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명예퇴직 공무원에 '수사 개시' 이유 명퇴수당 지급 취소 불가"
[행정] "명예퇴직 공무원에 '수사 개시' 이유 명퇴수당 지급 취소 불가"
  • 기사출고 2019.08.02 16:3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법] "명퇴 효력 발생 전에만 가능"

이미 명예퇴직한 공무원에 대해 수사가 개시되었다는 사유로 명예퇴직수당 지급 결정을 취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명예퇴직수당 지급 결정 취소는 아직 명예퇴직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만 가능하다는 취지다.

대법원 제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7월 25일 경북 지역에 있는 한 우체국에서 근무하다가 명예퇴직한 전 집배원 A씨가 "명예퇴직수당 지급대상자 결정 취소 처분 등을 취소하라"며 우정사업본부장과 우체국장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6두54862)에서 이같이 판시, A씨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대구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1985년 12월 집배원에 임용되어 2013년 12월부터 경북 지역에 있는 한 우체국에서 우정주사(우정 6급)로 근무한 A씨는 2014년 10월 30일 우편물을 배달하던 중 교통사고를 당해 뇌진탕과 흉부 좌상 등 전치 7주의 상해를 입고 우정사업본부에 교통사고로 업무수행이 어려워 퇴직을 원한다는 명예퇴직원을 제출했다. 우정사업본부는 같은해 12월 5일 A씨를 정기명예퇴직수당 지급대상자로 선정, 이에 따라 우체국장이 A씨를 12월 31일자로 우정주사(우정 5급)에 임용(특별승진)함과 동시에 의원면직 처분했다.

그런데 이후 경찰이 12월 31일 'A씨가 2014년 12월 14일 부인과 식사를 하면서 대화를 나누던 중 말다툼이 생겨 오른손 주먹으로 부인의 가슴부위를 1회 폭행'한 혐의로 수사가 개시되었다고 우정사업본부에 통보했고, 우정사업본부가 '국가공무원 명예퇴직수당 등 지급규정'에 따라 A씨에 대한 명예퇴직수당 지급대상자 결정과 특별승진 발령을 취소하자 A씨가 소송을 냈다. A씨는 폭행 혐의에 대해 이후 검찰에서 불기소처분(공소권없음)을 받았다.

국가공무원 명예퇴직수당 등 지급 규정 3조 3항 3호는 "감사원 등 감사기관과 검찰 · 경찰 등 수사기관에서 비위조사 중 또는 수사 중인 사람을 명예퇴직수당 지급대상에서 제외한다"고 정하고 있다. 또 같은 규정 9조는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명예퇴직수당 지급대상자로 결정된 사람에게 명예퇴직수당 지급신청기간 이후부터 명예퇴직일까지의 기간 중에 3조 3항의 각 호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명예퇴직수당 지급대상자 결정을 취소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명예퇴직수당 지급대상자로 결정된 사람이 단순히 조사 · 수사를 받게 되었다는 사정만으로 명예퇴직수당 지급대상자 결정이 취소된다면, 대상자가 실제로는 어떠한 비위나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경우에 그가 입게 될 손해는 단순히 명예퇴직수당 제도의 효율적 운용이라는 공익과 비교하더라도 훨씬 더 클 수 있고,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미 명예퇴직한 사람에 대해서도 명예퇴직수당 지급대상자 결정을 취소할 수 있다면, 명예퇴직수당을 지급받는 것을 전제로 정년 이전에 퇴직한 공무원의 기득권과 신뢰를 한층 더 크게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따라서 '수사나 조사 진행 중'이라는 잠정적 사유를 이유로 한 명예퇴직수당 지급대상자 결정취소 관련 규정의 해석에는 엄격해석 원칙이 적용되어야 하고, 명예퇴직일 이후에 무혐의 처분 등을 받은 사람에 대해서 명예퇴직수당 재지급 신청을 허용하는 규정이 없으므로, 이러한 엄격해석 원칙을 관철할 필요성이 더욱 크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공무원 명예퇴직수당 등 지급 규정이 한정된 명예퇴직수당 예산을 효율적이고 형평성에 맞게 운용하고, 공정한 법적용을 담보하는 취지에서 수사나 조사 중이라는 잠정적 사유까지 명예퇴직수당 지급대상자 결정 취소사유로 규정한 데에 합리성이 없지는 않으나, 그 제도적 취지는 명예퇴직의 효력이 발생하기 이전 단계에서 의원면직을 보류한 다음 최종적으로 비위나 범죄사실이 없음이 밝혀질 경우에는 다시 구제될 수 있음을 전제로 하므로, 종국적으로 명예퇴직의 효력이 발생한 다음에는 지급 규정 9조, 3조 3항 3호는 적용될 여지가 없다"며 "요컨대 단순히 감사기관이나 수사기관 등의 조사 · 수사를 받고 있다는 잠정적 사유가 있음을 이유로 한 명예퇴직수당 지급대상자 취소 결정은 명예퇴직수당 지급대상자가 명예퇴직이나 의원면직 이전에 있는 경우에 한정된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감사기관과 수사기관에서 비위 조사나 수사 중임을 사유로 한 명예퇴직수당 지급대상자 취소 결정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아직 면직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아서 공무원의 신분을 잃지 않은 상태의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수사기관의 수사 개시라는 잠정적 사유를 이유로 한 명예퇴직수당 지급대상자 취소결정은 원고에게 면직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은 상태에서만 가능한데, 피고 우정사업본부장은 이미 원고에게 2014. 12. 31. 오전 0시에 면직의 효력이 발생(면직의 경우에 면직발령장 또는 면직통지서에 기재된 일자에 면직의 효과가 발생하여 그날 영시부터 공무원의 신분을 상실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1985. 12. 24. 선고 85누531 판결 참조)한 후에 원고에 대하여 명예퇴직수당 지급대상자 취소결정을 하였고, 그에 기초하여 피고 우체국장은 원고에 대하여 명예퇴직(특별승진) 취소결정을 하였으므로, (원고에 대한) 명예퇴직수당 지급대상자 결정 취소 처분 등은 위법하다고 보아야 한다"며 "명예퇴직수당 지급대상자 취소결정이 면직의 효력 발생 전 · 후를 불문하고 가능하다는 전제 하에서 명예퇴직수당 지급대상자 결정 취소 처분 등이 적법하다고 판단한 원심에는 잠정적 사유로 명예퇴직수당 지급대상자 결정을 취소할 수 있는 시점의 제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명예퇴직수당 지급대상자가 감사기관이나 수사기관 등의 조사 · 수사를 받고 있다는 잠정적 사유가 발생하였음에도 '명예퇴직일 전'까지 지급대상자 취소결정을 하지 못하고 명예퇴직수당을 지급한 경우에는 수사와 재판 결과에 따라 국가공무원법 74조의2 3항 1호, 1의2호, 1의3호에서 규정한 환수사유에 해당하게 된 경우에만 명예퇴직 수당 환수처분을 할 수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