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휴대폰 매장 직원이 가개통 휴대전화라고 속인 도난 휴대전화 사들인 중고업자 무죄
[형사] 휴대폰 매장 직원이 가개통 휴대전화라고 속인 도난 휴대전화 사들인 중고업자 무죄
  • 기사출고 2019.07.20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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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장물인줄 몰랐고, 업무상과실도 인정 어려워"

중고 휴대전화 매매업자가 휴대전화 매장 직원이 가개통 휴대전화라고 속인 도난 휴대전화를 샀다가 장물취득 혐의로 기소됐으나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의 판결을 받았다. 가개통 휴대전화란 돈이 급한 손님이 휴대전화를 개통한 후 곧바로 되파는 휴대전화를 말한다. 1심 법원은 피고인이 장물인 사정을 알고 취득했다고 보아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자 이에 피고인이 장물인 정을 알지 못하였다고 항소, 항소심 법원이 검사가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한 업무상과실 장물취득죄를 적용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으나 대법원은 업무상과실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 형법 362조가 규정하고 있는 장물취득죄는 법정형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 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법정형이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인 절도죄보다도 형이 무겁다. 또 업무상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장물취득죄도 처벌한다.

대법원 제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6월 13일 도난 휴대전화를 샀다가 업무상 과실 장물취득 혐의로 기소된 중고 휴대전화 매매업자인 정 모(34)씨에 대한 상고심(2016도21178)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정씨는 휴대전화 매장에 근무하는 송 모(31)씨로부터 2015년 3월 6일 오후 9시쯤 송씨가 매장에서 훔친 시가 92만 4000원 상당의 아이폰 6+ 휴대전화 1대를 66만원에 매수한 것을 포함하여 2014년 7월 초순경부터 2015년 3월까지 송씨가 훔친 가개통 휴대전화 34대를 2190만원에 샀다. 1대당 64만여원에 산 셈이다.

송씨는 2014년 7월 초순 오후 9시쯤 휴대전화 매장 업무가 종료한 후 매장 내 서랍장을 열쇠로 열고, 서랍장에 보관되어 있던 81만 4000원 상당인 애플 아이폰 5 휴대전화를 몰래 가져 나와 훔친 것을 비롯하여 2015년 3월 6일경까지 27회에 걸쳐 휴대전화 3200여만원 상당을 훔친 혐의로 기소되어 1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며, 2심에서 항소가 기각되어 형이 확정됐다.

1심 재판부는 정씨에 대해, "영업시간 종료 후 야간에 길거리에서 송씨와 단둘이 은밀히 만나서 휴대전화를 매수한 점 등을 살펴보면 휴대전화가 장물인 사정을 알고 취득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유죄판결을 내렸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정씨가 송씨로부터 휴대전화들을 매입할 당시 분실도난 단말기 확인 서비스 사이트에서 이 휴대전화들이 분실 · 도난된 휴대전화인지 여부를 확인하였고, 확인 결과 분실 · 도난 휴대전화로 등록되어 있지는 않았다"고 지적하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휴대전화들이 장물인 점을 알면서 송씨로부터 이를 취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며 고의범인 장물취득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정씨는 송씨로부터 한 달에 보통 4~6대를 매수하면서 가장 많은 대수를 매수한 경우에는 한 달에 9대를 매수한 적도 있고, 정씨와 송씨의 거래는 여러 달 동안에 걸쳐서 이루어진 것으로 한 달에 10대를 넘긴 적은 없어 위 수량이 장물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이례적으로 많은 양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휴대전화가 비교적 고가에 해당하는 물품임에도 그 거래가 매우 활발하고, 휴대전화 매매업자에 의하여 중고 내지 가개통 휴대전화들이 다량으로 거래되고 있는 실태에 비추어 피고인은 중고휴대전화 매매업자로서 판매자의 인적사항을 확인하고, 매입하는 가개통 전화가 분실 ‧ 도난 신고된 휴대전화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외에 매입하는 가개통 전화의 등록상 명의자가 누구인지, 만일 판매자가 등록상 명의자가 아니라면 판매자가 가개통 휴대전화를 판매할 정당한 권한이 있는지, 가개통 휴대전화가 정상적으로 해지되어 문제없이 유통 가능한 것인지 여부 등을 확인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는데, 피고인은 중고휴대전화 매매업자로서 가개통 폰을 취득함에 있어 장물 여부를 확인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 할 것"이라며 업무상과실 장물취득죄를 인정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이에 정씨가 업무상 과실 장물취득 혐의도 무죄라며 상고한 것이다.

대법원은 "이 사건 예비적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중고 휴대전화를 매입함에 있어 판매자의 인적사항을 확인하고 매입하는 가개통 휴대전화가 분실 또는 도난 신고된 휴대전화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외에 매입하는 가개통 휴대전화의 등록상 명의자가 누구인지, 만일 판매자가 등록상 명의자가 아니라면 가개통 휴대전화를 판매할 정당한 권한이 있는지, 가개통 휴대전화가 정상적으로 해지되어 문제없이 유통 가능한 것인지 여부 등을 확인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게을리 하여 장물인 휴대전화 34대를 매수하여 장물을 취득하였다는 것"이라며, "원심은 피고인과 같은 중고 휴대전화 매입 업무 종사자가 위 이동통신사가 보유하는 정보를 확인할 방법이 있는지, 이동통신사로부터 조회 권한을 부여받은 휴대전화 판매점 직원을 통해 정보를 확인하는 경우 개인정보 보호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위반될 여지는 없는지 심리했어야 할 것인데,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업무상 주의의무를 게을리하였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업무상과실장물취득죄에 있어서의 업무상 주의의무에 관한 심리미진, 법리오해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정씨는 당일 시세를 정하여 놓은 매입단가표의 가격으로 휴대전화를 매입하였으며, 송씨로부터 인적사항, 휴대전화 기종, 매입가, 판매 가능한 정상적인 휴대전화라는 취지 등이 기재된 매매계약서를 작성 받았다. 또 휴대전화의 개통 여부, 등록상 명의자, 정상적 해지 여부 등은 이동통신사가 보유하는 정보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