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길의 북경통신] 쉬샹 이혼사건
[김종길의 북경통신] 쉬샹 이혼사건
  • 기사출고 2019.10.04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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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조 5000억원' 테크니컬 이혼

2019년 8월 29일 오전 칭다오감옥에서 아주 특별한 이혼재판이 열렸다. 상하이시 푸동법원이 증권시세조종죄로 현재 칭다오감옥에 수감 중인 왕년의 'PE보스(私募一哥)' 쉬샹(徐翔)에 대해 그의 처 잉잉(應瑩)이 제기한 이혼사건에 대하여 출장재판을 연 것이다.

◇김종길 변호사
◇김종길 변호사

잉잉은 쉬샹의 오랜 수감생활로 감정이 이미 파탄되었기 때문에 이혼소송을 제기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사람들은 이번 이혼소송을 '쉬샹일병 구하기' 또는 '테크니컬 이혼'이라고 묘사한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고교 졸업 후 주식투자 시작

쉬샹은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1977년생인 그는 1996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닝보시 해방남로의 주식거래매장에서 부모님에게 받은 3만 위안을 가지고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10년간의 노력을 거쳐 그는 ‘닝보상한가결사대총타주’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주식투자 분야에서 성공을 거두었다.

그 사이 쉬샹은 잉잉을 만나 결혼했다. 잉잉은 쉬샹보다 2살 어린 1979년생으로 당시 닝보시 해방남로의 한 증권회사 직원이었다. 이들은 1998년 서로 알게 되어, 2000년부터 사귀기 시작해서, 2004년에는 혼인등기를 마쳤다. 그리고 다음해 7월에는 외동아들을 낳았다.

그러나 주가 대폭락 후인 2015년 11월 1일 쉬샹이 닝보에서 상하이로 가는 항주만대교에서 증권시세조종죄로 체포되었다. 당시 그의 사모펀드는 실적이 압도적이었다. 2015년 3분기까지의 사모펀드 수익률을 보면 그가 운영하던 저시(澤熙)가 217.54%의 최고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었는데, 2위를 차지한 선저우무(神州牧)의 수익률은 94.43%에 불과했다.

217.54% 수익률 기록

2017년 1월 23일 칭다오시중급인민법원은 쉬샹에 대하여 증권시세조종죄로 유기징역 5년 6개월, 불법소득몰수 90억 위안, 벌금 110억 위안의 판결을 내렸고, 이대로 확정됐다. 쉬샹은 판결선고 전 구금기간까지 합하여 현재 이미 3년 10개월가량을 복역했고, 잔여형기가 1년 8개월가량 남아있다. 중국의 관련 법규상 형기의 절반 이상을 복역하면 감형과 가석방이 허용되기 때문에, 그의 출소는 이제 가시권내에 들어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잉잉은 왜 이런 시점에 장기수감으로 감정이 파탄났다는 이유를 들어 이혼하려 하는 것일까?

칭다오법원의 형사판결문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들어 있다. "본건 피고인(쉬샹)의 변호인은 '공안기관이 압수, 압류한 사건 관련 재산 중 일부는 타인의 재산이거나 범죄와 관련 없는 본인의 합법적 재산'이라는 변호의견을 제출했다. 본법원은 관련 법률 규정에 따라, 사건 관련 재산의 귀속과 성격에 대하여 확인한 후 법에 따라 처리할 것이다."

쉬샹에 따르면, 사법기관에선 판결 선고 전인 2016년 6월에 이미 개인 은행예금 약 5억 위안, 2016년 11월~12월에 신탁계좌의 자금 약 100억 위안, 그리고 판결선고 후인 2017년 6월~9월에 개인 증권계좌의 자금 약 16억 위안 등 합계 약 121억 위안의 개인재산을 이미 압수해갔다고 한다.

현금 이외에 압수된 재산도 있는데, 우선 주식이 있다. 쉬샹이 저시투자 혹은 차명으로 보유한 상장회사 주식들이 있는데, 판결 선고일 당시의 시가로 82.4억 위안에 해당하나, 2019년 3월에는 시가가 37.6억 위안으로 축소되었다고 한다. 다음으로 부동산이 있는데, 상하이의 고급주택 4채가 압류되어 있다. 쉬샹 측은 압수된 자산의 총 가치가 210억 위안(한국돈 약 3조 5000억원)에 달한다고 말하고 있다.

압수된 자산가치 210억 위안

잉잉은 쉬샹 가족을 대표하여 지금까지 여러 차례 칭다오법원에 압수된 재산에 대한 확인과 처리를 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칭다오법원은 회신을 하지 않거나, 아니면 "확인 중이며, 확인이 끝나면 알려주겠다"는 형식적인 답변만 보낼 뿐, 쉬샹의 재산확인과 처리에 관하여는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이런 상황을 더 이상 참지 못한 잉잉이 이혼소송이라는 수단을 꺼내든 것이다.

잉잉의 이혼소송에는 개략 3가지 정도의 목적이 있는 것 같다. 첫째, 칭다오법원으로 하여금 압수재산에 대한 처리를 독촉하는 것이다. 특히 쉬샹은 재산을 거의 모두 부모, 친지 등의 명의로 보유하고 있었는데, 현재 압수된 재산 중에는 쉬샹이 차명으로 보유한 것이 아니라 부모 등 실제 명의자의 재산인 것도 일부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쉬샹사건 후 관련 주식의 가치가 계속 하락하고 있어,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처리하는 것이 가치보전에 유리하다고 한다.

둘째, 쉬샹의 감형과 가석방에 유리한 조건을 형성하는 것이다. 중국의 관련 법규상 벌금 완납은 감형과 가석방에 유리한 조건이 될 수 있는데, 본건의 경우 쉬샹의 벌금이 완납되지 않은 것은 쉬샹 측의 귀책사유 때문이 아니라, 법원의 압수재산 처리가 늦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을 부각시켜 감형과 가석방에 유리한 상황을 조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 부부공동재산의 법리를 이용하여 재산의 절반을 정부에 빼앗기지 않고 보호하려는 것이다. 중국의 혼인법 제39조는 "이혼시, 부부의 공동재산은 쌍방의 합의로 처리한다.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인민법원이 재산의 구체적인 상황을 고려하고, 자녀와 여자 측의 권익을 보호하는 원칙에 따라 판결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혼인법사법해석3> 제5조는 "부부일방의 개인재산에 대하여 결혼 후에 발생한 수익은, 이자나 자연증식의 경우를 제외하고, 부부공동재산으로 인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비록 거액의 재산 대부분이 쉬샹의 주식투자로 발생한 것이지만, 중국법상 부부공동재산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쉬샹 재산 중 절반 차지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잉잉은 과연 이혼소송과 재산분할청구를 통하여 쉬샹의 재산 중 절반을 차지할 수 있을까? 일단 압수재산 중에서 위법소득 90억 위안 몰수 부분은 국가에서 먼저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쉬샹의 예금을 압수한 것만 120억 위안이 넘으므로 일단 90억 위안을 공제한 나머지 30억여 위안의 현금은 부부공동재산에 속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범죄로 인하여 벌금을 받은 경우 배우자가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경우의 처리방법'과 관련하여, 현재 명확한 기준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2014년 1월 23일자 <인민법원보>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벌금형의 부과는 범죄자 개인의 범죄행위로 인한 것이어서, 범죄자 개인이 부담해야 할 형사책임으로, 범죄자의 금전을 박탈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그러므로 벌금은 범죄자 개인의 재산만 집행할 수 있다. 부
부공동재산과 가족의 기타 구성원의 재산은 집행할 수 없다"고 한다.

모든 주식거래가 불법 아니야

쉬샹의 경우 그가 한 모든 주식거래가 불법이었던 것은 아니다. 그리고 판결문에선 불법소득 90억 위안을 몰수한다고 명시했다. 그렇다면 나머지 재산은 불법소득이 아니라 합법적인 주식투자를 통하여 조성된 것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최고인민법원의 <형사재판의 재산관련부분집행에 관한 약간의 규정>에 따르면, 법원이 부부공동재산을 압류할 권한은 있지만, 배우자의 재산분에 대하여 경매할 수는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형사재판의 재산 관련 부분의 집행은 민사집행의 관련 규정을 준용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국가에서 쉬샹에 대한 벌금형을 집행하려면 현재 압수된 재산 중에서 (1)자신의 소유라고 주장하는 제3자의 재산인지 여부를 먼저 결정해야 하고(대부분의 재산은 쉬샹의 부모 및 친지의 명의로 되어 있으며, 이들은 그중 일부가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나머지에 대하여는 부부간에 재산분할을 하여, 최종적으로 쉬샹의 소유로 인정되는 부분에 대하여만 집행하여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잉잉은 쉬샹의 재산 중 상당한 부분을 가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사람들은 잉잉의 이혼청구를 '쉬샹일병 구하기' 혹은 '테크니컬 이혼'이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다. 과연 중국 법원이 실무상 잉잉의 이러한 주장을 받아주어 잉잉과 쉬샹이 재산을 지킬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법원이 다른 이론이나 규정을 내세워 거부할 것인가가 향후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김종길 변호사(법무법인 동인, jgkim@donginlaw.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