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의 선택은 우리 사회를 더욱 정의롭게 했는가
대법원의 선택은 우리 사회를 더욱 정의롭게 했는가
  • 기사출고 2020.01.13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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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 전 대법관의 "판결과 정의"

판결은 우리 사회의 변화를 앞서가기보다 뒤따르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에 사법부가 변화하는 사회에 발맞추어 사회 정의를 수호하고 있는가를 돌아보는 일은 꼭 필요하고 중요하다.

◇판결과 정의
◇판결과 정의

김영란 전 대법관이 대법관 퇴임 후에 선고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다룬 신간 《판결과 정의 》를 출간했다. '성희롱 교수의 해임결정취소 소송', '가습기살균제 사건', '강원랜드 사건', 'KIKO 사건', '삼성엑스파일 사건' 등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들을 통해, 가부장제, 자유방임주의, 과거사 청산, 정치의 사법화 등 한국사회에서 꾸준히 논쟁의 대상이 되는 주제들을 다뤘다.

성희롱 교수의 해임결정취소 소송이 진행되면서 고등법원에서는 피해자의 성희롱 피해사실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결했지만, 대법원에서 이를 뒤집었다. 대법원은 "법원이 성희롱 관련 소송의 심리를 할 때에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라는 말로 판결의 취지를 설명했다. 저자는 이 판결을 소개하며 '성인지 감수성'이 어떤 것인지, 판결의 과정에서 그것이 왜 필요한지를 역설한다.

사법부는 원칙적으로 주어진 법에 따라 판단하지만, 같은 법에 대해서도 사회가 공유하는 통념의 변화, 민주주의의 성숙도 등에 따라 다른 해석이 나타나기도 하고, 그에 따라 판결도 달라지곤 한다. 그 '달라지는' 판결의 방향은 어디를 향하고 있으며, 그 방향을 정하는 주체는 누구여야 하는가가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이다.

판결은 마침표가 아니다. 판결을 통해 사건에 대한 시비는 일단락되지만, 그 판결 속 쟁점의 이유가 되었던 가치에 대한 고민은 끝나지 않는다. 쌓여가는 판결을 돌아보며 판결이 우리 사회를 더욱 정의롭게 했는지 살펴보고, 사법부의 판단이 더 옳은 쪽으로 갈 수 있도록 사회 전반의 통념과 공감대를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꿔가야 한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