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사무장 병원 운영 중엔 공소시효 진행 안 돼"
[의료] "사무장 병원 운영 중엔 공소시효 진행 안 돼"
  • 기사출고 2019.08.13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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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법] 9년 전 명의 대여해 '사무장 병원' 개설 유죄

한 의사가 9년 전 비의료인에게 이름을 빌려주어 이 비의료인이 개설해 약 1년 4개월간 불법 운영한 '사무장 병원'이 뒤늦게 적발되어 유죄를 선고받았다. 의사는 의료법 위반 혐의에 대해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병원 운영을 계속하는 동안은 공소시효가 진행되지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울산지법 형사11부(재판장 박주영 부장판사)는 최근 의사 B(76)씨의 이름을 빌려 사무장 병원을 개설해 요양급여 10억 27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된 A(49)씨에게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이름을 빌려 준 의사 B씨에게는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2019고합22, 75).

A씨는 울산 남구에 있는 장인 소유 건물의 3층부터 7층을 B씨 명의로 임차한 후, 이 건물 3층에 원무 행정실, 병원장 진료실, 약국, 병실을, 4~6층에 병실을, 7층에 직원용 식당 등의 시설을 갖추고, 2010년 7월 22일경 B씨 명의로 '○○전문병원'이라는 상호로 의료기관 개설신고를 한 다음, B씨 명의의 은행 계좌를 관리하며 수입과 지출 관리, 운영자금 조달, 인력과 시설관리, 약품 조달, 각종 비품 구입 등 2011년 11월 7일경까지 약 1년 4개월 동안 병원의 운영을 총괄하고, B씨는 병원을 찾아온 환자들을 상대로 진료행위를 하고 A씨로부터 급여 명목으로 매월 800만원을 받았다. 이로써 A, B씨는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A, B씨는 또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2010년 8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80회에 걸쳐 요양급여 10억 2700여만원을 지급받은 혐의(특경가법상 사기)로도 기소됐다.

A씨의 공소사실 중엔 B씨 명의로 운영하던 병원을 2011년 11월 초순경 한 의료재단에 양도한 후 해당 병원에서 총괄이사로 근무하면서 2017년 12월까지 42회에 걸쳐 1억 570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도 포함되어 있다.

B씨는 재판에서 "의료법 위반 부분에 대한 공소는 2010년 7월 22일 병원 개설신고를 하고 7년이 경과한 후에 제기된 것"이라며 "이 부분 공소는 공소시효가 완성된 후에 제기된 것이어 면소판결의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에 따른 의료법 위반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범죄로서 공소시효는 7년이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 A가 2010. 7. 22. 피고인 B 명의로 병원을 개설한 후 운영하다가 2011. 11. 초순경 의료재단에 병원을 양도한 것으로 보이는 점, 2011. 11. 8. 병원 개설자의 명의가 피고인 B에서 의료재단으로 변경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들이 피고인 B의 명의로 병원을 개설하고 운영을 계속한 2011. 11. 7.까지는 피고인 B에 대한 의료법 위반 부분에 대한 공소시효가 진행되지 않는다 할 것이고, 이 부분 공소는 그로부터 7년이 경과하기 전인 2018. 11. 5. 제기되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개인적 영리를 최우선 목적으로 할 개연성이 다분한 비의료인이 운영하는 병원은 허위 또는 과잉 진료, 투자금의 회수를 위한 의료기관 운영의 왜곡 등으로 국민건강에 위험을 초래하거나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재정건전성을 해할 위험성이 크고, 그로 인한 피해는 궁극적으로 국민에게 전가된다는 점에서 비난가능성도 크다"며 "피고인들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엄중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환자들에 대한 의료행위는 자격증이 있는 의료인들에 의하여 이루어졌고, 환자들에 대한 의료행위 자체에는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편취액의 상당 부분은 직원의 월급 등 병원 운영비로 사용되어 피고인들이 실제로 얻은 이익은 편취액보다 적을 것으로 보이는 점 및 그 밖에 피고인들의 연령, 성행, 환경, 가족관계, 범행의 동기, 범행의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 요소를 고려했다고 양형사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의사 B씨에 대해, "피해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환수조치에 따라 556,365,695원을 납부한 점, 피고인 A의 요청을 거절하지 못하고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양형 사유를 설명했다. A씨에 대해서는, "당초 의료법인을 설립하여 병원을 개설하려고 하였다가 의료법인 설립이 보류되자 피고인 B의 명의로 병원을 개설하게 된 점, 피해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환수조치에 따라 2억원을 납부하였고, 피고인 B 부담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에 대하여 매년 2500만원을 변제하기로 하는 내용의 납부이행각서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제출한 점, 피해자 의료재단에 4000만원을 변제하였고, 매년 1500만원을 변제하기로 합의하여, 피해자 의료재단이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아니하는 의사를 표시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