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재] "특허 실시계약 후 특허 무효됐어도 그간 사용료는 내야"
[지재] "특허 실시계약 후 특허 무효됐어도 그간 사용료는 내야"
  • 기사출고 2019.07.0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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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원시적 이행불능 아니야"

특허발명 실시계약을 맺은 후 해당 특허가 무효로 확정됐더라도 무효 확정 전까지 특허발명 실시에 대한 실시료를 청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최근 P사가 "미지급 실시료 17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T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의 상고심(2018다287362)에서 이같이 판시하고, "피고는 원고 승계참가인인 D사에게, 원고에게 미지급한 실시료 17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원고 승계참가한 D사는 2015년 10월 P사의 T사에 대한 이 소송의 목적인 손해배상채권 등 중 1억원에 대하여 압류와 전부명령을 받아 확정되었다.

P사와 T사는 2011년 6월경 구두로 "P사는 T사에게 벽체 매립형 수전함 관련 특허발명에 관한 통상실시권을 허락하고, T사는 P사에게 실시료로 월 650만원을 지급한다"는 약정을 맺었다. T사는 이어 같은해 7월경 P사로부터 벽체 매립형 수전함의 금형을 넘겨받아 그때부터 P사의 특허발명을 실시한 제품을 생산 · 판매하고, P사의 대표이사에게 매월 650만원을 지급했으나, T사가 2014년 3월분 이후의 실시료를 지급하지 않자 P사가 두 달 후인 5월 T사에 "특허발명에 관한 통상실시권 허락계약을 해지한다"고 통지하고, 2014년 3월부터 5월까지의 미지급 실시료 등을 달라며 T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한편 T사는 2015년 12월 P사를 상대로 특허심판원에 특허등록무효심판을 청구했으나 기각되자 특허법원에 소송을 냈고, 특허법원이 2017년 1월 "P사의 특허권은 통상의 지식을 가진 사람이 용이하게 도출할 수 있어 진보성이 부정되어 무효"라고 판결, 2018년 8월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대법원은 "특허가 무효로 확정되면 특허권은 특허법 133조 1항 4호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간주되나(특허법 133조 3항), 특허발명 실시계약이 체결된 이후에 계약의 대상인 특허권이 무효로 확정된 경우 특허발명 실시계약이 계약 체결 시부터 무효로 되는지는 특허권의 효력과는 별개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전제하고, "특허발명 실시계약의 목적이 된 특허발명의 실시가 불가능한 경우가 아니라면 특허 무효의 소급효에도 불구하고 그와 같은 특허를 대상으로 하여 체결된 특허발명 실시계약이 그 계약의 체결 당시부터 원시적으로 이행불능 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는 없고, 다만 특허 무효가 확정되면 그때부터 특허발명 실시계약은 이행불능 상태에 빠지게 된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특허발명 실시계약 체결 이후에 특허가 무효로 확정되었더라도 특허발명 실시계약이 원시적으로 이행불능 상태에 있었다거나 그 밖에 특허발명 실시계약 자체에 별도의 무효사유가 없는 한, 특허권자는 원칙적으로 특허발명 실시계약이 유효하게 존재하는 기간 동안 실시료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 대법원에 따르면, 특허발명 실시계약을 체결하면 특허권자는 실시권자의 특허발명 실시에 대하여 특허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이나 그 금지 등을 청구할 수 없고, 특허가 무효로 확정되기 전에는 특허권의 독점적 · 배타적 효력에 따라 제3자의 특허발명 실시가 금지된다.

대법원은 "(원고의) 특허발명이 무효로 확정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원고와 피고가 2011년 6월경 맺은) 약정이 원시적으로 이행불능 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 없어 원고와 원고 승계참가인의 미지급 실시료 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고, 피고는 2014. 3. 1.부터 계약이 해지된 2014. 5. 21.까지 미지급 실시료 1700여만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