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상품권 깡'은 대부업 아니야
[형사] '상품권 깡'은 대부업 아니야
  • 기사출고 2019.10.1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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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금전 대부 아닌 매매 해당"

휴대전화 소액결제로 문화상품권을 구입하게 한 뒤 고율의 수수료를 제외한 금액만 주고 문화상품권을 넘겨받는 이른바 '상품권 깡'은 대부업법 위반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9월 26일 관할관청에 등록하지 않고 '상품권 깡'을 통해 2억 9500여만원을 대부한 혐의로 기소된 김 모(27)씨에 대한 상고심(2018도7682)에서 벌금 2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대부업법 위반 혐의는 무죄라는 취지로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김씨는 관할관청에 등록하지 아니하고 2015년 7월경 트위터, 유튜브 등 인터넷 사이트에 '소액대출과 소액결제 현금화' 등의 문구를 적시한 광고글을 게시, 이를 보고 접근한 A씨에게 컬쳐랜드 등의 문화상품권 4만 5000원을 소액결제하게 하고 구매 후 인증되는 문화상품권의 핀(PIN) 번호를 자신에게 알려주게 한 뒤, A씨가 구매한 문화상품권 액면가의 22% 금액인 1만원을 선이자 명목으로 공제하고 나머지 77.8% 금액인 3만 5000원을 대부해주고, 이후 이 핀 번호를 상품권업자에게 판매하는 방법으로 2015년 11월까지 총 5089회에 걸쳐 2억 9500여만원을 대부하여 미등록 대부업을 한 혐의(대부업법 위반) 등으로 기소됐다.

1심에 이어 항소심 재판부가 "피고인의 행위는 실질적으로 금전의 대부행위에 해당한다"며 대부업법 위반 혐의와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모두 유죄를 선고하자 김씨가 상고했다. 다만 1심 재판부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형이 너무 무겁다"며 벌금 2500만원으로 감형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은 의뢰인들로부터 상품권을 실제로 할인 매입한 것으로 보이는데, 피고인과 의뢰인들 간의 상품권 할인 매입은 매매에 해당하고, 피고인과 의뢰인들 간의 관계는 피고인이 의뢰인들로부터 상품권 핀 번호를 넘겨받고 상품권 할인 매입 대금을 지급함으로써 모두 종료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하고, "금전 교부 이후 피고인은 의뢰인들에 대해 대금반환채권 등을 비롯한 어떠한 권리도 취득하지 않고, 의뢰인들 역시 피고인에 대해 아무런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씨가 의뢰인들에게 상품권 대금으로 금전을 교부하면서 나중에 그 권면금액 등에 상응하는 금액을 금전으로 돌려받기로 정하였다거나 상품권을 교부된 금전의 담보로 제공한 것이라고 볼 만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어 "피고인이 이와 같이 할인 매입한 상품권은 유가증권의 일종이기는 하나, 여기에 화체되어 있는 권리는 권면금액에 상응한 물품 또는 용역을 제공받을 수 있는 청구권"이라며 "피고인이 상품권을 제3의 상품권 유통업자를 상대로 상품권 할인 매입 대금보다 고가에 처분하여 그 대금을 얻게 되거나, 의뢰인들이 이동통신회사 등 통신과금서비스제공자를 상대로 나중에 상품권 대금을 결제하는 것을 두고, 피고인이 의뢰인들에게 지급한 상품권 대금 자체를 의뢰인들로부터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 상환받는 것과 마찬가지로 평가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따라서 피고인이 의뢰인들로부터 상품권을 할인 매입하면서 의뢰인들에게 교부하는 상품권 대금과 관련해, 피고인이 장래에 상품권 대금을 돌려받을 것을 전제로 의뢰인들에게 이를 교부함으로써 이를 통해 의뢰인들에게 신용을 제공하였다고 볼 수 없다"며 "피고인이 의뢰인들로부터 상품권을 할인 매입하면서 그 대금으로 금전을 교부한 것은 대부의 개념요소를 갖추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대부업법의 규율 대상이 되는 '금전의 대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김씨의 대부업법 위반 혐의는 무죄라는 것이다.

대법원은 또 "대부업법의 관련규정과 입법목적, '금전의 대부'의 사전적인 의미, 대부업법 2조 1호가 '금전의 대부'에 포함되는 것으로 들고 있는 어음할인과 양도담보의 성질과 효력 등에 비추어 보면, 대부업법 2조 1호가 규정하는 '금전의 대부'는 그 개념요소로서 거래의 수단이나 방법 여하를 불문하고 적어도 기간을 두고 장래에 일정한 액수의 금전을 돌려받을 것을 전제로 금전을 교부함으로써 신용을 제공하는 행위를 필수적으로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