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식명령서에 다른 피고인 주민번호 기재 부당"
"약식명령서에 다른 피고인 주민번호 기재 부당"
  • 기사출고 2006.12.03 15:3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가인권위, 대법원에 재발 방지 대책 마련 권고"주민번호 뒷자리 생략 등 정보유출 최소화 해야"
법원이 약식명령을 고지할 때 함께 약식명령을 받은 다른 피고인의 주민등록번호가 공개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라고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경환)가 대법원장에게 권고해 귀추가 주목된다.

국가인권위는 11월29일 황모(여 · 29)씨가 낸 진정을 받아들여 이같이 권고했다고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황씨는 인터넷 도박사이트에 접속해 고스톱과 세븐포카 등의 현금도박을 한 혐의로 기소돼 법원에서 벌금 3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그런데 황씨가 받은 약식명령서에 황씨 자신은 물론 함께 약식명령을 받은 다른 피고인 20명 전원의 실명, 주민등록번호, 직업, 주소, 본적 등의 신상정보가 기재돼 있었다. 황씨는 법을 어겨 벌금을 부과받은 것에는 이의가 없으나, "신상정보가 타인들에게 노출된 것은 부당하다"며 진정을 냈다.

인권위는 "'공공기관의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 10조 2항 7호엔 법원의 재판업무수행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개인정보를 처리 이용할 수 있으나, 2항 하단에는 정보주체 또는 제3자의 권리와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단서가 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이어 "3항에는 처리정보를 정보주체 외의 자에게 제공하는 때에는 필요한 사항에 대해 제한을 하거나 처리정보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필요 조치를 강구하도록 하는 규정 등이 있다"며, "황씨 등 개개인에게 전체 21명의 주민등록번호가 일괄 기재된 약식명령서를 고지한 것은 이 조문을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인권위는 또 "약식명령서에 기재된 황씨 등 피고인 전체 21명의 주민등록번호는 범죄를 위한 목적으로 악용될 가능성을 충분히 내포하고 있다"며, "재판업무 수행상 부득이하게 타인에게 신상정보를 제공할 경우에도 주민등록번호의 뒷자리 생략 등 정보의 도용과 유출이 최소화 될 수 있도록 사용을 최소화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따라서 "황씨 등 약식명령사건의 피고인 개개인에게 전체 21명의 주민등록번호가 일괄 기재된 약식명령서를 고지한 것은 '공공기관의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 10조 규정을 위반하고, 헌법 17조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헌법 10조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약식명령을 개개인에게 고지할 때 피고인 전체의 주민등록번호가 공개되는 유사사례가 발생되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 시행할 것을 권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이와관련, 인권위에서 "황씨 등 피고인에게 전체 21명의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의 개인정보가 기재된 약식명령서를 고지한 것이 형사소송법 452조에 의해 피고인 개개인의 동일성을 확보하고 재판의 정확한 집행을 위하여 기재가 불가피한 사항"이라는 주장을 폈다고 인권위는 덧붙였다.

Copyrightⓒ리걸타임즈(www.legaltime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