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원금 손실 위험성 알리지 않은 메리츠종금증권, 선박펀드 손실 60% 배상하라"
[금융] "원금 손실 위험성 알리지 않은 메리츠종금증권, 선박펀드 손실 60% 배상하라"
  • 기사출고 2019.07.24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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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안중근장학회에 승소 판결

장학재단인 '의사안중근장군장학회'가 선박펀드에 투자했다가 날린 4억 8000만원 가운데 60%인 2억 8800만원을 회수할 수 있게 됐다. 메리츠종합금융증권이 장학회에 상품을 판매하면서 원금 손실 가능성 등에 대해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60%의 배상책임을 인정받은 결과다.

서울고법 민사18부(재판장 정선재 부장판사)는 최근 재단법인 의사안중근장군장학회(장학회)가 투자손실 4억 8000만원을 배상하라며 메리츠종합금융증권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의 파기환송심(2018나2061162)에서 메리츠종금증권의 책임을 60% 인정, "피고는 원고에게 2억 88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무법인 안세가 원고 측을, 메리츠종금증권은 법무법인 태평양이 대리했다.

장학회는 메리츠종금증권의 지점장인 A씨로부터 '원금을 보장하고 7% 정도의 수익률을 보장하겠다'는 설명을 듣고 2003년 5월 메리츠종금증권에 위탁거래계좌를 개설한 다음 장학회의 기본재산인 정기예금 5억원을 인출하여 이 위탁거래계좌로 송금하고, 위탁거래계좌에 있는 돈을 금융투자상품 등에 투자할 권한을 메리츠종금증권에 포괄적으로 일임하는 투자일임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A씨는 투자일임계약에 따라 환매조건부채권, 펀드 등 금융투자상품에 투자를 계속하면서 수익금을 장학회에 지급하여 오던 중 2008년 3월에는 위탁거래계좌에 보관하고 있던 5억원 중 4억 8000만원으로 한 사모펀드의 수익증권에 투자했다. 이 펀드는 투자자로부터 모집한 자금 등으로 선박을 건조 · 매입 · 개조한 뒤 매각 · 용선하여 수익금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구조로 되어 있었는데, 2008년 10월경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에 따른 해운경기 악화 등으로 인해 목표한 수익이 발생하지 못했고, 2011년 8월 펀드의 평가금액이 900만원대로 하락했다. 이에 장학회가 메리츠종금증권을 상대로 4억 8000만원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원고는 공익법인법에 따른 공익법인으로 기본재산을 위탁거래계좌에 예탁한 상태였고, 피고 회사의 직원 A씨 역시 이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었던 사실, A씨는 원고의 원금 보장과 안정적인 수익 요구에 부응하여 원고에게 투자원금과 장기예금 이자율 수준인 연 7% 정도의 안정된 수익을 보장한다고 약속하면서 원고로부터 지속적으로 투자일임을 받은 사실, 그 과정에서 A씨는 원고의 기본재산 5억원 중 대부분인 4억 8000만원을 원금 손실 등 고도의 위험성을 수반하는 이 사건 펀드에 투자하면서 원고에게 원금 손실 가능성 등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고, 수익구조 등 펀드의 주요 특징에 관하여 별도로 설명하지 않은 채 오히려 원금 보장과 확정금리에 따른 수익을 보장한 사실, 원고는 장학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공익법인으로서 투자 손실 위험이 큰 이 펀드에 투자할 이유가 없었고 A씨로부터 투자 손실 위험에 관한 고지를 받았다면 펀드에 투자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사실, 원고는 피고 회사와 투자일임임계약을 체결하기 이전에는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기본재산을 금융투자상품에 직접 투자하지는 않았고 이를 금융기관에 예금 형태로 예치하여 놓고 있었던 사실, 피고 회사가 투자일임계약 이후 원고의 투자금을 운용하면서 그중 일부를 손실 발생 가능성이 있는 금융투자상품에 투자하였고 원고 역시 피고 회사의 이러한 투자 행태를 잘 알면서 이를 용인하였다고 보이나, 이는 A씨의 원고에 대한 투자원금과 일정한 수익금 보장 약정에 기인한 것으로, 이러한 사정만으로 원고가 투자원금 손실 위험이 있는 금융투자상품에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사실, 원고는 1명의 사무직원 이외에 금융투자상품에 관한 전문적 식견 또는 경험이 있는 임, 직원이 없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그렇다면 펀드의 특성과 원금 손실의 위험성, 원고의 투자 경험과 능력 등에 비추어 A씨가 원고로 하여금 합리적인 투자판단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설명을 하였다고는 도저히 볼 수 없고, 오히려 원고의 투자 목적, 재산상황, 위험선호도 등 나머지 사정들을 더하여 볼 때 A씨는 원고에 대하여 명백히 과대한 위험을 수반하는 부적합한 거래를 적극적으로 권유하였다고 볼 수 있을 뿐이고, 나아가 구 간접투자법 57조 1항 1호에서 판매회사와 판매회사에서 판매업무를 담당하는 임 · 직원으로 하여금 투자원금의 보장 등 수익을 보장하는 권유행위를 하는 것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점까지 모아 보면, A씨의 이와 같은 행위는 설명의무를 게을리하여 고객의 투자에 관한 의사결정권을 침해하고 고객에게 부적합한 거래를 부당하게 권유하는 고객보호의무 위반행위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하고, 피고 회사는 사용자 또는 A씨를 통하여 불법행위를 한 자로서 원고에 대하여 이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메리츠종금증권은 "장학회와 이 사건 펀드의 수익증권 매수를 위해 체결한 계약이 자본시장법 시행 전에 체결되었으므로, 이 법에 규정된 적합성 원칙, 설명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의무가 성립할 여지가 없고, 이 매매계약은 포괄적인 투자일임계약에 따른 것으로 개별 투자행위인 매매계약 체결과 관련하여 별도의 설명의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구 간접투자법이 적용되는 경우에도 판매회사가 고객에 대하여 설명의무와 적합한 거래를 권유하여 고객을 보호할 의무를 부담하여 이를 위반할 경우 불법행위가 성립하며, 투자일임계약이 무효로 되어 피고 회사가 투자일임계약에 따라 원고의 투자원금을 임의로 투자할 권한을 보유하지는 못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다만 "원고가 A씨를 통하여 이 사건 펀드의 특성과 원금 손실의 위험성 등을 비교적 용이하게 파악할 수 있었고 구 간접투자법 등 관련 법령을 확인하여 A씨의 수익보장 약정이 법령상 허용되지 아니함을 알 수 있었음에도 만연히 A씨의 말을 믿고 이 사건 매매계약에 나아갔고, 원고는 매매계약 이전이 피고 회사에 투자를 일임하여 상당한 수익을 얻어 왔으며 펀드의 손실은 전세계적임 금융 위기에 일부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 회사의 책임을 60%로 제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