항에서는 기간제근로자에 대하여 차별적 처우가 존재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한 비교 대상 근로자로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를 들고 있는데, 여기에서 비교 대상 근로자로 선정된 근로자의 업무가 기간제근로자의 업무와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 등에 명시된 업무 내용이 아니라 근로자가 실제 수행하여 온 업무를 기준으로 판단한다"고 전제하고, "따라서 이와 같은 비교 대상 근로자는 실제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업무를 수행하여 온 실제의 근로자(직책 또는 직위의 특정만으로도 근로자가 실제로 수행하여 온 업무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특정되는 경우에는 그 직책담당자 또는 직위 표시만으로도 비교 대상 근로자를 구체적으로 지정했다고 보아야 한다)로 삼아야 하고, 이와 달리 원고의 사업장에서 실제 업무를 수행하여 온 구체적 근로자가 아니라, 단지 직제상 상정할 수 있는 중노위 재심판정상의 '기능직 3등급 3호봉의 정규직 보조원'(이러한 지정만으로는 구체적 업무가 특정되지 않으므로, 이는 이에 해당하는 근로자들을 대표하는 총칭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과 같은 표시 내지 특정만으로는 비교 대상 근로자가 적법하게 지정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중노위는 김씨가 구체적으로 지정한 중앙공급실 정규직 보조원 A씨 등 2명을 비교 대상 근로자로 삼아 차별적 처우의 존재 등을 조사 · 판정해야 하는데, A씨 등 2명이 각각 실제 수행하여 온 업무는 김씨와 비교할 때 주된 업무의 내용과 범위, 성격, 책임과 권한, 작업조건, 대체 가능성 등에서 현저한 질적 차이가 있었다"며 "기간제근로자인 김씨가 차별적 처우를 받았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 원고의 기능직 3등급 3호봉 정규직 보조원이나 이에 해당하는 정규직 보조원 A씨 등 2명은 적법한 비교 근로 대상자가 될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김씨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초심과 중노위의 재심 단계에서 비교 대상 근로자를 중앙공급실 정규직 보조원 A씨 등 2명으로 구체적으로 지정했다. 

재판부는 "정규직 보조원 A씨는 공개 채용절차에 따라 원고에 입사하여 2017년 1월을 기준으로 약 30년 이상을 근무했고, 다른 1명도 공개 채용절차에 따라 입사하여 약 25년가량 근무하다가 정년퇴직했다"며 "A씨 등 2명은 김씨와 비교하여 채용절차와 근무 기간이 현저히 다르고, 두 사람이 각각 실제 수행하여 온 업무는 김씨와 비교할 때 주된 업무의 내용과 범위, 성격, 책임과 권한, 작업조건, 대체 가능성 등에서 현저한 질적 차이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중노위의 재심판정은 비교 근로 대상자를 잘못 산정한 위법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있다는 것이 항소심 재판부의 결론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