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김박사넷', 명예훼손 · 정보통신망법 위반 아니야
[손배] '김박사넷', 명예훼손 · 정보통신망법 위반 아니야
  • 기사출고 2019.10.11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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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평가정보 선별 게재 증거 없고, 삭제요청 거부 적법"

한 대학 교수가 국내 주요 대학의 이공계 대학(원) 교수와 그 연구실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 사이트인 '김박사넷'을 상대로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손해배상소송을 냈으나 졌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5부(재판장 이동욱 부장판사)는 최근 모 대학 자연과학대 화학부 교수인 A씨가 김박사넷을 운영하는 P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8가합583126)에서 A교수의 청구를 기각했다.

A교수가 P사에 김박사넷에 있는 자신 관련 정보의 삭제를 요청, P사가 A교수의 이름과 이메일, 사진을 삭제하고 A교수에 대한 한줄평 전부를 '블락처리(차단조치)'했으나, A교수 연구실에 대한 평가 그래프의 삭제는 거부하자 A교수가 불법행위에 따른 위자료 1000만원과 민법 764조 소정의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으로서 자신과 관련된 웹페이지의 삭제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P사는 김박사넷을 통해 각 대학의 재학생과 졸업생들로부터 해당 대학 소속 교수와 연구실에 대한 정보를 입력받아 이를 사이트 방문자에게 제공하고 있는데, 정보를 입력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해당 대학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재학생 또는 졸업생임을 인증받아야 관련 정보를 입력할 수 있다. 김박사넷이 수집 · 제공하는 정보는 교수에 대한 한줄평과 연구실에 대한 등급점수이고, 등급점수는 '교수인품', '실질인건비', '논문지도력', '강의전달력', '연구실분위기' 등 5가지 지표로 구성되며, 각 지표별로 A+부터 F까지 평가되고 입력된 정보는 기계적으로 취합되어 5각형의 평가 그래프 형태로 제공된다.

A교수는 "P사가 김박사넷을 운영해 불특정 다수인이 나에 대한 평가를 게시할 수 있도록 하였고, 나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그래프 삭제를 거부했으며, 한줄평을 삭제하며 '이 한줄평은 해당 교수의 요청으로 블락처리되었다'는 문구를 게시했다"며 "나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하여 인격권을 침해했고,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을 위반해 정신적 고통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먼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해당 서비스 이용자의 검색 · 접근에 관한 창구 역할을 넘어서서, 제3자로부터 제공받은 표현물을 자신의 자료저장 컴퓨터 설비에 보관하면서 스스로 그 가운데 일부를 선별하여 자신이 직접 관리하는 게시공간에 게재하였고, 그 게재된 표현물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면, 이는 위 서비스 제공자가 특정한 명예훼손적 내용을 인식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선택하여 전파한 행위에 해당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위 서비스 제공자는 명예훼손적 표현물을 작성한 제3자와 마찬가지로 그로 인하여 명예가 훼손된 피해자에 대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할 것이나(대법원 2009. 4. 16. 선고 2008다53812 판결 등 참조), 단순히 제3자의 표현물에 대한 검색 · 접근 기능을 제공하는 경우는 그와 같이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는 원고에 대한 한줄평 및 평가 그래프의 작성자가 아닌 게시 공간 관리자에 불과한바, 피고가 (원고의) 대학교 재학생과 졸업생들로부터 제공받은 원고에 대한 평가정보를 자신의 자료저장 설비에 보관하면서 스스로 그 가운데 일부를 선별하여 게재하였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는 이상(오히려 김박사넷에 입력된 정보는 피고의 관여 없이 기계적으로 취합되어 사이트 방문자들에게 제공됨이 인정될 뿐이다), 피고를 원고에 대한 평가를 게재한 재학생 및 졸업생들과 마찬가지로 평가할 수 없고, 피고의 역할은 단순히 제3자의 표현물에 대한 검색 · 접근 기능을 제공하는 것에 그쳤다고 볼 수밖에 없으므로, 피고의 김박사넷 운영행위가 그 자체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명예훼손은 구체적 사실의 적시를 전제로 하는바, 피고가 원고 연구실에 대한 평가 그래프의 삭제를 거부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통해 원고에 관한 어떠한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하였다고 볼 여지가 없고, 또한 모욕이란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의미하는데(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7도2661 판결 등 참조), 피고가 그래프의 삭제를 거부함으로써 원고에 대한 어떠한 추상적 판단이나 감정을 표현하였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덧붙여 원고의 삭제요청과 피고의 삭제거부 행위가 공연성을 충족한다고 볼 수도 없다), 피고의 그래프 삭제거부 행위가 명예훼손 내지 모욕에 해당한다는 원고의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한줄평은 해당 교수의 요청으로 블락처리되었습니다'라는 블락처리 문구 게시 행위에 대해서도, "원고의 모든 입증에 의하더라도 피고의 행위가 원고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데 충분한 것이라고 보기에 부족하고, 오히려 정보통신망법 44조의2 2항 2문은 정모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권리가 침해되었음을 주장하는 자의 요청에 따라 해당 정보의 삭제 · 임시조치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한 경우, 그 사실을 서비스 이용자가 알 수 있도록 공시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므로, 피고의 위 문구 게시 행위는 정보통신망법이 정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로서의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그 실행방법 또한 법률이 예정하고 있는 것이므로, 이와 같은 행위가 원고의 사회적 평가를 저해시킨다거나 위법한 것으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정보통신망법 44조의2 1항은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일반에게 공개를 목적으로 제공된 정보로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가 침해된 경우 그 침해를 받은 자는 해당 정보를 처리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침해사실을 소명하여 그 정보의 삭제 또는 반박내용의 게재를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같은조 2항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1항에 따른 해당 정보의 삭제등을 요청받으면 지체 없이 삭제ㆍ임시조치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하고 즉시 신청인 및 정보게재자에게 알려야 한다. 이 경우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필요한 조치를 한 사실을 해당 게시판에 공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용자가 알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또 "(피고가 삭제를 거부한 원고 연구실에 대한 평가) 그래프는 원고가 연구 · 강의활동을 하고 있는 대학교의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직접 입력한 평가를 수치화한 결과물인 점, 이 그래프는 연구비 부정 사용, 대학원생에 대한 권한의 사적 남용 등으로 사회적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대학원 연구 환경에 관한 정보로서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 점, 김박사넷은 이공계 대학원 입학이라는 공통된 관심사를 가진 이용자들 사이에 연구실 분위기 등에 관한 정보교환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공간으로, 교수나 연구실에 대한 부정적 평가만 게시되는 것이 아니라 일부 교수나 연구실에 관하여는 지극히 긍정적인 평가가 게시되기도 하며, 실제로 김박사넷이 학생들의 대학원 진학 결정과 연구 환경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고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그래프의 위법성이 명백하다고 보기 어렵고, 따라서 그래프의 삭제요청을 거부한 원고의 행위가 정보통신망법 위반의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