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주택재개발 반대 안 하는 조건으로 자기 아파트 비싸게 판 비대위원장에 징역 1년 6월 실형
[형사] 주택재개발 반대 안 하는 조건으로 자기 아파트 비싸게 판 비대위원장에 징역 1년 6월 실형
  • 기사출고 2019.07.0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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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법] "비대위 업무는 개인사무 아닌 타인사무"

시공사선정 총회결의 무효확인소송, 관리처분계획취소소송 제기 등 주택재개발사업 추진에 여러 문제를 제기했던 주택재개발조합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소송을 취하하고 비대위를 해산하는 조건으로 정비사업 관리업체 운영자에게 자기 소유의 아파트를 비싸게 팔았다가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울산지법 형사11부(재판장 박주영 부장판사)는 5월 24일 배임수재 혐의로 기소된 울산 중구에 있는 주택재개발조합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A(57)씨에게 징역 1년 6월과 추징금 2억 5000만원을 선고했다. 배임증재 혐의로 함께 기소된 정비사업관리업체 운영자 B(47)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비대위원 C(51)씨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정비업체 직원 D(여 · 63)씨는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A씨는 2016년 11월 19일부터 2017년 7월 18일까지 울산 중구에 있는 한 주택재개발조합의 비대위원장을 맡아 월 2~3회 울산중구청 앞 등에서 정상적인 재개발사업의 진행 촉구를 위한 집회를 주최하고, 비대위 위원 14명과 함께 2017년 3월 울산지법에 조합을 상대로 시공사선정 총회결의 무효확인소송을 내고, 두 달 후인 2017년 5월 자신이 비대위 소속 조합원을 사실상 대표하여 단독으로 울산지법에 조합을 상대로 관리처분계획취소소송을 냈으며, 2017년 7월에는 조합의 임원해임 총회를 개최하기 위해서 준비하는 등 비대위 사무를 처리하던 중, 부인이 조합원인 비대위원 C씨를 통하여 B씨가 운영하는 정비사업전문 관리업체의 직원 D씨에게 "조합의 재개발구역 내에 있는 내 소유의 아파트를 매도하고 조합에서 탈퇴하면서 비대위 활동도 그만두려 한다"고 하면서 시세가 약 1억 5000만원 상당인 이 아파트를 4억원에 비싸게 사달라고 요구했다.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를 운영해온 B씨는 이에 앞서 2012년 8월 이 주택재개발조합과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조합의 모든 사무를 대행해 오고 있었다.

D씨가 A씨의 요구를 정비업체 운영자인 B씨에게 전한 후 B씨 지시에 따라 A씨에게 "조합의 조합원의 자격을 상실하고 비대위의 위원장직에서 물러나 주고, 조합을 상대로 한 시공사선정 총회결의 무효확인소송, 관리처분계획취소소송을 각 취하하고, 조합의 임원해임 총회 개최를 무산시켜 비대위를 해산시켜 주면 당신 소유의 아파트를 당신이 원하는 4억원에 사겠다"고 말하자, A씨는 이를 수락한 후, 7월 18일경 울산 남구에 있는 법무사 사무실에서 자신의 아파트를 실제 4억원에 매도하되 매매대금을 1억 5000만원으로 낮춘 부동산매매계약서를 작성하고, 같은날 공증인 사무소에서 '시공사총회 무효소송에서 빠지고, 조합 임원해임 총회에 일체 참여하지 않고, 총회 성원을 책임지고 무산시키기로 한다'라는 취지의 각서를 작성한 후, B씨로부터 계약서상 매매대금 1억 5000만원만 자신 명의의 국민은행 계좌로 송금받고, 나머지 2억 5000만원은 자신이 지정한 동거인 명의의 농협 계좌로 송금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자신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정비업체의 자금 2억 5000만원을 A씨에게 부정한 청탁 명목으로 송금하여 소비함으로써 배임증재 및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됐다.

C씨는 A씨가 조합의 재개발구역 내에 있는 A씨 소유의 부동산을 고가로 매도하면 A씨로부터 수수료 명목으로 돈을 받고 자신도 이 재개발구역 내에 있는 배우자 소유의 부동산을 고가로 매도할 기회를 얻기 위하여 A씨와 B씨 사이에서 A씨 소유 부동산의 매매를 주선한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C씨는 A씨의 부동산이 조합 측에 매도된 후 A씨로부터 1000만원, D씨로부터 200만원을 받았다.

B씨는 재판에서 "나의 청탁과 관련한 A씨의 사무(조합원 자격 상실, 비대위 위원장직 사임, 시공사 선정 총회결의 무효확인의 소 및 관리처분계획취소의 소 취하, 조합 임원해임 총회 개최 무산 등)는 배임수증재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비대위는 조합이 책정한 부동산 감정가나 조합의 재개발사업추진 방식 등에 불만을 갖고 있는 조합원들이 구성한 조직인데, A는 그와 같은 비대위의 위원장으로서 이 사건 범행 전까지 비대위 소속 조합원들의 이익을 위하여 정상적인 재개발사업의 진행 촉구를 위한 집회 주최, 조합을 상대로 한 시공사선정 총회결의 무효확인의 소와 관리처분계획취소의 소 제기, 조합 임원의 해임을 위한 총회 개최 준비 등을 하여 왔으므로, A는 비대위 위원장의 업무에 관한 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지적하고, "피고인의 청탁과 관련한 A의 사무는 배임수증재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조합원 자격 상실, 비대위 위원장직 사임 등 피고인과 변호인이 '개인의 사무'라고 주장하는 부분은, 부정한 청탁의 주된 내용인 비대위를 해산하거나 무력화하는 과정의 일환으로, 비대위 위원장인 A가 자신의 부동산을 처분함에 따라 필연적으로 수반될 수밖에 없는 것이므로, 이 내용만을 분리하여 A 개인의 사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씨에 대해, "피고인은 비대위의 구성에 있어 주도적인 역할을 하면서 비대위의 위원장직까지 맡게 되었음에도 비대위 소속 조합원들의 신뢰를 저버리고 자신과 조합 측의 이익을 위하여 이 사건 범행으로 나아간 점, 피고인이 B로부터 수수한 금원이 자신의 부동산에 대한 대가 부분을 제외하더라도 2억 5000만원에 이르는 거액인 점, 우리 사회 전반의 전체적인 투명성 제고를 위해서는 부정한 청탁을 대가로 금품이 오가는 것을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는 점, 비대위 소속 조합원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하였고, 수수한 금원 역시 반환되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면하기 어렵다"고 실형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